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1월 23일 18:0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국정 핵심 과제로 내세우며 금산분리 원칙의 예외적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결합을 차단해 온 금산분리 제도는 40년 넘게 유지돼 온 핵심 규제다. 다만 대규모·장기 투자가 불가피한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현행 제도가 투자 구조의 유연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재계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IB토마토>는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실제 기업들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련 기업들의 재무 구조와 투자 전략을 중심으로 점검하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현대자동차그룹과 한화그룹이 금융 계열사와 산업 부문 사이에서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지주사 전환이 무산된 이후 금융과 산업을 병행하는 기존 구조를 유지하며 전속금융사 중심의 캡티브 모델을 강화해 왔다. 반면 한화그룹은 최근 인적분할 과정에서 금융 부문을 기존 지주사에 존속시키며 향후 금산분리 규제 완화 국면에서 투자 재원 활용 여지를 남겼다. 두 그룹 모두 지주사 전환이나 금융 계열 분리 대신 금융과 산업의 거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신사업 추진을 준비하며 정책 변화의 시점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차그룹 본사(왼)와 한화그룹 본사빌딩(사진=각 사)
현대차, 3개 순환출자 구조…자율주행·로봇 등 신사업 투자 창구 불가피
당시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전환에 실패하면서 금산분리 규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현행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국내 자회사를 보유하려면 해당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한다. 또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게 되면 자회사가 타기업을 공동투자하거나 인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최근 자동차산업이 미래 모빌리티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은 필수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주사 체제에 당분간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완성차 판매 경쟁력은 물론 자율주행, SDV, 로봇 등 신사업 투자를 진행하려면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등 금융 계열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의 전속 캡티브 금융사인 현대캐피탈은 차량 판매와 직결된 할부·리스 사업을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캐피탈의 금융채권 가운데 자동차할부금융 자산 비중은 56.49%에 달하며 그룹 내 판매 인프라로서의 역할이 재무 구조 전반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현대차그룹은 지주사 전환이 금산분리 규제로 막혀 있어 금융 계열사를 글로벌 판매망과 연계한 캡티브 모델로 키우고 있다"며 "금산분리 완화 논의가 진전되면 현재 구조에서도 금융 자금 조달 역량을 활용할 여지가 생긴다"고 말했다.

한화, 인적분할서 금융 부문 ㈜한화에 그대로...리스 활용 투자 대비
한화그룹은 최근 지주사 인적분할을 거치면서 기존 ㈜
한화(000880) (25,300원 ▼150원 -0.59%) 지주사에 조선·방위산업·에너지 부문을 존속시키고 유통·테크·라이프·반도체 부문을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로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이 과정에서 한화생명·한화손해보험·한화투자증권 등 금융 계열사는 기존 ㈜한화 아래 유지하는 방향을 고수했다.
시장에서는 한화가 이번 분할에서 금융 부문을 떼어내지 못한 배경에 향후 금산분리 완화 시 금융 자금을 활용한 투자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국가성장펀드와 연계해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면서 한화도 한화생명 등 금융 계열사의 자금을 활용한 리스 구조를 만들어 방산·조선·에너지 등 주력 사업의 투자를 확대할 길이 열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과 마찬가지로 한화 또한 그룹의 중심이 되는 방산·조선 등 주력 사업의 투자 규모가 상당해 금융 계열사를 통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높은 구조다. 정부가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특수목적법인(SPC) 외부자금 비중 제한 완화 등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한화 역시 금융 부문을 활용한 투자 재원 확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도 있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인적분할 이후에도 분할존속회사인 ㈜한화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비금융 주력 자회사와 금융 계열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통합 기준 신용도 관점에서 구조 변화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한화그룹 측은 <IB토마토>에 "이번 인적분할 과정에서 기존 사업과 금융부문의 시너지도 함께 염두해 결정한 것"이라며 "향후 금융 부문에 대한 분할 및 사업 분리 등은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