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뉴스
HOME > IR뉴스
인쇄하기
(난민문제, 시스템부터 정비하자)②'승소율 0.08%'…'바늘구멍'보다 좁은 소송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법무부가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난민들은 법무부의 결정 취소를 구하는 유일한 사법적 구제 방법인 행정소송을 제기한다. 하지만 행정소송 문턱은 법무부보다 더 높다.
 
난민인권센터가 발표한 '2017년 국내난민심사현황(지난해 12월31일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행정소송 난민 인정률은 0.08%에 그쳤다. 법무부 신청(1차 심사·0.4%)과 이의신청(2차 심사·0.4%)에도 훨씬 못 미친다. 최근 5년 행정소송은 지난 2013년 때만 난민 승소율 1.7%로 법무부 1차 심사(0.8%)·2차 심사(1.5%)에 앞섰을 뿐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법무부 1·2차심사 난민 인정률에 뒤졌다.
 
 
  
서울행정법원 기준으로 2015년 1046건·2016년 2490건·지난해 3143건의 난민 지위 인정 소송이 제기됐으나 난민 승소 건수는 2015년 6건·2016년 1건·지난해 6건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고등법원·대법원에서 판결이 뒤바뀌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올해 1~6월까지 서울행정법원에서만 888건의 난민 소송이 진행됐다.
 
난민인권센터 등 난민지원단체들은 행정청인 법무부의 판단을 견제해야 할 법원에서도 난민 인정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호소한다. 행정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이 너무 높은 증명 수준을 요구하고 있고 외국인인 난민 신청자들이 변호인의 도움을 받기도 힘들어 자기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재판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김세진 변호사는 "난민 대부분이 급작스럽게 조국을 떠나는 경우가 많아 난민 지위를 인정할 증거 자료를 제대로 소지하지 못하고 국내에 입국한다. 법무부 1차 심사 당시 난민면담조서 정도를 기준으로 하다 보니 승소 확률이 낮다"며 "전문 변호사나 통역사 수도 적을 뿐만 아니라 난민들이 이들에게 돈을 낼 형편도 안 된다"고 밝혔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황필규 변호사는 "법원 난민 심사라는 게 증거를 따지고 확정하는 절차라기보다는 제한적으로 접근하는 게 분명한 거 같다"며 "대부분 난민 심사가 신청인 진술에 의존한다고 했을 때 형식적으로 국제 표준을 따지고 있으나, 법원 관행에 따른 판단 기준이 있다는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유엔난민기구 난민심사 편람에서 권고하듯 법원이 난민 처지에 맞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며 "난민이 보유하기 어려운 여러 증거만을 원할 게 아니라 심사를 받는 난민 진술에 신빙성이 계속 유지된다면 인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 유엔난민기구(UNHCR) 편람에 따르면 심사 국가는 난민이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외국기관에 자기 사안을 제출하면서 기술적·심리적으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많은 난민이 최소의 필수품이나 신분증명서도 제대로 챙기지도 못한 채 도착하기 때문에 주장의 신뢰성이 있으면 그 주장에 반하는 타당한 이유가 없는 한 심사관은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라도 신청인에게 유리한 해석에 의한 이익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법원도 할 말이 있다. 무엇보다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난민을 신청한 '허수'가 매우 많다고 하소연한다.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법원이 난민 인정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알고 있지만 일부러 소극적으로 심사하지 않는다"며 "신청은 많으나 '진짜 난민'은 적고, 난민을 신청한 사람들 가운데 소장을 내고 재판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또 "법원 내부에서도 난민 문제의 중요성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현재 난민 소송에서 신청인이 일관성 있게 진술하는지 등을 자세히 검토하고 있고 수많은 신청자 중 '진정한 난민'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외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난민 진술 외 증거가 필요하다는 내부 의견도 있다. 서울행정법원 난민전담재판부의 한 판사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일이 아니기에 제일 중요한 신청인 진술과 그 나라 상황의 일치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며 "이 부분은 판사 개인이 임의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증거를 토대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