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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일본기업)회생과 도산의 기로, 자구 노력이 갈랐다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0.6%까지 추락했던 일본 기업의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지난해 10%를 돌파하며 유럽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암흑기를 벗어나 새로운 국면에 들어선 것. 한 해에 1만3000~1만9000개의 기업들이 문을 닫아야 했던 고통을 거치면서 일본 기업들의 생사는 극명하게 갈렸다. 읍참마속의 자구노력을 실현한 끝에 글로벌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한 소니·르네사스가 있는 반면, 도시바·샤프처럼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해 과거의 명성이 무색해진 기업들도 있다. 
 
7년가량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몰락의 길을 걷는 듯 보였던 소니는 2015 회계연도부터 3년 연속 흑자(순이익 기준)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 8조5439억엔(약 84조500억원)을 올리며 20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5배 급증한 7348억엔(약 7조2300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소니가 극적인 'V자형' 회복세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2012년 히라이 가즈오 사장이 취임하면서 시작된 혹독한 구조조정 덕이다. 소니는 과거 소니를 대표했지만 더 이상의 차별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PC·바이오 등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부동산·주식 같은 보유자산도 대거 매각했다. 대신 ‘이미지 센서’를 성장 산업으로 꼽고 집중 투자한 결과,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로 올라서며 수익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 분야는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시장 확대에 힘입어 향후에도 유망한 사업으로 손꼽힌다. 소니는 카메라 시장에서도  '미러리스'라는 신규 영역을 개척해 전통적인 카메라 업체 캐논과 니콘을 앞지르고 있다. TV 사업에서는 프리미엄 제품에 집중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예리한 시장 분석과 빠른 실행력, 틈새시장 전략 등이 소니의 '부활' 원동력이다.
 
 
버릴 건 과감하게 버리고, 투자할 땐 과감하게 집행하는 '결단력'으로 재개에 성공한 기업은 또 있다.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일본 반도체의 르네상스를 다시 불러올 '희망'으로 불린다. 2010년 르네사스테크놀로지와 NEC일렉트로닉스가 합병해 만들어진 이 회사는 설립 당시 매출 기준 세계 6위였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타격을 입으면서 경영난에 처했다. 2013 회계연도까지 적자가 계속됐다. 1만명 규모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생산 및 개발 거점 통합 등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그 결과 2014 회계연도에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지난해에는 매출 7802억엔(약 7조6800억원), 영업이익 752억엔(약 740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특히 주력 분야인 자동차용 반도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을 과감하게 인수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최근 2년간 인수·합병에만 10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2016년 차량용 반도체 개발업체 미국 인터실을 32억달러(약 3조5900억원)에 사들였고, 최근에는 60억달러(약 6조7300억원)를 들여 통신용 반도체 기업인 미국의 IDT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자율주행 기술 확산으로 인해 향후에도 르네사스의 성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일본 가전기업으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렸지만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해외 자본에 맥없이 팔려나간 기업들도 있다. 130년 전통의 도시바는 가전과 PC, 반도체 등의 원천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유서 깊은 가전 명문 기업이다. 세계 최초로 노트북을 출시했으며,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원천 기술도 개발했다. 하지만 경쟁업체들의 성장과 수요 둔화에 아랑곳 않고 제품 차별화보다 고가 전략을 고수하면서 가전과 PC 사업에서 손실이 점차 확대됐다. 여기에 2006년 인수한 미국 원전회사 웨스팅하우스의 사업 실패와 회계부정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도시바는 이후 심각한 재정난로 상장 폐지의 위기에 몰리게 되자, 그제서야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돈 되는 사업들을 하나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가전 사업을 중국 메이디그룹에, 2017년에는 TV 사업을 중국 하이센스 그룹에 매각했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SK하이닉스 등이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반도체 메모리 부문을 매각한 데 이어, 대만의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에 인수된 샤프에 PC사업까지 팔기로 했다.
 
한때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를 장악했던 샤프 역시 외국계 자본에 흡수된 사례다. 폭스콘은 대규모 자본을 앞세워 2016년 샤프를 집어삼켰다. 샤프는 중소형 LCD 사업에만 편중하며 무리하게 생산라인 증설을 단행하다, 새롭게 부상하는 한국과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참패했다. 앞서 2013년에는 일본 D램 제조업체인 엘피다가 경영난을 겪으며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됐고, 일본 가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산요도 2011년 중국 하이얼에 인수됐다. 이들은 하나같이 당시의 시장 장악력이 영원할 것으로 믿었으며, 사업구조 개편과 새로운 동력 마련에 대한 고민이 부재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