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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PE 생존기)②K-뷰티 M&A, 사모펀드가 주도
이 기사는 2025년 12월 9일 14:4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국내 사모펀드(PE) 시장은 대형 딜 가뭄을 겪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선 대기업들의 사업 재편에 따른 비핵심 사업부 매각과 미드캡에 딜이 집중되어 있고, 1조원대 이상 딜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투자금 회수(엑시트) 불확실성이 커지자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더 확실한 곳으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평가다. <IB토마토>는 올 한 해 나타난 PE 업계 지형 변화와 그 배경을 종합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올해 K-뷰티 M&A 시장은 사모펀드(PEF)를 중심축으로 움직였다. 그동안 국내 화장품 산업의 인수·합병은 아모레퍼시픽(090430) (132,000원 ▲5,000원 +3.79%), LG생활건강(051900) (336,000원 ▲11,500원 +3.42%), 애경산업(018250) (18,110원 ▲600원 +3.31%) 등 대기업 중심의 전략적 투자자(SI)들이 견인해왔지만, 2025년 시장을 이끈 주체는 국내외 PEF였다. 단일 브랜드 인수에 머물렀던 흐름은 제조·패키징·유통·서비스까지 확장되는 ‘풀 밸류체인’ 전략으로 진화했고, 특히 해외 유통망 확보를 위한 공격적 투자까지 더해지며 K-뷰티 M&A의 체질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K-뷰티, 투자 섹터 전방위 확장…현지 유통 사업까지 PEF 침투
 
올해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띈 특징은 PEF가 화장품 산업의 밸류체인(연구개발-제조생산-유통-마케팅) 중 거의 모든 섹터에서 주도권을 쥐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글로벌 PEF 콜버그크비스로버츠(KKR)는 화장품 패키징 분야의 강자인 삼화를 약 8000억원에 인수하며 제조·공급망 영역으로 발을 넓혔다.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기준으로 무려 멀티플이 19배에 달해, 기존 주인이었던 TPG캐피탈은 삼화를 3000억원에 인수한 지 2년 만에 2.5배가 넘는 매각 차익을 남겼다.
 
미용의료 기기와 헤어 분야의 진출도 눈에 띈다. VIG파트너스는 미용기기 업체 비올을 인수하며 고성장 의료·뷰티 디바이스 시장을 선점했고, 블랙스톤은 헤어살롱 브랜드 준오헤어를 인수하며 K-뷰티 서비스 분야까지 투자 범위를 확장했다.
 
PEF의 약진은 국내 플랫폼 기업인 구다이글로벌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구다이글로벌은 IMM프라이빗에쿼티, 프리미어파트너스, JKL파트너스 등 FI를 대거 끌어들이며 티르티르, 라카, 크레이버, 서린컴퍼니, 스킨푸드 등 10여 개 브랜드를 사들이며 그룹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사진=실리콘투)
 
K-뷰티 가치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해외 유통망을 확보한 기업이 훨씬 높은 매각가를 인정받는 흐름이다. 제품력은 어느 정도 상향 평준화된 반면, 글로벌 유통 채널은 여전히 높은 진입장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구다이글로벌은 티르티르를 약 1500억원을 들여 인수하며 일본 현지 유통 파트너를 수월하게 갖췄고, 베인캐피탈이 보유한 클래시스는 남미 1위 의료기기 유통사 JL헬스를 1000억원 수준에 사들여 남미 시장에 구축되어 있는 촘촘한 유통망을 확보했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올해는 해외 유통 사업을 주도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K-뷰티 글로벌 유통 기업인 실리콘투(257720) (7,880원 ▼240원 -3.04%)의 경우, 현재 전 세계 175개국, 약 7000개 고객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현지 법인을 둔 나라만 12개에 달한다. 역할 분담을 통해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뷰티 브랜드는 실리콘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
 
실리콘투의 해외 유통망 확장은 올해 초 국내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약 15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면서 가속화됐다. 실리콘투의 글로벌 물류 허브 선점 전략 가능성을 내다본 글랜우드PE의 투자는 현재까지 적중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K-뷰티는 SI 중심 시장이었지만 최근에는 PEF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산업 전반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화장품 산업 특성상 진입 장벽이 낮아 사실상 모든 세그먼트에서 PEF가 침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뷰티 고평가 논란도…“트렌드 빠르고 모방 쉬워”
 
다만 일각에선 몸값 상승 속도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최근 상장사 에이피알(278470)(APR)의 시총이 아모레퍼시픽을 넘어선 사례가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과열시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APR는 지난 8월 시가총액이 7조9322억원을 돌파하면서 아모레퍼시픽(7조5339억원)을 추월했다.
 
일부 대형 PEF는 K-뷰티 투자를 아예 배제하고 있다. 기술적 진입장벽이 낮고 경쟁이 금방 과열되기 때문에 장기투자를 요구하는 PE 구조와는 맞지 않는 섹터라는 것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기반 산업 특성상 모방이 쉽고 소비 트렌드가 지나치게 빠르게 변한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관련 업계에선 아직까지 K-뷰티 거품론보다 성장성을 더 높게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3대 사모펀드 중 블랙스톤·KKR 두 곳이 이미 K-뷰티·미용 분야에 투자했고,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손에 꼽히는 프랑스 로레알그룹도 3CE를 약 60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닥터지를 2550억원에 인수하는 등 굵직한 인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PEF는 단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K-뷰티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핵심 플레이어”라며 “과거에는 잘 나가는 브랜드 하나가 딜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여러 브랜드와 제조 기반, 유통 채널, 서비스 플랫폼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이 훨씬 높은 프리미엄을 받기 때문에 투자 전략이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