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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6월 5일 17:0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펀드 결성액이 4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외형만 보면 벤처투자 시장이 회복 국면에 들어선 듯하지만 펀드를 채운 자금의 성격은 달라지고 있다. 정책금융의 비중은 커진 반면 연기금·공제회 등 민간성 자금의 참여는 줄어든 모습이다. 펀드 결성 회복 속도가 실제 투자 집행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가운데, 중소형 벤처캐피탈(VC)의 민간 출자자(LP) 확보 부담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IB토마토>는 벤처펀드 시장의 외형 회복 이면에 자리한 정책금융 의존도와 실제 투자 흐름의 온도차를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윤상록 기자] 역대 최대 규모로 결성된 벤처펀드가 또 다른 과제를 남기고 있다. 펀드 약정 자금이 늘어나는 속도를 실제 투자 집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다. 펀드 결성 증가율이 투자 증가율을 앞지르는 가운데 미투자 약정 자금인 '드라이파우더' 증가에 따른 투자 활력 둔화가 발생할 우려가 나온다.
(사진=한국벤처캐피탈협회)
펀드 결성 증가율, 신규 투자 앞질러
5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펀드(벤처투자회사·조합 및 신기술금융사·조합 합산) 결성액은 전년 동기 대비 30.7% 증가한 4조3652억원이다. 같은 기간 신규 벤처투자 증가율(24.1%)을 6.6%포인트 앞섰다. 결성액(4조3652억원)과 투자액(3조3189억원) 격차는 약 1조463억원이다. 들어오는 자금이 나가는 자금보다 빠르게 쌓이는 흐름이다.
다만 이 격차를 곧바로 미집행 자금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성과 투자는 서로 다른 시점에서 집계될 수 있고, 펀드는 결성 직후 전액이 한꺼번에 집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수년에 걸쳐 나눠 투자하는 구조여서 일정 수준의 미투자 약정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결성이 투자를 지속적으로 앞지를 경우 미집행 자금이 누적되고 운용사가 정해진 기간 안에 이를 소진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특히 회수시장 부진으로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신규 펀드 결성만 늘어날 경우, 시장에는 자금이 들어와도 실제 스타트업으로 흘러가는 속도는 기대보다 더딜 수 있다.
VC협회에 따르면 이 같은 온도차는 더 뚜렷하다.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투자조합 결성금액은 2조6123억원이다. 같은 기간 신규 투자는 1조6252억원으로 집계됐다. 신규 투자액을 신규 조합결성액과 비교하면 62.2% 수준이다. 신기술금융사·조합까지 합산한 중기부 통계 기준으로는 같은 비율이 76.0%다.
운영 중인 벤처조합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다.
VC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누적 신규 조합 결성은 1월 1조6617억원→2월 2조2790억원→3월 2조6123억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3월 말 기준 운영 중인 조합은 2432개, 약정액은 벤처투자회사·조합 기준 68조9068억원으로 파악됐다. 운영 조합과 약정이 동시에 누적되는 만큼 쌓인 약정이 제때 집행되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VC 신중 투자 기조 속 초기기업 자금 공급 변수
운용사는 통상 3~4년 투자 기간 안에 약정을 소진해야 하는 만큼 기간 막바지에 무리하게 집행을 서두를 유인이 생긴다. 충분한 검증 없이 투자를 단행하는 '묻지마 투자'가 그간 반복돼온 배경이다. 다만 최근 들어선 이들의 투자 양상이 다소 달라졌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기업공개(IPO)·인수합병(M&A) 등 회수 시장 부진 국면에서 운용사들이 검증된 기업 위주로 신중하게 딜을 발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무리한 집행 대신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양상이다.
투자 속도 조절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초기기업 발굴 측면에선 양날의 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스타트업 투자가 위축되고 미투자 약정이 과도하게 쌓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결성 자금이 시장에 풀리지 않고 잠겨 있으면 정작 자금이 필요한 기업으로 흘러가는 속도는 더뎌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역대 최대 벤처펀드 결성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는지가 벤처투자 시장의 지속 성장 여부를 판가름할 것으로 관측된다. 펀드 만기별 미투자 약정 규모와 회수 시장 회복 여부가 향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펀드 결성이라는 외형 지표와 투자 집행이라는 실질 지표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과제다.
한 VC 대표는 <IB토마토>에 "보통 벤처펀드 투자기간은 3~4년인데 그간 투자기간 내에 집행을 마치기 위해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라며 "최근 들어서 운용사들이 리스크가 있는 벤처기업보다 시장에서 검증된 중후기 기업으로 눈을 돌리는 등 신중하게 딜을 발굴하면서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드라이파우더가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상록 기자 ys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