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4월 29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가상자산 시장은 이미 수치상으로는 제도권 금융에 근접했다. 이용자 1000만명, 하루 거래대금 수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법적 기반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투자자 보호 중심의 단편적 규제는 존재하지만 발행과 유통, 스테이블코인, 파생상품 등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체계는 부재한 상황이다.
결국 ‘가상자산=투기판’이라는 낡은 오명을 벗기 위해 국회가 나섰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러한 구조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이른바 ‘가상자산 3법’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은 가상자산기본법안·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으로 구성된 해당 법안은 산업을 규제하는 억제 장치가 아니라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기본 틀이라고 강조한다.
법안에는 가상자산위원회 설치, 복수 실명계좌 허용, 전문이용자 대상 전담 중개업 신설 등 시장 구조를 바꿀 만한 내용들이 담겼다. 미국과 유럽이 디지털 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만 규제 공백 상태에 머물 경우 기업과 자본의 해외 유출을 막기 어렵다는 위기의식도 법안 추진 배경으로 깔려 있다.
<IB토마토>는 가상자산 3법 입법의 중심에 선 김성원 의원을 만나 법안의 설계 의도와 시장에 미칠 파급 효과를 직접 들었다.
김성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사진=IB토마토)
다음은 최용민 산업부장이 김성원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가상자산 3법을 대표 발의한 배경은 무엇인가.
△가상자산 시장이 이용자, 거래 규모 등 숫자상으론 이미 제도권 금융이다. 하지만 법적 기반은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은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에만 치중돼 있다. 가상자산의 발행과 유통, 스테이블코인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튼튼한 룰’을 만들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가상자산기본법안에서 가장 주목받는 내용 중 하나가 가상자산위원회 신설이다. 설치 목적과 역할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금융위원회 산하의 가상자산 컨트롤타워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시장은 변화의 속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전통 금융의 잣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위원회를 통해 시장과 사업자에게 전문적인 자문을 제공하고 글로벌 규제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핵심 기구다.
-금융위 인가 의무화나 승인 사업자에 한정한 파생상품 업무 허용 등을 두고 규제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규제를 강화해 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은 오해가 있다. 오히려 글로벌 기준에 맞는 안전판을 구축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생각한다. 스테이블코인이나 파생상품 업무 등은 거시경제와 시스템 리스크에 직결된다. 다시 말해 기초 공사가 튼튼해야 투자와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한 것처럼 리스크 관리 능력이 검증된 사업자에게만 허용함으로써 무분별한 상품 남발을 막고 시장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이다.
-가상자산 파생상품 판매가 허용되면 변동성이 더 커져 개인 투자자 피해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한 균형점은 어떻게 잡을 것인가.
△무조건 금지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내 자본이 규제가 없는 해외 거래소로 유출되는 ‘풍선효과’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안전장치를 법안에 담은 만큼 개인 투자자 보호를 염두에 뒀다. 엄격한 이용자 적합성 기준을 적용하고, 금융위가 총위험노출액을 통제하며, 상근 책임자의 사전 승인을 의무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리스크가 개인에게 무분별하게 전가되는 일은 원천 차단될 것이다.
-전문이용자 대상 가상자산 전담 중개업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나. 향후 하나의 전문 직역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나.
△전통 자본시장의 프라임 브로커 모델을 가상자산 시장에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에게 자금대출, 증권대여, 결제·청산 등 거래 전반의 금융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중개업체처럼 투자 위험을 감수할 능력이 철저히 검증된 국가기관·한국은행·금융기관 등 전문이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들에게 가상자산 대여·중개·신용공여 등 고도화된 B2B 금융 업무를 제공하게 되며 이는 향후 기관투자자 중심의 시장 고도화를 이끌 핵심 축이 될 것이다.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에서 복수 실명계좌를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 ‘1거래소 1은행’ 규제가 시장에 어떤 왜곡을 만들었다고 보나.
△이 규제는 자금세탁 방지라는 명목으로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이용자 선택권 제한·혁신 유인 저하·중소형 거래소의 은행 종속·대형 거래소 리스크의 단일은행 집중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 이번 조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시장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시장 정상화의 첫걸음이다.
김성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IB토마토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사진=IB토마토)
-복수 계좌 허용 시 자금세탁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해당 우려는 구조적으로 원천 차단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자금 이동을 동일 은행 내에서만 제한하는 ‘폐쇄 회로(Closed-loop)’ 방식을 명문화했다. 즉, A은행을 거친 돈은 A은행 시스템에서만 돌게 된다. 계좌 발급처가 여러 곳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자금의 추적성이나 자금세탁 방지망에 구멍이 뚫리는 일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미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도 자금세탁 방지 의무는 부과하되 은행 제휴 숫자는 자율에 맡기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규제 샌드박스를 허용하면 어떤 혁신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나.
△이제 가상자산 사업자도 당당히 혁신의 운동장에 서게 된다. 그동안은 현행법상 금융회사 등의 범주에 포함되지 못해 좋은 기술이 있어도 테스트조차 못 하는 실정이었다. 블록체인과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한 차세대 결제망이나 실물 자산의 토큰화(RWA) 등 기존 규제에 막혀 있던 진짜 딥테크 혁신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유럽은 세계 최초로 가상자산 기본법(MiCA)을 만들었고, 미국에서도 관련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에 비춰봤을 때 이번 법안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쉽게 표현하면, 유럽의 MiCA가 참고서라면, 우리 법안은 한국식 표준을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를 목표로 한다. 가상자산을 전자적 증표로 명확히 정의했고,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 예치 의무 등을 촘촘히 담았다. 거기에 파생상품과 전담 중개업무 체계까지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단순히 선진국의 제도를 뒤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글로벌 스탠다드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향후 2단계 입법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 가상자산 3법이 기초 공사를 하는 뼈대를 세우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제도가 안착하고 시장 질서가 투명해지면,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하는 토큰증권(STO)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2단계 입법 과제는 융합이 중요해진다.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과 네트워크가 기존의 전통 자본시장과 화학적으로 결합해 실질적인 금융의 외연을 넓힐 수 있도록 후속 입법을 고민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상자산 3법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디지털 자본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무기이자 방패다. 법적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우리 시장에 글로벌 자본과 기관투자자의 유입이 본격화될 것이다. 가상자산은 국가 경제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실물 경제를 뒷받침하는 핵심 딥테크 산업으로 재평가받아야 한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고 이르면 연말 내 입법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담=최용민 산업부장 yongmin03@etomato.com
정리=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