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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1월 24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외 식·음료(F&B) 매물들이 투자 시장에서 연이어 고전하고 있다. 매각 측이 제시하는 밸류에이션은 한창 F&B 시장이 각광받을 당시 적용된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있지만, 원매자들은 수익성 제고 한계를 이유로 적극적인 인수 의향을 보이지 않는 분위기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노랑통닭, 디저트39, 피자나라치킨공주 등 프랜차이즈 F&B 매물이 올해 매각 협상 과정에서 내부 투자심사위원회의 이견과 투자자들의 부정적 반응 등으로 인해 무산됐다.
매각 무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밸류업 여지에 대한 의문이다. 국내 외식·식음료 시장은 사실상 포화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카페·베이커리·치킨·버거·디저트 등 주요 카테고리는 이미 과점·레드오션 구조를 보이고 있어, 특정 브랜드가 점유율을 단기간에 올리기 어렵고, 신규 확장도 이전만큼 공격적으로 진행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피자나라치킨공주)
피자나라치킨공주, 노랑통닭 등 줄줄이 매각 좌절
실제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해온 피자나라치킨공주(피나치공)의 경우, SG프라이빗에쿼티가 피나치공 운영사인 리치빔 지분 100% 인수를 위해 실사를 진행하던 중 투자심의위원들과 출자자(LP)들의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지면서 무산됐다.
피나치공은 초저가 판매로 수익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짜왔지만, 수익성 제고 가능성이 크지 않아 투심위원들과 LP를 설득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장과 배달로만 점포 운영하는 전략으로 인건비를 크게 낮추면서 작년에만 무려 211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향후 밸류업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로만 보면 피나치공은 피자 프랜차이즈 강자인 도미노피자(70억원), 파파존스(34억원)를 앞선다. 2만원 초반대부터 시작하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피자와 치킨, 콜라를 함께 제공하는 세트 메뉴가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SG프라이빗에쿼티 측은 가성비 전략을 그대로 고수하며 수익성 제고를 이끌어낼지 의문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10대 치킨 프랜차이즈 중 하나로 꼽히는 노랑통닭 매각도 비슷한 이유로 무산됐다. 노랑통닭은 지난 5년간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약 두 배 성장하는 등 성장 곡선을 그리면서 매력적인 매물로 평가됐다.
그러나 필리핀 식품 기업 졸리비는 지난 9월 노랑통닭 지분 100%를 보유한 큐캐피탈파트너스-코스톤아시아와의 협상 과정에서 원가 급등 가능성을 이유로 기존에 논의되던 가격에서 20% 이상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이후 밸류업에 대한 의문과 성장성 대비 매도자 측에서 요구하는 멀티플을 인정하기엔 원가 상승에 대한 부담 등이 협상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전언이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F&B 매물은 현재 M&A 시장에서 대표적인 ‘비선호 매물’ 중 하나라는 평가다. 출점 속도도 둔화되고, 온라인 매출도 제한적이라 내수 기반 브랜드로는 낮은 가격에 인수해도 향후 엑시트 전략을 짜기에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 사모펀드(PEF) 심사역은 <IB토마토>에 “내수 기반 브랜드는 성장 스토리를 설계하기가 어렵다”며 “과거에는 외식 브랜드를 사서 프랜차이즈 확대, 리테일 확장으로 가치 제고가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기업공개(IPO)는 밸류가 안 나오고, 전략적투자자(SI)는 관심이 제한적이라 원매자가 붙기 어렵고 엑시트 플랜을 설계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국내 가맹 브랜드 감소 본격화…F&B 기피하는 LP
국내 F&B 시장은 최근 소비 위축과 비용 상승 등으로 축소 구간으로 들어섰다. 공정거래위원회 ’2024년 가맹사업 분석 현황’에 따르면 국내 가맹 브랜드 수는 지난해 말 기준 1만2377개로 전년 대비 0.4% 감소했다.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첫 감소다.
다른 업종에 비해 브랜드 생명주기가 짧고, 수익성 제고가 쉽지 않다는 리스크도 있다. 최근 외식업 원가(원두·밀가루·우유), 인건비, 배달 플랫폼 수수료 등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대부분 브랜드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하락하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더본코리아(475560) (51,400원 ▲17,400원 +33.85%)의 IPO 이후 주가 부진, 런던베이글뮤지엄 사고로 인한 국내 LP의 신뢰 하락 등 악재가 연이어 겹쳤다.
시장 상황이 이렇다보니 LP와 위탁운용사(GP) 모두 F&B 분야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졌고, 최근 매물로 나온 브랜드 대부분이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며 매각이 장기화되는 상황이다. 신규 브랜드가 부상하더라도 1~2년 사이 급격히 소멸하는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업계 내에선 내수 기반에 한정된 F&B 매물이 향후 M&A 시장에서 높은 EBITDA 멀티플을 인정받기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거엔 앵커에쿼티파트너가 투썸플레이스를 멀티플 약 10배를 적용한 가격에 인수해 칼라일에는 약 13배를 적용해 넘겼고,
유니슨(018000)은 공차를 약 7배로 인수해 TA어소시에이츠에 11배 수준에 매각했지만, 주로 K-푸드 열풍을 타고 해외 진출이 이뤄졌던 기업들이다.
PEF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LP 입장에선 F&B 분야가 위험 대비 내부수익률(IRR)이 안 나오는 판단이 확고해지는 분위기”라며 “원가·임대료 외에도 다양한 변수에 크게 흔들리는 업종이라 예전 멀티플을 고집하면 매각이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