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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8월 22일 18:4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으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의 발행어음 자금을 국내 모험자본에 의무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은행 중심의 금융구조를 자본시장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번 조치로 자본시장의 중추인 종투사의 역할은 확대되지만, 동시에 리스크 관리와 자본 확충 부담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IB토마토>는 이번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증권업계와 자본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초대형 IB들은 모험자본 투자 대상으로 A등급 이하 하이일드 채권에 가장 우선적으로 접근할 수 있지만, 해당 시장은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이에 정부는 A등급 이하 중견기업의 자금 조달을 촉진하는 보완책을 마련 중이며, 채권 주관시장에서는 틈새를 공략해온 증권사들의 시장 확대가 기대된다.
모험자본 투자 의무화, 시장 단비 '기대감'
22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올 상반기 회사채 순매수 액은 4조1209억원이다. 1년 전에 비해 19.5% 감소한 수치로 지난해 하반기 4조7489억원에 비해서도 13.3% 줄었다.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앞서 국내 채권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A등급 이하 저등급 채권을 매수하는 큰 손으로 부상했다. 작년 국내 주식시장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원금을 보장하기에 채권 투자 수요가 몰렸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의 회복과 더불어 연초 홈플러스 사태로 A등급 이하 채권에 대한 투심은 약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리테일 판매를 염두에 둔 저등급 채권 발행 주관도 이전보다 힘을 잃었다는 평가다.
이승재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비우량 회사채 순매수 강도가 낮아졌고 특히 개인 순매수가 약화됐다"라며 ”이는 올해 상반기 홈플러스 사태와 건설사들의 펀더멘탈 악화로 주식보다 안정성을 내세운 채권에 대한 투심을 약화시켰다“라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초대형IB 모험자본 투자 의무화는 시장의 단비가 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모험자본 투자 비율을 늘려야 하는 초대형IB 입장에선 저등급 회사채는 가장 손쉬우면서도 안정적인 투자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회사채 발행 '마중물'
발행어음 인가 초대형IB의 자금 수요가 예상되지만 한편으로는 현재 저등급 채권 시장 규모가 아직은 발행어음 투자 수요를 충족할 만큼 크지 않다는 점은 과제다. 시장 수요 증가 전망에도 불구하고 공급 측면에서 지원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A등급(A+~A-) 회사채 발행 총액은 9조800억원이다. 이어 BBB등급(BBB+~BBB-) 회사채 발행 총액은 1조2020억원에 불과하다. 올 2분기 말 기준 주요 증권사 발행어음 조달 잔액 규모가 44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시장 자체 규모는 작다.
(사진=금융위원회)
이에 금융당국은 중견기업의 회사채 진출을 위한 지원 정책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한국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함께 ‘중견기업 QIB 회사채 프로그램’을 출범했다.
2012년 도입된 QIB 제도는 금융기관과 펀드, 연기금과 같은 공적 기관이 신용을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앞서 해당 제도는 주로 국내 대기업의 해외 채권발행에서 주로 사용돼 왔다. 금융당국은 이를 국내 회사채 시장으로 확대해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중소기업에 대한 QIB 회사채 프로그램 지원은 담보대출 중심에서 직접금융 중심으로 전환되는 첫걸음”이라며 “공모 회사채 시장을 조성하고 더 많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저등급 채권 수급 개선 확대 전망
정부의 지원에 맞춰 하이일드 채권 시장에서 가장 주목되는 증권사로는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039490) (94,000원 ▲200원 +0.21%)이 꼽힌다. 이들 증권사는 앞서 전통IB 강화에 나서면서 특히 채권자본시장(DCM)에서 괄목할 성장을 이뤘다. 특히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BBB급 채권을 주관해 발굴 능력을 입증한 바 있다.
(사진=각 사)
신한투자증권은 JTBC를 비롯한 중앙그룹 미디어 관계사의 채권을 주관한 바 있다. 당시 중앙그룹 미디어 관계사들은 누적된 적자와 불안한 시장 전망으로 주관에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리테일망을 활용해 채권을 소화하면서 중앙그룹의 든든한 자금조달 파트너로 떠올랐다.
키움증권도 시장에서 꺼리던 삼척블루파워 채권 주관과 인수에 성공했다. 삼척블루파워는 국내에서 마지막에 건설된 석탄화력발전소로 채권 미매각이 잦아 고난도로 평가돼왔다.
다만 시장에선 저등급 채권 수급 개선은 점진적인 확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파격적인 자금 수요 증가보다는 점진적인 딜 발굴과 시장 성장이 병행된다는 논리다.
김상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발행어음으로 채권시장에 들어오는 자금은 10조원 안쪽으로 예상되고, 몇 년에 걸쳐 유입되기에 개선요인이 될 수 있다”라며 "채무증권에 대한 증권사 투자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수급 개선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