[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올해 글로벌 금융 중심지인 미국 시장에 본격 진출할 전망입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김남구 회장(사진)이 직접 발로 뛰면서 세계 무대의 주역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회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투그룹은 미국 인수금융 시장에 본격 진출합니다. 미국 금융회사 '스티펄 파이낸셜(Stifel Financial Corp., 스티펄)'과 손잡고 설립하기로 한 합작사 'SF 크레딧파트너스(SF Credit Partners)'가 올해 중 문 열 예정입니다.
SF 크레딧파트너스는 미국 현지에서 인수금융 및 사모대출(PD, Private Debt) 비즈니스에 주력합니다. 급성장한 글로벌 기업대출 시장을 겨냥하는 한편, 미국 내 기업금융(IB) 역량과 네트워크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그룹의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첨병 역할을 수행한다는 복안입니다.
주요 사업 영역은 미들마켓 론(Middle Market Loan, 중견·중소기업 직접 대출)입니다. 미들마켓 론이란 비은행 금융사에서 투자금을 모아 리파이낸싱이나 인수·합병(M&A), 회사 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을 기업에 대출 형식으로 조달하는 사업으로, 도드-프랭크법, 볼커룰 등의 규제로 인해 글로벌 대형 은행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제한된 틈새시장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은 은행이 기업대출을 축소하면서 사모대출을 통한 기업의 자본조달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펀드의 운용자산 규모는 2010년 이후 10년 간 연평균성장률 9.2%를 기록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합작사 설립을 계기로 스티펄과 사업부문별 전략적 제휴도 체결했습니다. 신규 사업을 공동발굴하고 인력 및 상품 교류를 확대하는 등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양사의 금융 역량과 전문성을 적극 공유한다는 방침입니다. 스티펄은 1890년에 설립된 미국의 종합금융회사로 증권사·은행·자산운용사 등 여러 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산관리(WM)와 기업금융(IB), 리서치 등에서 꾸준히 업계 내 상위권을 유지 중입니다.
김남구 회장은 지난해 계약 당시 "스티펄은 한투그룹의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며 "캐피탈 마켓, 리서치, 세일즈&트레이딩, 자산관리 등 여러 사업부문에서 협업 및 인력 교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수년간 글로벌 IB시장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김남구 회장이 오래 전부터 꿈꿔온 '금융수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해외 사업을 지속 강화해 왔습니다. 미국시장 진출은 재작년 뉴욕에 IB전담 법인(KIS US)을 설립하면서 본격화했습니다. 이 신생 법인은 국내 IB부문과의 시너지 제고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한 딜 소싱과 실사까지 전담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문을 연지 채 1년이 안된 시점에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 락우드캐피탈이 글로벌 자산운용사 브룩필드프로퍼티가 소유한 665뉴욕애비뉴 빌딩의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5000만 달러의 인수금융 딜을 도맡아 주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역량을 입증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신남방 시장에서도 금융영토를 넓히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유럽 사모펀드 PAI파트너스(PAI Partners)와 손잡고 오렌지주스 브랜드 트로피카나(Tropicana) 인수금융에 공동대표주관사로 참여했는데, 이는 홍콩현지법인을 중심으로 한국 내 본사 IB그룹과 뉴욕 법인이 긴밀히 공조한 결과물입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총 44억달러의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이 딜에 글로벌 IB들과 더불어 대표주관사로 참여하면서 선순위 및 중순위 대출을 주관했습니다.
김남구 회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한국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에서 비즈니스 확대는 물론 싱가포르, 홍콩, 뉴욕 등에 마련한 핵심 거점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 전략을 정비, 보완해 그룹 차원에서 글로벌 사업 확대를 전략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