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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모험자본 의무화)②벤처업계 '수혜'…회수·수익성은 과제
이 기사는 2025년 08월 22일 16: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으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의 발행어음 자금을 국내 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를 자본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번 조치로 자본시장의 중추인 종투사의 역할은 확대되지만, 동시에 리스크 관리와 자본 확충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IB토마토>는 이번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증권업계와 자본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모험자본 투자 의무화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는 벤처투자 업계다. 금융당국은 종투사에 발행어음·종합금융투자계좌(IMA) 자금의 일정 비율을 모험자본에 투자하도록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여당도 1000조원 규모 법정기금의 일부를 벤처·스타트업에 의무 투자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벤처업계 기대감이 크지만, 장기 회수 구조와 수익성 확보가 과제로 남는다.
 
당국·여당 주도 벤처투자 지원 나서
 
22일 국회에 따르면 윤병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벤처·스타트업 투자에 제도적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하는 '벤처투자 활성화 3법'을 대표 발의했다. 발의된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국가재정법' 개정안이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선 퇴직연금사업자의 비상장주식 투자가 가능하게 하는 안과 공적 연기금의 벤처투자 가능 비율 확대가 담겼다.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에선 벤처투자가 가능한 지금 수를 기존의 44개에서 '국가재정법' 상 모든 법정기금으로 늘리고 출자 비율도 기존 10%에서 15%로 상향하는 게 골자다. 이어 '국가재정법' 개정안 역시 기금의 여유자금 5% 이상을 벤처투자에 우선 활용하도록 운용 원칙을 법률에 명시됐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윤준병 의원실)
 
윤준병 의원실은 이번 발의 법안에 대해 “벤처·스타트업은 미래산업의 기틀을 마련하는 핵심 주체”라며 “이번 발의 법안이 모험자본 시장의 활성화를 견인해 투자수익 제고와 일자리 창출과 같은 다양한 파급효과를 실현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여당 주도의 법안 발의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모험자본 투자 의무화의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시장에선 금융당국의 발행어음 인가 초대형IB의 모험자본 투자 의무화를 두고 최대 수혜자로 벤처투자 시장이 뽑혔다.
 
김학균 벤처캐피탈협회장은 최근 금융당국의 모험자본 투자 의무화를 두고 "종투사 조달자금의 모험자본 확대는 고무적"이라며 "양적인 측면에서 투자 규모 확대와 구체적인 정책안을 바란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벤처투자 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을 그리기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행어음과 벤처투자 시장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나오는 현실적인 문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1년짜리 발행어음으로 벤처투자는 '수년'
 
발행어음업을 인가받으면 증권사는 자가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만기는 최대 1년 이내의 약정된 수익률을 제공하는 발행어음을 시장에 판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에 약정된 수익을 제공하기 위해서 증권사는 발행어음을 바탕으로 조달된 자금으로 약정 수익률 이상의 수익을 내야 한다.
 
하지만 벤처투자의 경우 통상적으로 수익실현까지 짧게는 7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험자본'이란 명칭이 말해주듯 신생 기업 가능성을 보고 모험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구조다.
 
서울 여의도증권가 (사진=IB토마토) 
 
이에 발행어음 조달자금으로 모험자본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만기가 짧은 자금조달 수단으로 수익 실현이 불확실한 장기투자를 해야 하기에 건전성 지표 관리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이론상으로는 1년짜리 발행어음을 수년간 지속적으로 재발행해 리파이낸싱을 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투자 벤처기업이나 펀드의 수익실현 이전 급격한 시중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이자 증가나, 투자 기업 지분 부실화로 인한 충당금 적립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증권업계 벤처투자 활성화는 단순히 제도 변경이 아닌 투자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 증권사의 벤처투자가 지속적으로 수년간 이뤄져 꾸준한 수익이 발생하는 한편, 해당 수익에 더해 발행어음 조달 자금이 다른 벤처투자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는 논리다.
 
온전한 시장 정착을 꿈꾼다
 
현재 추진 중인 모험자본 투자 활성화는 이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시장에 처음으로 도입될 때와 비슷하다. 지금은 금융가의 골칫거리 취급을 받고 있지만 처음 시장에 선보였을 당시만 해도 혁신이었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사진=한국투자증권)
 
2000년대 후반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당시 프로젝트금융본부장 상무)는 PF에 기초한 자산유동화증권(ABS)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처음으로 시장에 내놨다.
 
증권사의 부동산PF 진출 이전까지는 은행권 PF 대출 정도가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일부 사업장의 경우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나 시행사가 소위 ’명동의 큰 손‘과 같은 비 제도권 사채시장에서 돈을 빌리곤 했다.
 
김 대표가 2007년 부동산 금융을 통해 4조85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300억원 넘게 순이익을 기록하자 이후 증권사들은 너도나도 부동산PF 시장에 뛰어들었다. 부동산PF의 활성화 이후 건설 사업장에서 사채업자들이 사라졌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부동산PF와 벤처투자시장은 본질적인 구조는 비슷하다. 증권사 신용을 바탕으로 자금을 조달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사업의 미래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중간 과정에서 셀다운이나 셀업 등의 방식으로 수익 실현도 가능하는 점도 같다.
 
이에 발행어음 조달 자금을 통한 벤처투자가 자리를 잡기 위해선 꾸준한 딜 발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회전율을 높여 꾸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해야 사업이 온전하게 정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발행어음 인가를 위한 단발적인 투자 진행이 아닌 꾸준한 딜 발굴과 수익실현이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라며 "다만 아직 제도 도입 초기인 만큼 인원 충원과 사업 역량 확대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