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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로봇패권 경쟁)②금속에서 고무로…휴머노이드 핵심은 '소재'
이 기사는 2026년 03월 9일 15:5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시장이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중국은 과잉투자를 막기 위해 인위적 구조조정이라는 승부수를 던졌고, 일본과 함께 소재 강국으로서 로봇의 '근육'과 '피부'에 해당하는 핵심 소재 시장을 선점하며 하드웨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연구·개발(R&D) 지연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중국의 정책 선회가 우리 산업에 던지는 반전의 기회를 짚어보고, 소재·부품·제조 기업이 '원팀'으로 미래 로봇 패권을 거머쥘 전략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의 하드웨어 중심이 금속에서 부드러운 소재로 이동하고 있다. 글로벌 소프트 로보틱스 시장이 10년 내 18배 이상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본과 중국의 소재 공룡들이 로봇의 근육과 피부에 해당하는 핵심 소재 기술을 선점하며 하드웨어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로봇 관절부 충격 흡수 소재 및 유연 센서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본격적인 로봇 양산 시대에 직면할 '소재 종속' 위기와 원가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연합뉴스)
 
금속에서 '고무'로…소재, 로봇 원가 40% 결정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격전지는 강철이 아닌 고무와 실리콘 같은 연성 소재로 옮겨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는 중국 자동차 부품 업체인 닝보 퉈푸 그룹이 생산한 합성고무 기반 액추에이터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로봇의 구동부가 딱딱한 금속 관절에서 인체의 근육과 유사한 충격 흡수형 부드러운 소재로 진화하고 있다는 업계 흐름을 드러낸다.
 
최근 시장 조사결과를 종합해보면, 글로벌 소프트 로봇 시장은 2024년 18억 9000만달러 규모에서 10년 뒤인 2034년 353억 3000만 달러(약 47조원) 규모로 연평균 34.8%씩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소재 기술력이 로봇 원가의 약 40%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에서 액추에이터(관절 모듈)는 전체 핵심 부품 가치의 약 56%를 차지하는데, 이 액추에이터의 성능과 내구성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고무와 실리콘 등 탄성체 소재 설계 기술이기 때문이다.
 
 
일·중 '소재-부품-모듈' 수직계열화로 진입장벽 구축
 
소재 강국인 일본과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기업들은 이미 소재 개발부터 관절 모듈, 로봇 손, 인공 피부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상향 통합하며 하이엔드 로봇 시장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일본의 타이어 제조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인 브리지스톤은 고무 튜브를 팽창·수축시켜 사람 손보다 5~10배 강한 힘을 내는 '고무 근육' 기반의 로봇 손 상용화에 성공했다. 신에츠화학은 압력과 온도를 감지하는 실리콘 기반 '스마트 스킨(인공 피부)' 특허를 선점했으며, 스미토모 리코는 전도성 고무를 활용한 유연 촉각 센서를 개발해 로봇 전신에 부착 가능한 센싱 구조를 확보했다.
 
중국도 만만치 않다. 테슬라의 파트너인 닝보 퉈푸 그룹은 자동차용 소음·진동·충격(NVH) 저감 기술에서 축적한 소재 기술을 로봇용으로 전환해 액추에이터를 내재화했다. 이들은 약 50억위안(약 90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로봇 핵심 부품 생산능력(CAPA)을 구축하는 등 양산 경쟁력에서도 앞서나가고 있다.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생태계도 최근 실증 단계를 넘어 상용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주요 로봇 기업 가운데 한 곳인 뉴로메카(348340) (33,750원 ▲450원 +1.33%)는 의료용 휴머노이드 '에이르(Eir)'의 양산 준비를 마치고 상반기 중 양산을 목표로 고객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에스피지(058610)는 한국기계연구원과 협력해 개발한 휴머노이드용 액추에이터를 오는 6월 양산할 예정이며, 에이로봇 역시 자체 개발한 리니어 액추에이터를 적용한 '앨리스 M2'를 통해 2028년 상용화를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경우 소재 및 센서 제품을 해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국내 로봇 제조사 다수는 로봇 관절용 특수 고무, 실리콘, 고정밀 유연 센서(촉각·압력 등) 분야에서 일본, 중국, 유럽 공급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호석유(011780)화학과 롯데케미칼(011170), LG화학(051910) 등 국내 주요 화학 대기업들이 존재하지만, 이들 기업의 로봇 전용 특수 소재 포트폴리오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대차(005380)그룹의 아틀라스 등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수요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로봇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통합 역량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소재 과학이 뒷받침되지 않는 하드웨어는 결국 반쪽짜리 국산화에 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한국로봇산업협회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액츄에이터 등 부품의 소재부문에서 기술력이 가장 앞서고 있는 곳은 일본"이라면서 "중국 역시 내수기반으로 많은 레퍼런스를 쌓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아예 뒤지는 형국은 아니지만, 일본 등에 비해서는 기술력이 아직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실제 현장에서는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석유화학사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아직 고객사에서 휴머노이드 관련 주문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라 액츄에이터에 들어갈 소재 관련 제품은 개발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