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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7월 2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최근 기업공개(IPO) 문턱이 높아지면서 투자금 회수, 이른바 '엑시트(exit)'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주인수(세컨더리 딜)는 벤처투자 업계의 회수시장 침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컨더리 딜 전문가로 통하는 손양철 얼머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투자자와 기업은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이자 긴장 관계"라며 "상호 간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이끄는 얼머스인베스트먼트는 국내 대표 신기술사업금융회사로, 업계에서 '세컨더리 명가'로 불린다. 세컨더리 딜뿐 아니라 성장형 투자(그로스 캐피탈),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펀드를 빠르게 소진하며 침체된 벤처 회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 대표는 1997년 신용보증기금(신보)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중소기업 대표들을 만나며 신용평가·분석, 대출보증 등의 업무를 맡았다. 2000년 벤처투자 업계로 자리를 옮긴 그는 신보창업투자, 화이텍인베스트먼트, 아주IB투자, 이앤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 이후 2018년 얼머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며 독자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IB토마토>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얼머스인베스트먼트 본사에서 손양철 대표를 만나 그가 말하는 벤처투자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손양철 얼머스인베스트 대표. (사진=얼머스인베스트먼트)
다음은 손양철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간단한 회사 소개 부탁드린다.
△얼머스인베스트먼트는 2018년 설립된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다. 세컨더리 딜, 그로스캐피탈, M&A 등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다. 빠른 투자 소진, 높은 회수율이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펀드 운용 상황은.
△세컨더리펀드는 2019년과 2022년, 2024년 세 차례 걸쳐 블라인드펀드 결성을 통해 운용 중이다. 300억원 규모 ‘2019펀드’는 결성 2년 만에 소진했다. 현재 원금 150%를 배분한 상태고 성과보수를 받고 있다. 450억원 규모의 ‘2022펀드’는 결성한 지 약 1년 만에 400억원 정도를 소진했다. 작년 2월 결성한 500억원 규모 ‘2024펀드’는 380억원을 소진한 상태다.
-세컨더리 투자의 핵심에 대해 알려달라.
△할인매입, 조기회수다. 스피디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많은 리서치 경험과 의사결정의 노하우가 트레이닝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만기가 도래한 펀드가 많이 쌓여 있기 때문에 시장의 니즈가 많은 것 같다.
-2024세컨더리펀드로 구주는 물론 신주 투자도 병행했다.
△2024세컨더리펀드의 경우 구주 투자와 함께 신주 투자를 주목적 투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신주 투자를 통해 벤처 자금 선순환에 기여하고 기업의 신규 자금 공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시장에 적절한 펀드라고 생각한다.
-포트폴리오의 IPO도 기대된다.
△화장품 제조 기업 달바글로벌은 지난 5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다. 자율주행 보안 기업 '아우토크립트'는 코스닥 상장 전 수요예측이 예정돼 있다. 상장 예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기업들은 반도체 칩 검사 기업 '테라뷰', 특수 목적용 기계 제조 기업 '빅텍스', 빅데이터 분석 기업 '에스투더블유'(S2W) 등이다.
-투자 중 인상 깊었던 기업은.
△코스피 상장사 달바글로벌을 꼽을 수 있다. 리서치, 디시즌 메이킹(의사결정), 딜 소싱 삼 박자가 잘 맞아 떨어진 딜이라고 생각한다. 투자 검토 당시 달바글로벌은 K-뷰티가 세계에서 주목 받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한 화장품 기업 회장과 소통하면서 조언을 구했고 신속한 의사결정 후 기존 주주의 판매 의사를 타진했다. 이후 80억원 규모로 투자를 진행했다. 예상하던 대로 증시 입성에 성공하고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투자 기업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보통 투자자와 투자 받은 기업 대표는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이자 긴장 관계다. 투자자와 기업 대표 간 관점이 어느 순간 달라질 수 있고 퍼포먼스가 안 나올 경우엔 갈등의 소지도 있다. 자사는 투자 이후에 계속 회사랑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중간에 퍼포먼스, 방향성 등을 점검하고 상호 간 조언, 협력을 통한 신뢰를 중요시한다.
-최근 기술 기반 기업 투자가 늘었다.
△기술 기반의 미래 성장성이 높은 기업들에 늘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려고 하고 있다. 회사의 차별화된 포인트, 창업자의 백그라운드, 팀워크, 현재까지의 퍼포먼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한다. 자율주행 보안 기업 아우토크립트는 얼머스인베스트가 초기부터 투자를 진행해서 최근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얼머스인베스트먼트가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LP(출자자)들과 투자 기업들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 펀드 사이즈를 급격히 늘리기보다는 강점이 있는 세컨더리 딜, 그로스 캐피탈, 중소형 M&A에 집중해 투자 시장에서 인정받는 위탁운용사(GP)가 되고 싶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