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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큰손' 한화, 유증 성공할까…NH투자증권도 벼랑 끝 도전
이 기사는 2025년 05월 12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2조3000억원 규모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125,000원 ▼3,700원 -2.96%) 유상증자가 금융당국의 깐깐한 심사와 시장의 반발에 가로막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논란이 불거진 데다 금융당국이 잇따라 정정 요구를 내면서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는 탓이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005940) (10,540원 ▼50원 -0.47%)은 한화그룹과의 신뢰 구축을 목표로 이 고난도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 유상증자 성공 여부에 따라 자본시장의 큰손인 한화그룹과의 동맹이 좌우될 전망이다.
 
주주달래기 나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달 중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수립해 2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가치 제고 방안으로는 자사주 매입과 처분과 같은 주주환원책, 배당성향 조정과 지배구조 개편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현재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2조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진행을 위한 후속책이란 분석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20일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시가총액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유상증자 규모에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유상증자 계획 발표 후 첫 거래일인 3월21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3.02% 급락한 62만8000원에 마감했다. 이에 지난 4월8일 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여야 했다.
 
시장의 거센 반발에도 유상증자를 자금 조달 방안으로 채택한 것을 두고 한화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이유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증 발표 7일 전 한화그룹 비상장계열사 보유 중인 한화오션 지분 7.3%를 1조3000억원에 매입했다.
 
자금을 받은 회사는 한화임팩트파트너스와 한화에너지싱가포르, 한화에너지다. 특히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50%), 김동원(25%), 김동선(25%) 형제가 지분을 나눠 가진 핵심 계열사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유상증자는 방산과 조선업의 글로벌 확장을 위한 투자 목적이며 승계와는 무관하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3월 김승연 회장의 보유 한화 지분 22.65% 중 11.32%가 세 아들들에게 증여되는 등 한화그룹의 승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NH투자증권, 고난도 딜 중심에 서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은 사실상 이번 유상증자의 전반을 주관하고 있다. 발행 물량 2조3000억원 중 NH투자증권은 전체 물량의 60%인 1조3800억원 어치를 인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딜 주관에 NH투자증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정정 요구를 했다. 이에 지난 4월8일과 30일 정정 신고서를 제출해야 했고 현재는 금융당국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의 반발과 당국의 정정 요구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7일 한국거래소가 예고했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최종 철회하고 대신 ‘주의조치’를 결론내려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올해 초부터 NH투자증권은 유상증자 주관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 1월 현대차증권의 1684억원 규모 유상증자 주관을 단독으로 맡은 것을 시작으로 2월엔 이수페타시스의 3405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대표 주관했다. 시장의 파란을 일으킨 삼성SDI(006400) (429,500원 ▼16,000원 -3.73%)의 유상증자에도 대표 주관사로 참여했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는 오너 일가의 승계 이슈와 더불어 당국의 지속적인 견제가 이어져 이전 유상증자보다 훨씬 어렵다는 평가다. 당국에 설득 작업은 물론, 시장 영향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NH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얻을 수수료 수익은 모집총액의 0.25%, 인수액 1조3800억원 기준 34억5000만원 수준이다. 통상적인 중형급 IPO 딜 수수료 수익의 3배 정도 되는 수준이지만 들이는 리스크 대비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수준이다. 하지만 향후 한화그룹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이번 딜를 놓칠 수 없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는 NH투자증권 인더스트리 본부가 맡는다. 인더스트리 본부는 NH투자증권 IB조직 내 대기업 대상 자금 조달 특화 조직이다.
 
현재 방산을 비롯한 신사업의 확대,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자본 조달 이슈를 생각하면 한화그룹은 향후 자금조달 시장의 큰 손이 될 것은 자명하다. 결국 한화그룹과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이번 딜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NH투자증권도 딜의 무게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성공적인 딜 마무리를 통해 시장 신뢰도 구축과 성공적인 조달 사례를 만들어 가겠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자문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라며 “이번 딜은 현재 NH투자증권이 추구하는 패키지 딜의 가장 우수한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