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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보현 기자]
삼양식품(003230) (215,500원 ▲4,000원 +1.86%)이 오너 중심 경영 강화를 통해 글로벌 성장 가속페달을 밟는다.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이 취임 직후 자녀들에게 보유 지분을 증여하면서 장남인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의 지분율이 김 회장을 넘어섰다. 안정적인 오너 중심 지배구조로 글로벌 식품 기업 도약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 (사진=뉴시스)
불닭 신화 속 오너가 결속 강화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1조 8822억원으로 전체 매출 2조 2436억원의 83.89%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해외 매출 비중은 84.48%(5850억원)까지 커졌다. 식품업계 최초로 9억 달러 수출이라는 쾌거도 올렸다. 최근 수년간 불닭 브랜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식품그룹으로 거듭나는 가운데 지배구조는 오너 중심 체제가 강화되고 있다. 삼양식품의 최대주주인 삼양라운드스퀘어는 김 회장(32.0%), 전인장 전 회장(15.9%), 전 전무(24.2%)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자기주식(27.9%)을 제외하면 사실상 가족이 100% 지배하는 구조다.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은 취임 일주일도 안 돼 자녀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 4일 김 회장은 보유 중인 삼양식품 보통주 20만주를 장남인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COO) 전무와 딸 전하영 씨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증여 예정일은 다음 달 6일이다.
이번 증여로 전 전무는 17만1500주, 전씨는 2만8500주를 각각 받는다. 증여 대상 주식에는 김 회장이 IBK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을 통해 조달한 약 800억원 규모의 주식담보대출 채무가 포함됐다. 해당 채무를 함께 이전하는 이른바 '부담부 증여' 방식이다.
증여가 완료되면 김 회장의 삼양식품 지분율은 기존 3.76%(28만3488주)에서 1.11%(8만3488주)로 낮아진다. 전병우 전무 지분율은 0.59%(4만4750주)에서 2.87%(21만6250주)로 확대돼 김 회장을 넘어선다. 오너 일가 개인 주주 가운데서는 전인장 전 회장(3.1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성장기 기업에 필요한 '오너결속형 지배구조'
삼양식품이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강화한 배경은 성장기 기업 특유의 의사결정 구조가 꼽힌다. 최근 수년간 불닭 브랜드를 중심으로 해외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인 회사는 대규모 의사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 시장까지 성장 축이 넓어지면서 생산시설 투자와 신사업 확대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성장 국면에서는 이사회 강화 등 권력 분산보다 오너가 중심의 안정적인 지배구조가 기업 경쟁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가족기업 자체를 지배구조 문제로 볼 필요는 없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들 가운데 오너가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를 유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장기적인 투자와 브랜드 전략이 중요한 산업에서는 외부 이해관계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구조가 오히려 안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결국 기업의 평가는 지배구조 형태보다 경영 성과에 의해 결정된다"고 덧붙했다.
이종우 남서울대학교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도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삼양식품은 현재 글로벌 성장 궤도에 올라 있는 단계로, 해외 사업 확대와 생산능력 확충 등 굵직한 의사결정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시기에는 지분 구조의 분산보다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안정적인 경영 체계가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대기업 같은 경우는 이사회 강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삼양식품은 이제 막 성장한 기업인만큼 생산 투자, 시장 확대, 신사업 진출 등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내부 의사결정의 일관성과 속도가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번 지분 재편 역시 이러한 성장 전략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삼양식품 측은 이번 증여가 성장을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번 증여는 전병우 전무가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회사의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이해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증여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공시된 내용 외에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보현 기자 bob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