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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5월 12일 18:4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진원생명과학(011000) (2,760원 ▼45원 -1.63%)이 새로운 최대주주를 맞이하면서 주주총회 정상화와 실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진원생명과학은 낮은 최대주주 지분율과 이사진 고액 임금 논란 등으로 소액주주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지난 5년간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단 한 건의 안건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다음달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지분율 상승으로 주총 기능 정상화가 기대되는 가운데, 더욱 원활한 의사결정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기존 경영진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음달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경영권 정비가 마무리되면 주주 신뢰도 제고와 영업적자 개선이 당면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진원생명과학 플라스미드 DNA 위탁개발생산 자회사 VGXI 전경 (사진=진원생명과학)
총 360억 규모 유증으로 최대주주 변경 예정…수년째 고장난 주총 기능 정상화 기대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진원생명과학은 동반성장투자조합제1호를 대상으로 총 36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한다고 공시했다. 동반성장투자조합1호가 5월8일 100억원, 오는 5월30일 260억원의 유증 대금을 납입하는 방식이며, 8일 납입된 100억원은 차입금과 상계 처리된다. 조달 자금은 전액 운영자금으로 활용된다.
납입이 모두 완료되면 동반성장투자조합제1호는 진원생명과학 지분의 약 17.99%를 보유하게 된다. 이에 따라 진원생명과학 최대주주는 현재 9.54%의 지분을 보유한 기존 박영근(7.5%) 진원생명과학 대표 외 7인에서 동반성장투자조합제1호로 변경된다. 동반성장투자조합제1호의 최대출자자는 지분 83.29%를 보유한
대호에이엘(069460) (1,215원 ▲40원 +3.30%)이며, 단순 계산 시 대호에이엘 측에서 보유하게 될 진원생명과학 지분율은 14.98%다.
이처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대규모 지분구조 변동이 발생하면서 주주총회의 기능 회복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2021년 정기주총서부터 임시주총을 포함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의안을 단 한 건도 결의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엔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기존 최대주주의 지분율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진원생명과학이 보유한 자사주 비율도 0.26%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주주총회에서 이사 및 감사 선임은 보통결의에 해당하는데 출석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을 충족해야 성립한다. 소액주주들이 투표를 외면해 전체 발행주식수의 25% 이상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처리가 불가능해지는 지분구조다. 이에 따라 등기이사인 박영근 대표와 조병문 전무의 임기는 이미 2023년 3월31일부로 만료된 상태다. 올해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도 이사 선임의 건, 감사 선임의 건, 정관변경승인의 건 모두 의결정족수 미달로 결의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풀이됐다.
그러나 두 차례 유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동반성장투자조합제1호가 18%, 이 중 대호에이엘이 15% 가량의 지분을 확보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보다 원활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더해 최대주주 측에서 기존 경영진을 재선임해 안고 갈 경우, 최대주주 지분율 18%와 기존 최대주주의 변동된 지분율 약 7.8%를 더하면 합계 25.8%로 일반결의 출석요건을 충족하게 되는만큼 기존 경영진의 거취에 이목이 쏠린다.
진원생명과학의 다음 임총은 6월 25일로 예정됐으며, 아직 이사 선임 세부의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임시주총을 통해 최대주주 측에서 경영진을 선임할 것 등 공시된 사항 이외에 따로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대호에이엘 관계자 역시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향후의 경영권 등 경영진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상세한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사진 고액 보수 논란은 정상화 수순…적자 고리 끊어내기 '과제'
주총 기능 정상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바닥으로 떨어진 주주들의 신뢰 회복도 필요하다. 현재 소액주주들이 90%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매번 의결정족수 미달로 주총 안건을 결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적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주들의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반증한다.
주주들의 신뢰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20여년간 이어오고 있는 영업적자와 임원 보수 지급 체계에 대한 불신 등을 꼽을 수 있다. 진원생명과학에서는 이사 및 감사 전체 인원 4인에 대한 보수총액은 2019년 24억원 6300만원에서 2021년 83억8500만원까지 치솟아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박영근 대표의 보수는 2021년 67억원까지 뛰어 회사가 적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고액보수를 챙겨왔다는 주주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최근 보수 수준은 정상화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사 및 감사 4인에 대한 보수총액은 2023년 35억900만원을 거쳐 2024년 9억8800만원 수준까지 내려왔고, 개인별 보수지급금액은 5억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박 대표와 조 전무의 보수 합산 금액은 8억9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더해 기존 경영진은 주주 달래기의 일환으로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기제로써 이사가 임기 중 비자발적으로 사임하게 될 경우 고액의 보상액을 지급하는 '황금낙하산' 조항 삭제를 추진해 왔는데, 이는 현 경영진의 임기 만료로 사문화돼버려 소액주주 참여율 제고 방안으로써의 힘을 잃어버린 상태다. 이로써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존재하는 독소 조항의 정비도 다음 최대주주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과제는 만성적인 적자 고리를 깨는 일이다. 진원생명과학은 지난 20여년간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에는 매출액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2022년 487억원이었던 회사의 매출액은 2023년 402억원을 기록하며 감소세로 돌아서더니 지난해 357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매출액의 60%가량은 임상시험용 DNA 백신 및 유전자치료제의 원료로 사용되는 'Plasmid DNA'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만 6개의 관련 계약을 체결하면서 충분한 수주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계약한 건의 계약금이 최근 전임상 실패 이슈로 86% 취소됐음을 감안하더라도 전체 수주잔고는 약 1198만달러, 한화 1600억원 수준으로 넉넉하다. 이에 보유한 수주잔고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비용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는지가 실적 개선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