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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3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크로스보더(Cross-border) 거래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각국의 규제, 세제, 지배구조 차이에 따라 인수·합병(M&A), 투자, 구조조정 등 기업 활동이 한층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외 자본의 경계가 흐려진 오늘날에는 단순한 법률 자문을 넘어 회계, 세무, 경영 전략까지 아우르는 복합적 시각을 갖춘 전문 변호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형기 미국변호사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물이다. 율촌 내 기업법무 및 금융(Corporate & Finance, C&F) 그룹 소속으로, 약 18년 이상 크로스보더 기업 자문을 전문적으로 수행해왔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에서 이뤄지는 인바운드(외국인의 한국 투자)와 아웃바운드(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거래 전반에 고르게 관여하고 있다. 특히 M&A를 중심으로 기업 구조조정, 인허가, 분쟁 대응,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블록체인 등 최신 이슈 전반에 걸쳐 풍부한 자문 경험을 갖고 있다.
이형기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다음은 이형기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자기소개 및 현재 법무법인 율촌에서 맡고 계신 업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린다.
△저는 율촌의 C&F 그룹 소속 미국변호사이다. 크로스보더 성격의 다양한 기업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특히 인수·합병(M&A)을 비롯한 기업 투자 관련 업무가 많은 편이다. 그 외에도 기업 구조조정, 인허가 등 컴플라이언스 및 분쟁 업무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저는 2005년부터 2년간 미국 법원에서 로클럭으로 근무한 뒤 2007년부터 한국 로펌에서 업무를 시작해 크로스보더 기업 관련 업무를 수행한 지 어느덧 18년이 되었다. 제가 수행하는 크로스보더 업무 중 외국 기업의 투자, 즉 인바운드(in-bound) 딜과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 즉 아웃바운드(out-bound) 딜 비중이 대략 반반 정도 되고, 이에 따라 고객군도 외국 기업과 국내 기업이 골고루 있는 편이다. 크로스보더 업무를 다양하게 하다 보니 고객이든 딜 상대방이든 다양한 국가의 기업들과 업무를 수행해 왔다.
-기업법무 및 금융, 기업인수합병(M&A), 펀드·PE, 보험, 기업지배구조, 가상자산/블록체인, 도산 및 기업구조조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문업무를 해오셨는데, 가장 적성에 잘 맞고 재밌었던 업무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여러 산업 및 국가에 속한 기업들과 업무를 해오고 있고 수행해온 업무 유형도 다양한 편이라 적성에 잘 맞는 특정 분야를 뽑기는 매우 어렵다. 수행했던 업무 중 재밌었던 딜도 여러 건 있긴 했다. 그중 한두 가지를 꼽자면 2017~2018년에 수행했던 국내 기업 PHC와 프랑스 기업 Valeo 간의 5개국 동시 합작투자 건과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수행했던 국내 제이시스메디칼과 프랑스계 PE Archimed의 M&A 건을 들 수 있다.
전자의 경우 자동차 핵심 부품에 대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던 한국과 프랑스의 두 기업이 특정 부품 분야 글로벌 경쟁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 중국, 일본, 멕시코, 미국 등 5개 국가에서 동시에 합작투자법인(Joint Venture)을 설립하고 서로의 기술과 지적재산권(IP) 및 제조능력을 공유하는 딜이었다.
이러한 딜의 경우 각 국가에서 별도의 합작투자법인을 설립하는 게 통상적이지만, 해당 딜의 경우 두 기업 간 합작투자보다 효율적으로 달성하고 나아가 합작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거래 구조를 고안, 추진했다. 즉, 각 당사자별로 보유하고 있던 대상 국가 자회사들의 지분을 한국 합작법인에 현물로 지분 투자하고 그 이외 지분은 현금으로 투자하는 구조였다.
이는 각 대상법인별 지분 가치 산정 및 통합 구조를 위한 각종 인허가와 조직 통합, 그리고 국내적으로는 법원 승인까지 요하는 거래 구조였는데, 당사자들 간 상호 신뢰와 저희를 비롯한 자문사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거래가 종결됐고, 나름 딜의 독창성과 영향 등을 인정받아 영국 파이낸셜타임즈가 매년 선정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혁신적인 M&A 딜 중 하나로 수상했다.
후자의 경우에는 IFLR(International Financial Law Review)이 주관한 ‘아시아퍼시픽어워드 2025’에서 PE 분야 올해의 딜을 수상했는데, 저희는 국내 상장사이자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미용 분야의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 제이시스메디칼 및 그 최대주주를 대리해 프랑스계 PE Archimed와의 제이시스메디칼 지분 양수도 및 합작투자 거래를 수행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포텐자, 덴서티, 리니어지, 딜리브 등 제이시스메디칼의 제품을 익히 아실 수 있을 듯하다. 이 거래에서 저희는 기존 최대주주의 경영권 및 의사결정을 위한 안전장치를 보장받는 한편, Archimed가 한국 상장사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프랑스계 PE로서 보유하고 있는 이 분야 전문성을 활용해 제이시스메디칼의 보다 본격적인 해외 진출 및 가치 상승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자문을 제공했다.
이 거래는 지분 양수도, 합작투자 및 상장폐지와 기존 사업 관련 별도의 부속 딜들로 복잡한 이슈들이 있었을 뿐 아니라 다층 구조의 SPC를 활용해 당사자들의 거래 목적 성취와 더불어 인수 및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구조로 인정받았다.
-반대로 가장 어렵고 까다로운 업무는 무엇인지.
△어렵고 까다로운 업무라기보다는 종종 수행하는 업무 중 상대적으로 도전적인(challenging) 업무를 꼽자면, 근래 들어 늘고 있는 컨설팅 유형의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로펌 변호사의 역할이 과거에는 법률에 대한 자문으로 국한되기도 했지만, 요즘은 법과 세무, 회계 등 전형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필요로 하는 각종 경영상의 사항들에 대한 컨설팅 자문이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무래도 기업의 경영상 사항들은 법적인 이슈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로펌 변호사의 경우 해당 이슈에 대한 고민을 기업 담당자들과 함께하고 있는데다 더욱이 비밀 유지에 대한 신뢰도가 있어서 경영 관련 자문을 구하는 것 같다.
제 경우 제가 담당하는 고객사인 기업들과는 한두 번의 자문으로 끝나기보다는 장기간 자문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길게는 15년 동안 같이 업무를 해 오기도 한 관계로 고객사들의 경영진과 임원들뿐 아니라 법무와 현업의 실무 담당자들로부터 해당 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컨설팅 자문을 많이 요청받는 편이다.
가령 최근에도 고객사 요청으로 고객사와 거래처 간 갈등을 어떠한 방식으로 풀어갈지에 대해 자문을 요청받아 협의한 적이 있는데 이러한 갈등은 아직 공식적인 분쟁으로 번지지는 않아 고객사 담당자들 입장에서는 외부 로펌은 물론 내부적으로도 공론화하기 어려운 반면, 이를 같이 고민하고 협의할 파트너가 필요했고, 이러한 협의를 회사의 이해를 보호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었던 경우로 이해하고 있다. 이 사안의 경우 고객사의 내부적인 니즈와 당사자들 및 해당 업계의 거래 관행, 그리고 다른 유사 사례에 대한 경험과 사안 특유의 세무 이슈까지 고려해 적절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이러한 컨설팅 업무는 다양한 업무에 대한 경험뿐 아니라 해당 고객사의 사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사 담당자들과 함께 고민해 해결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저에게까지 협의 요청이 들어온 경우들은 대부분 해결이 어렵고 여러 민감한 이슈들을 포함한 사안들이라 제 입장에서는 도전적인 과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저는 공식적으로 고객사 의뢰를 받지 않더라도 이러한 컨설팅 유형의 업무를 자주 수행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몇 주간 수행한 업무의 대부분이 비공식적 컨설팅 업무다 보니 그 기간 내내 바빴음에도 고객에게 비용 등 대가를 청구할 사항이 없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러한 컨설팅 업무를 통해 고객사가 당면한 어려운 사안을 해결해 나갈 때 저도 큰 보람을 느끼고, 이러한 유형의 업무 경험을 통해 저만의 노하우도 쌓을 수 있어, 저로서는 적극적으로 고객들에게 이러한 업무 요청도 하시도록 권하곤 한다.
이형기 법무법인 율촌 미국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기업 도산 사례 증가는 경기가 악화됐다는 것을, 반대로 사례 감소는 경기 회복세라는 것을 방증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업 도산 자문 의뢰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들어오는 편이며 왜 그런 것 같은지.
△기업 회생과 도산 관련 자문 의뢰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대내외적인 여러 사정으로 인해 회생 및 도산 절차에 들어가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어서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근래 3년 기준으로 보면, 코로나 직후에는 제조업체들과 건설업체들의 회생절차가 급증했는데, 제조업체들의 경우 코로나 기간과 그 이후 국제적인 전쟁과 갈등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인건비 부담 등이 원인이었다. 최근에는 플랫폼 기업들의 회생절차가 많아지고 있는데, 이는 환율과 코로나 이후 급증한 해외여행 등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저희 율촌 기업 구조조정/도산팀은 회생 및 도산 절차 기업들에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원스톱 서비스로 회생/도산 절차가 개시되기 전부터 사전에 준비할 사항들과, 나아가 회생/도산 절차 진행 중 해당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자금 조달(funding) 연결과 회계 자문, 그리고 M&A를 통한 회생절차의 성공적인 졸업 등, 회생이나 도산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을 위해 전방위적인 컨설팅 업무를 제공하고 있다.
-공차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역할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공차 M&A의 경우 20192020년 수행한 업무이다. 국내 PE 중 한 곳인 유니슨캐피탈이 대만에 본사를 두고 있던 공차를 2014년 인수한 뒤 그 가치를 키워 불과 56년 후 그보다 6배에 달하는 가격에 미국계 PE에 매각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희는 공차의 밸류업 과정 전반에 걸쳐 자문을 제공했다. 공차 매장과 매출 성장을 위한 운영에 대한 법률 자문뿐 아니라 일본으로의 성공적인 진출 등 경영 전략에 대한 자문도 포함되었다.
공차 인수부터 매각까지 5년여의 기간 내내 저희는 유니슨캐피탈의 파트너로서 법률뿐 아니라 그 외 경영 사안들에 대한 고민과 협의를 함께했으며, 유니슨캐피탈이 공차 관련 법무, 세무와 기타 여러 민감한 이슈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하는 데 기여하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하반기 율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이나 향후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저희 율촌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업무 방향 중 하나는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업무 모두를 아우르는 크로스보더 업무의 증가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율촌의 강점 중 하나는 외국 변호사, 회계사 등 우수한 크로스보더 업무 인력과 이들에 대한 리더십 역할 부여, 그리고 그에 따른 훌륭한 대우라고 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크로스보더 업무를 늘리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크로스보더 딜은 적게는 두 개 국가로부터 많게는 8~10개 국가가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거래 당사자들이 많아서일 수도 있지만, 거래 당사자 수가 적은 경우에도 국가별 각종 규제, 인허가 및 세무적인 이슈들로 인해 여러 국가를 경유해 투자나 기타 M&A 딜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수 국가가 관련된 딜의 경우 각 해당 국가별 법령, 제도, 세금뿐 아니라 관행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적절한 자문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국가들이 관련된 딜의 경험과 나아가 해당 국가들의 최근 법령, 판례 및 세무적 변동 사항까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율촌은 크로스보더 업무 인력 외에도 업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자체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기존 인력에 대한 훈련과 유능한 신규 인력의 확충을 통해 크로스보더 업무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고객들의 성공에 기여하고자 한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