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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14일 15: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철강·비철금속 산업이 탄소저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탄소저감이 더 이상 환경 의제에 그치지 않고 수출 등 통상 이슈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2027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통해 다탄소 배출 수입품에 대한 비용 부과를 앞두고 있고, 화석연료로 회귀를 선언한 미국도 보호무역 차원에서 유럽과 유사한 제도 도입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철강·비철금속 업계에는 탄소저감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에 상위권 철강·비철금속 기업들은 적극적인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을 통해 탄소 배출 감축에 나서고 있다. <IB토마토>는 국내 철강·비철금속 산업의 탄소저감 현황과 주요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고려아연(010130) (485,000원 ▼500원 -0.10%)이 꾸준한 탄소저감 투자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그 중간단계 연료인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에 투자해 비용 절감에 나선 영향이다. 고려아연은 호주 풍력발전소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중개업체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확대 중이다. 일련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탄소감축 실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수출 등 외형 확대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고려아연)
탄소저감 투자 확대
14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20년 이래로 탄소저감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른 투자다. 해당 로드맵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020년부터 2030년까지 공정효율 개선, LNG로 에너지원 전환, 설비 개선 등 방법을 통해 2019년 탄소배출량 대비 탄소 배출량을 2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탄소저감을 위해 2021년부터 가동한 자체 LNG발전소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500억원의 원가 절감을 가능하게 했다. 자체 LNG발전소를 구축할 경우 한전에서 전기를 덜 구매할 수 있어 원가 측면에서 유리하다. 산업용 전기 요금이 인상될수록 전기 요금 절감 효과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호주 자회사(SMC)는 자체 태양광 발전소 가동을 통해 원가 절감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고려아연은 자체 LNG발전소 가동을 통해 전력비 978억원을 절감했는데, 이는 전체 매출원가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직접 운영 발전소 등 투자로 인해 에너지 사용과 관련된 고려아연의 탄소 배출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고려아연의 스코프2(생산 과정에서 구매한 에너지의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 측정 기준)은 60만5858톤 수준으로 2022년(110만6536톤)대비 45.2% 감소했다. 에너지 직접 관리를 통해 원가 절감과 탄소저감이 가능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확대 중이다. 지난해 고려아연이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한 금액은 5666억원으로 지난 5년간 누적 신재생에너지 투자액은 1조원을 상회한다. 여기에는 호주 풍력발전소 건설 투자 등도 포함된다.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다양화되고 있다. 지난 3월 고려아연은 신재생에너지 중개업체인 한화신한테라와트 지분 33.3%를 취득하며 FI(재무적 투자자) 자격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규모 투자에도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은 현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에 따른 현금성 자산 지출도 수익성으로 메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과 은 등 귀금속 가격 상승, 안티모니 등 전략 광물 수출 확대 등이 수익성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1분기 고려아연의 별도기준 유동비율은 107.9%를 기록했다. 이번 상반기 고려아연 별도기준 누적 당기순이익이 533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382억원) 대비 57.7% 증가하며 유동비율이 131.1%로 뛰었다. 투자에 따른 유동성 축소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비관세 장벽화되는 탄소배출
고려아연의 탄소저감 투자는 향후 비관세장벽을 낮추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오는 2027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통해 탄소배출이 많은 지정 수입품목에 대해 탄소배출권 구매를 의무화한다. 사실상 탄소배출량이 많은 수입품에 대해 가격 인상 효과가 발생하며 수출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 현재는 철강, 알루미늄에 한정된 조치지만, 업계에서는 잠재적으로 범위가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비철금속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은 화석연료 사용 확대를 통한 에너지 가격 인하를 중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과거부터 꾸준히 탄소국경조정제도와 유사한 법안이 의회에 상정되는 등 향후 시행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 에너지 정책을 고려했을 때 탄소배출 문제는 환경적 의제보다 관세장벽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탄소저감이 선제적으로 실시돼야 비관세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탄소저감은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뿐 아니라 탄소배출량의 정확한 측정이 필요하다. 국내 비철금속 업계는 탄소배출량 데이터 측정 비용으로 인해 재무적으로 우수한 일부 상위 업체만 탄소배출량 측정 작업에 도전할 수 있는 실정이다. 고려아연은 금, 은, 동, 황산에 대해 탄소배출 배출량 측정 인증을 받았다. 고려아연의 탄소 집약도 지난해 기준 매출 10억원당 0.21톤(직접 배출 기준)을 기록했다. 직전연도(0.26톤) 대비 19% 감소했다.
고려아연 측은 최근 적극적인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에 대해 <IB토마토>에 “에너지 전환 대응 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분야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에 나섰으며, 향후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 분야에 적극적으로 협업할 것”이라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