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5월 12일 17:3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전문기업인
소룩스(290690) (24,950원 ▼2,750원 -11.02%)가 최근 발행한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두고 자금 사용 목적과 출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
용 목적은 '타법인 증권 취득'으로 명시돼 있지만 구체적인 거래 상대방이나 취득 가격 등은 발행일 기준으로 '미정' 상태다. 자산 규모가 1억원대에 불과한 영세 법인이 CB 발행 대상자로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발행 조건이 투자자에만 유리해 기존 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사진=소룩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소룩스는 제5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로, 총 150억원 규모다. 표면이자율 4%, 만기이자율 8%다. 납입일은 오는 16일이다. 만기는 2028년 5월16일로 보유 시 원금의 최대 113.4%를 받게 된다. 전환가액은 3991원이다.
CB 투자자만 좋은 일…기존 주주가치 희석 '우려'
이번 CB 조건을 보면 기존 주주에게는 불이익이 예상된다. 우선 해당 CB는 375만8456주의 신주로 전환 가능하다. 발행 당시 기준 전체 주식의 약 7.75%에 해당한다. 앞서 발행한 2~4회차 CB를 포함하면 전환 가능 주식은 약 1306만주로 전체 주식의 26.94%에 달한다. 4분의 1이 넘는 지분 희석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반면 투자자에게는 조건이 유리하다. 특약에 따라 발행 1년 후부터 만기까지 3개월마다 연 6% 수익률을 보장받으며 투자자가 보유한 CB의 절반에 대해 조기상환을 청구할 수 있는 풋옵션이 제공된다. 사실상 투자자에게 수익이 보장된 매도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로 '무위험 고수익'인 셈이다.
여기에 전환가 하향 조정(리픽싱) 조항까지 포함돼 있어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전환가를 낮춰 주식 수를 늘릴 수 있다. CB 투자자의 경우 상승장에서는 주식 전환 후 시세 차익을, 하락장에서는 리픽싱으로 손실 가능성을 줄이고 이자 수익도 챙기는 구조다. CB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상품이지만, 회사나 기존 주주들에게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영세법인이 150억 CB 인수…자금 출처 '불명확'
자금출처도 불명확하다. 이번 CB 발행 대상자인 에스디인터랙티브는 소룩스와 지분 관계가 없는 제3의 법인으로, 김모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다. 2023년 기준 자산총계 1억3000만원, 매출 2800만원 수준이다. 외부감사조차 받지 않는 소규모 비상장 법인이 1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단독으로 현금 인수하는 구조는 납득하기 어렵다. 심지어 조명 전문기업인 소룩스와 접점이 거의 없는 게임 개발기업이다.
지난 9일이 납일이었던 4회차 CB도 관련성이 적은 헬스케어 기업인 인디누랩을 대상으로 발행한 바 있다. 정정공시를 통해 크리스티앙픽으로 변경했지만 이 회사 역시 에코글로우(옛 스킨앤스킨)가 100% 지분을 보유했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
소룩스는 이번 CB 발행 목적을 ‘타법인 증권 취득 자금’으로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투자 대상이나 지분율, 가격 산정 근거 등 핵심 정보는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CB는 대개 사업 확장이나 운영자금 조달, 혹은 인수합병(M&A) 등과 연계되지만 이번 공시에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 소룩스의 경우 발행 시점에도 모든 항목이 공란으로 남아 있어 자금 사용목적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아리바이오 M&A에 사용될 가능성도 크다. 앞서 발행한 CB 중 30억원을 아리바이오 합병에 쓴다고 밝힌 바 있다.
소룩스는 지난해 8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인 아리바이오를 합병하는 절차를 준비했으나 금융당국의 엄격한 심사 속에서 반복되는 정정 공시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단기간 내 M&A 성사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비상장사인 아리바이오는 지난 2018년과 2022년, 2023년 세 차례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탈락하며 증시 입성에 실패한 바 있다. 이번 M&A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향후 아리바이오는 우회상장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의 소룩스, 신사업 발굴로 위기 극복 가능할까
소룩스는 최근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내며 재무상태가 악화일로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매출도 전년 대비 90억원 넘게 줄어든데다 영업이익도 5억원 흑자에서 6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 규모는 같은 기간 67억원에서 410억원으로 6배가량 급증했다. 앞선 2,3회차 CB와 달리 4,5회차 CB발행 금리를 높여서라도 매출 확대와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소룩스는 매출 다각화를 추진하기 위해 신사업 발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말 소룩스가 정정 공시한 증권신고서에는 정관상 사업 목적이 기존 33개에서 38개 항목으로 확대됐다. 정보통신공사업, 소방시설공사업, 의료기기 제조·판매업, 특수차량 도매·유통, 관련 무역업 등을 추가했다.
<IB토마토>는 소룩스와 아리바이오 측에 CB 자금 조달과 M&A 등에 대해 질의하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