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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10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기업 경영의 법적·제도적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사회 운영과 주주권 행사, 감사위원 선임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은 단순히 법률 리스크를 방어하는 수준만으로는 안정적인 경영을 담보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법률·경영·시장 신뢰'를 함께 고려한 전략적 법무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법무법인 율촌의 장보성 변호사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한가운데에서 기업지배구조, 인수·합병(M&A), 컴플라이언스 분야를 아우르는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기업법무 및 금융(Corporate & Finance)부문에서 활동하며 전통적인 M&A는 물론 이사회 운영, 내부통제, 상장(IPO) 및 상장유지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자문 경험을 쌓아왔다. 특히 율촌 컴플라이언스팀 공동 팀장으로서 사전적 법적 위험 관리를 강화하며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 기반 마련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수의 IPO 프로젝트를 동시에 이끌며 자본시장 규제 환경 변화에 맞춘 자문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장보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다음은 장보성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현재 율촌에서 담당하시는 주요 업무 영역을 소개해 달라. 기업법무 및 금융 분야에서 주력으로 수행하고 계신 자문 분야와 그 특징은 무엇인가?
△흔히 이야기하는 ‘M&A 변호사’라고 보시면 된다. 다만 M&A 변호사라고 해서 거창한 특정 분야만 담당 한다기보다는, 기업 고객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법률 문제를 다룬다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구두로 1분 안에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계약 검토부터 2조원 규모에 이르는 대형 인수·합병 거래, 기업지배구조 개편과 같은 복잡한 프로젝트까지 폭넓게 수행하고 있다.
기업법무·기업 일반 자문 변호사의 본질은 '고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파악해 그에 맞는 해법을 제시하는 데 있다. 저는 여기에 더해 율촌 컴플라이언스팀의 공동 팀장으로서 사전적으로 법적 위험을 낮추는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현재 다수의 상장(IPO) 및 상장유지 자문도 병행하고 있다.
-기업 의사결정과 밀접한 M&A·지배구조·컴플라이언스 분야 자문 경험이 많다. 최근 가장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는 영역과 그 배경은 무엇이라 보나?
△실무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컴플라이언스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관심 급증이다. 예전에는 컴플라이언스 문제에 비용을 들이는 것에 대해 기업들이 상당히 주저했다. 사고가 터지기 전에는 성과가 눈에 잘 보이지 않고, 비용으로만 인식되기 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 정부 출범 이후 상법·자본시장법 개정,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각종 제도가 추진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의무 공개매수 제도 도입 논의 등으로 인해 '사전에 컴플라이언스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큰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됐다.
실제 자문 현장에서 보면 임직원·임원 대상 컴플라이언스 교육을 정기적으로 도입하고, 내부 규정과 운영 기준을 정비하는 프로젝트를 새로 시작한 기업이 크게 늘었다. 과거에는 대기업 중심이었던 영역이 이제는 중견·중소기업까지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상법 개정과 주주권 강화 논의가 활발하다. 실제 자문 과정에서 기업의 이사회 운영과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나?
△기업들의 고민이 매우 크다. 정책의 방향성 자체에 강하게 반대한다기보다는, 개정법이 시행된 지 오래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훨씬 더 크다고 느낀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해석을 제시할 수 있지만, 그것이 향후 법원과 감독당국에 의해 100% 동일하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 기업들은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 1번 타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의사결정을 미루는 이사회도 실제로 존재한다.
교환사채(EB) 발행처럼 주주가치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사안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비교적 소규모 기업들은 여전히 EB 발행을 적극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형 상장사들은 법적·평판 리스크를 의식해 EB 발행 등을 두고 상당히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많은 기업이 이미 컴플라이언스 체계 정비, 지배구조 개선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법원, 감독당국이 유권해석과 가이드라인을 적극적으로 제시해 기업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보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KB금융지주의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 포스코·SK 등 대기업 M&A 자문을 다수 수행해 왔다. 지배구조 개편이나 대형 인수 거래에서 법률 자문이 전략적 역할을 수행하는 핵심 지점은 어디라고 보나?
△모든 자문의 출발점은 '고객이 무엇을 진짜로 원하는가'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있다. 고객이 어떤 제품이나 회사를 ‘얼마에, 얼마나 빨리, 어떤 조건으로’ 매각하고 싶어 하는지에 따라 자문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절차 관리란, 말 그대로 거래 일정과 필요한 문서를 미리 준비하고 이사회·주주총회·규제승인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중요한 역할이지만, 전략적 자문은 그 이전 단계에서 시작된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법적으로 무엇이 위험한가'가 아니라 '결국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구두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일을 수십 페이지짜리 완벽한 계약서로 만드는 것은 겉보기에는 전문적인 것처럼 보여도, 고객 니즈에 부합하지 못한 실패한 자문일 수 있다. 반대로, 고객이 생각하던 거래구조보다 더 적합한 대안을 제시해 실제로 채택되도록 하는 순간이 바로 법률 자문이 전략 기능을 수행하는 지점이다.
-행동주의 주주,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내부거래·지배구조 이슈 등 복합적인 압박 속에서 가장 취약한 지배구조 리스크는 무엇이며,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아주 단순화해서 말하면, 대부분의 압박은 두 가지 요인에서 나온다. 첫째는 지배주주의 낮은 지분율, 둘째는 이사회 운영의 불투명성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구조지만, 실제 지분율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적대적 M&A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백기사(우호적 주주)를 두거나, 자기주식 취득을 통해 의결권이 있는 주식 수를 줄여 상대적으로 지배주주의 영향력을 높이는 방식이 자주 활용됐다. 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집중투표제를 정관으로 배제하거나 시차임기제를 도입해, 지배주주에 반대하는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시도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배당 확대 요구,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요구가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단순한 방어 논리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환경이 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지분율을 확보하는 한편, 주주친화 정책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동시에 차등의결권, 포이즌필(poison pill)과 같은 제도적 장치도 공론장을 통해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포이즌필은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측이 경영권을 확보했을 때 막대한 비용이나 불리한 조건이 작동하도록 설계해, 사실상 공격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지배주주의 권리를 무제한적으로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범위에서 기업을 약탈적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자는 의미다.
-한국 기업의 동남아 진출이 증가하고 있다. 현지 인수·투자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법적 리스크는 무엇인가?
△모든 동남아 국가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의미의 ‘법치 시스템’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법–시행령–시행규칙–행정규칙이 체계적으로 정비돼 있어, 인허가 요건과 절차를 비교적 명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반면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법 조문만 있고 하위 규정이 없거나, 법에 근거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내부 정책’을 이유로 외국인 지분율 제한 등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예전부터 그렇게 해 왔다”는 관행이 공식 기준처럼 작동하는 경우도 있어, 처음 진출하는 기업들이 상당히 당황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풍부한 실무 경험과 현지 정부 관계당국과의 우호적 관계가 리스크 관리의 핵심 열쇠가 된다. 율촌은 2007년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를 시작으로 하노이, 미얀마 양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잇따라 사무소를 열며 동남아 관련 자문 경험을 꾸준히 축적해 왔다. 한국 기업이 동남아에서 “법에는 없는데, 내부 정책상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과거 사례에 기반한 현실적인 길을 함께 찾는 것이 중요하다.
-청탁금지법, 금융 컴플라이언스 등 다수의 준법·내부통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최근 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를 '사후 대응'이 아닌 '경영 체계'로 관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는데, 실제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체감되나?
△크게 보면 상법 개정, 자본시장법 개정, 경영책임 강화 기조와 모두 맞닿아 있는 변화다. 컴플라이언스는 전형적으로 ‘비용’으로 인식돼 왔기 때문에, 과거에는 대기업조차 꼭 필요한 공정거래법 컴플라이언스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견·중소기업들도 공정거래법뿐 아니라 청탁금지법, 이사회 운영, 내부 규정 정비, 부패방지 컴플라이언스와 임직원 교육 프로그램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이 법령 위반으로 부담해야 할 제재와 평판 리스크가, 컴플라이언스 체계 구축 비용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컴플라이언스를 ‘비용’이 아니라 ‘보험료’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큰 기업들은 막대한 컴플라이언스 예산을 쓰면서도 “그 편이 더 싸다”고 판단한다. 저는 워런 버핏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것을 잃는 데는 5분이면 충분하다.” 이 한 문장이 컴플라이언스의 본질을 잘 설명한다고 생각한다.
-중장기 리스크를 줄인 대표적 자문 사례가 있다면? 그 과정에서 어떤 판단이 중요했다고 보나?
△변호사의 역할은 고객을 대신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논증, 그리고 고객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 필수적이다.
주식 및 경영권 매매 거래에서 매도인을 자문한 사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매도인은 매수인과의 신뢰 관계를 이유로 매도인 보호 조항을 최소화한 계약을 원했고, 매수인이 제시한 계약서를 거의 그대로 수용하려는 상황이었다. 그때 단순히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은 변호사의 역할을 넘어서는 것이고, 또 효과적인 방법도 아니다.
그래서 계약서의 구조와 역할, 향후 5년·10년 뒤에 어떤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지, 그때 이 조항들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는지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들여 설명했다. '결국 결정은 대표님이 하셔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가능한 경우의 수를 일반론 차원에서 꼼꼼히 짚어드린 것이다.
그 과정에서 고객이 스스로 위험을 인식하고 '반드시 들어가야 할 조항은 넣자'는 결론을 내렸고, 거래도 무리 없이 마무리됐다. 저는 이것이 단순히 한 번의 거래를 성사시킨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기업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적 자문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율촌에서 변호사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기업법무 변호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고객이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해줄 때다. 율촌의 가장 큰 강점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을 통해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탁월한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가진 변호사들이 한 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복잡한 사안일수록 율촌이 가진 시너지가 잘 드러난다.
저의 목표는 선후배·동료들과의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 최선의 자문을 제공하고, 그 결과 고객의 성공을 돕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금전적 보상이나 외형적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믿는다. 변화하는 법·제도 환경 속에서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고객과 시장의 신뢰를 받는 자문을 계속 제공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