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06월 10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누구나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초기 기업의 자금 조달 통로를 넓히는 일이 정책 과제로 떠오르면서, 사업성이 충분히 검증되기 전 단계의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는 AC의 역할도 한층 커지고 있다. 벤처캐피털(VC) 중심으로 형성돼 온 투자 생태계에서 초기 단계 자본 공급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며, AC는 정책의 실행 파트너이자 벤처 생태계 진입의 첫 관문으로 자리잡고 있다.
초기 투자 시장은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실패 가능성도 높아 민간 자본이 선뜻 유입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AI·딥테크와 바이오·헬스케어를 중심으로 초기 투자 수요는 빠르게 세분화되고 있다.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KAIA)의 '4월 스타트업 인베스터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AC 투자는 32건, 1185억원 규모로 집행됐다. AI·딥테크는 투자 건수 기준 43.8%(14건)를 차지했고, 바이오·헬스케어는 투자금액 기준 70.9%(840억원)를 기록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투자 단계별로는 시드(Seed) 투자가 62.5%로 절반을 웃돌았으며, 핀테크·환경·에듀테크 등으로도 초기 자본의 유입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국내 대표 AC인 씨엔티테크는 2012년 액셀러레이터 사업에 진출한 이후 600곳이 넘는 스타트업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해왔다. 누적 육성 스타트업은 5000곳을 넘어섰고, 포트폴리오 기업의 후속투자 유치액은 1조원, 누적 매출은 2조원에 달한다. 푸드테크 사업 부문에서도 2003년 외식 주문 중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00개 브랜드, 4만개 매장에서 연간 1조원 규모의 거래를 일으키며 사업 기반을 쌓았다.
초기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을 주도해 온 씨엔티테크는 올해 ‘모두의 창업’ 서울 운영기관으로 선정됐다. <IB토마토>는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를 만나 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의미와 AC가 벤처 생태계에서 맡아야 할 역할, 정책사업을 통해 그려갈 성장 전략을 들어봤다.
(사진=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
다음은 전화성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씨엔티테크는 어떤 회사인가.
△씨엔티테크는 초기 스타트업 발굴·보육·투자·후속투자 연계까지 수행하는 액셀러레이터 플랫폼 기업이다. 2012년 액셀러레이터 사업에 본격 진출한 이후 현재까지 2만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육성했고, 6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누적 투자금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현재는 단순 투자기관을 넘어 정부 창업지원사업·민간 오픈이노베이션·민간투자주도형기술창업지원(TIPS) 연계·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자체 투자조합 운용 등을 결합한 종합 액셀러레이터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씨엔티테크는 창업 초기 단계에서 시장 검증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빠르게 발굴하고, 보육–투자–후속 성장까지 연결하는 구조를 강점으로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AI·딥테크·로봇·바이오·콘텐츠·글로벌 커머스 분야까지 투자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초기 투자의 의미는 무엇이며, 투자기업을 발굴할 때 어떤 기준을 중요하게 보는가.
△창업 초기 단계는 대부분의 기업이 가장 불확실한 시기다. 아직 시장 검증도 부족하고 매출도 작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투자는 단순히 자금을 넣는 행위가 아니라 시장 가능성을 함께 검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아이디어 자체보다 창업가의 실행력이 훨씬 중요하다. 고객 문제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 제한된 자원 안에서 얼마나 빠르게 실행할 수 있는지, 시장 반응을 기반으로 사업모델을 수정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최근에는 단순 플랫폼보다 AI 기반 생산성 혁신, 자동화, 글로벌 팬덤 기반 서비스처럼 구조적으로 시장 변화가 발생하는 영역에 더 주목하고 있다.
-KAIA의 4월 리포트에 따르면 한 달간 AC 투자 32건, 1185억원이 집행됐다. 최근 초기 투자 시장 분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나.
△전체 투자 시장은 여전히 쉽지 않다. 다만 그 안에서도 초기투자는 오히려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본다. AI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산업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후기 단계에서 검증된 기업 중심으로 투자가 몰렸다면 최근에는 초기 단계에서 먼저 기술과 시장을 검증하려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액셀러레이터들은 지금 AI·딥테크·로봇·바이오 영역에서 새로운 산업의 초기 플레이어들을 가장 먼저 만나고 있다. AC 투자가 단순 소규모 엔젤투자가 아니라 미래 산업의 초기 탐색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4월 AC 투자에서 AI·딥테크가 투자 건수 기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러한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AI·딥테크 투자가 증가한 것은 단순 유행이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에는 생성형 AI를 넘어 제조 자동화·로보틱스·AI 인프라·버티컬 AI 영역으로 확산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씨엔티테크 역시 최근 AI 기반 자동화 기업과 로봇·생산성 분야 기업들에 대한 검토를 확대하고 있다. 초기에는 작은 시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를 썼다"가 아니라 기존 산업의 비효율을 실제로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라고 본다.
-가장 인상 깊었던 투자 사례를 소개해달라.
△최근에는 단순 플랫폼이나 소비재보다 AI와 콘텐츠, 실제 산업 현장을 결합하는 기업들이 인상 깊다. 대표적으로 장애인 아티스트 기반 엔터테인먼트 기업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를 들 수 있다. 씨엔티테크는 약 3년 전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에 초기 투자를 집행했다. 당시에는 장애인 아티스트 기반 엔터테인먼트 시장 자체가 아직 크지 않았고 사업모델도 초기 단계였다. 다만 단순 사회적 가치만 본 것이 아니라 글로벌 콘텐츠 시장 변화와 AI 기반 콘텐츠 제작 환경 확대 흐름 속에서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는 실제 시장 검증과 콘텐츠 사업 확장을 이어왔고, 최근 씨엔티테크가 추가로 10억원 규모의 후속투자를 진행하면서 Scale-up TIPS까지 준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콘텐츠 산업은 생성형 AI와 버추얼 제작 기술, 자동화 기반 콘텐츠 운영 구조가 빠르게 결합되고 있다. 과거에는 AI가 단순 디지털 영역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콘텐츠·엔터테인먼트·로보틱스·제조처럼 실제 물리 환경과 결합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파라스타엔터테인먼트 역시 단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니라 AI 기반 콘텐츠 제작 환경 변화 속에서 새로운 시장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기업으로 보고 있다. 결국 씨엔티테크는 특정 산업 자체보다 “시장의 구조 변화 속에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있는 팀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고 있다.
-초기 투자가 갖는 사회적 의미는 무엇인가.
△후기 투자는 이미 검증된 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역할이라면 초기투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산업의 씨앗을 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초기 스타트업은 실패 확률도 높고 회수 기간도 길다. 하지만 지금의 AI·플랫폼·바이오 산업도 결국 누군가 초기 단계에서 위험을 감수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결국 초기투자는 단순 금융 행위가 아니라 미래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라고 본다. 정부 정책과 민간 액셀러레이터의 역할이 함께 맞물릴 때 창업 생태계도 지속 가능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창업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최근 창업 환경은 과거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AI 때문에 산업 변화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 반대로 말하면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계속 열리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시장 검증, 투자, 네트워크를 함께 연결할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씨엔티테크 역시 단순 투자기관이 아니라 창업가와 함께 시장을 검증하고 성장 전략을 만들어가는 파트너 역할을 계속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