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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23일 16:2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로 은행의 기업금융(IB) 기능이 위축되면서, 그 빈자리를 사모대출이 빠르게 메우고 있다. 고금리 환경과 맞물려 사모대출은 단순한 대체투자 수단을 넘어 하나의 핵심 크레딧 자산군으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 들어 유동성 미스매치와 환매 제한 등 구조적 리스크도 함께 부각되는 모습이다. 이에 <IB토마토>는 은행 중심에서 사모대출로 이동하고 있는 자금 흐름의 배경을 짚고, 사모대출 시장의 성장과 함께 나타난 부작용과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불거진 환매 중단 사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사모대출 시장의 균열이 드러나면서 은행의 대체 자금 공급원으로 급성장해온 크레딧 구조 전반에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로 주요 차주인 중소·중견기업의 상환 부담이 커진 가운데, 부실이 펀드 수익률 악화와 투자자 환매 압력으로 이어지며 시장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에 시장에선 직접대출 중심이던 사모대출이 점차 부실채권(NPL) 중심으로 무게축이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구글 생성 이미지)
중소·중견기업 흔들리자…사모대출 '기초체력' 약화
우선 최근 사모대출 시장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이유로는 사모대출 주요 차주인 중소·중견기업의 상환능력 약화가 꼽힌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레이팅스에 따르면 미국의 사모대출 디폴트율은 2024년 8.1%에서 2025년 9.2%로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EBITDA(상각전영업이익) 2500만달러(약 350억원) 이하의 소규모 발행사들 사이에서 부실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상환 능력도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훌리한로키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사모대출 차주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은 2021년 약 3.2배에서 지난해 1.5배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상환 여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특히 이자보상배율이 1.5배 미만인 차주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7% 수준으로, 2020년 4분기 7%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모대출 차주의 절반가량이 이자 비용을 감당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셈으로, 사모대출 부실 징후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IMF가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 일부(자료=IMF)
일찍이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4월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도 이 같은 징후가 포착된 바 있다. IMF는 보고서에서 직접대출 차주의 절반가량이 영업활동 현금흐름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직접대출은 사모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형이다. IMF는 미국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신규 대출 금리는 상승하는 반면 실적 둔화와 현금흐름 악화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대출 구조도 PIK 비중이나 만기연장(LME) 중심의 구조조정에 의존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PIK는 이자를 현금 대신 원금에 이자를 더하는 방식이다. 차주는 당장 현금이 나가지 않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대주 입장에서는 나중에 돌려받을 원금이 커져 복리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쓰인다. PIK 비중은 2021년 7%대에서 2024년 4분기 12%대까지 급격히 상승했다.
평가 지연·환매 압력 겹쳐…유동성 리스크 확산
시장에서는 이 같은 차주 신용도 악화가 아직 자산 평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 요인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일부 사모대출 자산은 시장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장부상 가치가 크게 조정되지 않는 '평가 지연' 문제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모대출은 주식이나 회사채처럼 시장에서 매일 거래되는 자산이 아닌 탓에 단순 추정값으로만 평가된다.
이 때문에 사모대출의 위험성은 최근 불거진 투자자 환매 요청이 증가하면서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사모대출 펀드는 장기·비유동성 대출자산에 투자하면서도 투자자에게는 일정 주기 환매를 허용하는 구조인 만큼, 환매 요구가 집중될 경우 단기간 내 현금화가 어려워 유동성 압박이 급격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주 부실로 펀드 수익률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환매 요청이 늘어나면 운용사는 보유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유동성이 높은 우량 자산부터 처분된다. 운용사의 포트폴리오 질을 악화시키고 추가 손실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재차 투자자 불안을 자극해 환매를 확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향후 몇 년간 사모대출 시장이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발표한 리포트를 통해 코로나19 당시의 손실 규모에 맞먹는 수준의 사모대출 구조조정이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직접대출 부도율은 코로나19 정점 당시와 맞먹는 수준인 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직접대출 흔들리자 부실채권 시장으로 이동하는 자금
이처럼 차입기업 부실과 환매 압력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사모대출 시장에서는 점차 부실 자산이 누적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도 기존 직접대출에서 NPL 투자로 빠르게 이동하는 흐름이다. 할인된 가격에 매각되는 대출 자산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을 내는 전략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사모대출 시장은 크게 보면 직접대출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메자닌, NPL, 자산기반금융(ABF), 특수상황투자 등이 나머지 10~15% 정도를 구성한다.
최근 골드만삭스, 아폴로, 킹스트리트캐피털 등 글로벌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수조원 규모의 NPL 전용 펀드 조성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사냥에 나섰다. 2024년 말 기준 글로벌 부실채권 및 구조조정 전략 펀드에 모인 대기 자금은 1000억 달러(한화 약 135조원)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면서 대기 자금이 넘치는 상황이다.
국내 연기금과 공제회들도 NPL 분야서 위탁운용을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국민연금은 2024년 처음으로 해외 크레딧과 NPL 펀드 위탁운용사 부문을 신설해 글랜우드크레딧, 스틱인베스트먼트,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 등을 상대로 총 3500억원을 위탁했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도 2025년 말 기준 전체 자산의 21.9%를 사모대출과 부실채권을 포함한 대체투자에 배분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2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 사모펀드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사모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 구조로, 차입기업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되어 부실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라며 "고금리 환경이 지속된다면 비교적 빠르게 성장한 사모대출 시장은 한차례 구조조정을 크게 거칠 수 있고, 부실채권에 대한 투자 기회도 그만큼 늘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