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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프라임]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 기다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뉴스토마토 강영관 기자] 요즘 부동산 시장의 문제는 '불확실성'이 아니다. 더 정확한 표현은 '공급절벽'이다. 거래가 얼어붙고 가격이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하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흐름이 나타난다. 신축 아파트, 그것도 입지가 검증된 곳의 신축은 좀처럼 가격이 내려오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지어질 집이 없기 때문이다.
 
주택 인허가·착공·입주는 부동산 시장의 생명선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11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작년 1~11월 서울 착공 물량은 2만2069가구로 지난해 동기(2만2446가구) 대비 1.7% 줄었다. 지방은 8만1997가구로 같은 기간 21.5% 감소했다. 인허가 실적은 지역별 차이가 두드러졌다. 1~11월 서울 인허가 물량은 3만8990건으로 지난해 동기(3만3011건)보다 18.1%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지방은 16만1247건에서 13만6418건으로 15.4% 줄었다. 그나마 수도권, 특히 서울의 인허가 수치는 작년 대비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기저 효과가 큰 수치일 뿐 실제로는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입주 물량도 줄었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18만1226가구로 지난해(23만4886가구) 대비 22.8% 감소한다. 직방은 2025년 20만6516가구에서 올해 15만5858가구로 24.5%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은 감소 폭이 더 크다. 부동산R114 수치는 4만2611가구에서 2만9161가구로 31.6% 줄어든다. 직방 통계는 이 기간 3만1856가구에서 1만6421가구로 무려 48.5% 감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허가와 착공 물량 감소는 통계가 아니라 예고장이다. 지금 지어지지 않는 집은 몇 년 뒤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 공백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떠안는 것은 무주택자다. 집을 가진 이들은 기다릴 수 있지만, 집이 없는 이들에게 시간은 곧 비용이다. 특히 공급이 줄어들수록 시장은 냉혹하게 선별된다. 신축과 준신축, 핵심 입지는 버티고, 구축과 외곽은 밀려난다. 무주택자에게 남는 선택지는 점점 나빠진다. 낡은 집이거나, 먼 곳이거나, 혹은 둘 다다. '가격이 내려왔다'는 말은 이런 선택지 앞에서는 공허해진다. 접근 가능한 주거의 질은 오히려 후퇴하기 때문이다.
 
신축 아파트는 이제 무주택자에게 목표가 아니라 상징이 됐다. 공급이 끊기면서 신축은 희소 자산이 됐고, 그 희소성은 가격이 아니라 자격처럼 작동한다. 대출 규제와 자기자본 요건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만이 접근 가능한 영역이 된 것이다. 주택시장이 아니라 선별의 시스템에 가깝다. 이 구조를 만든 책임을 개인의 선택이나 시장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부는 오랫동안 집값 관리에 매달렸다. 규제를 강화하면 투기가 사라지고, 거래를 줄이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주택은 숫자가 아니라 공간이다. 짓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 공급의 시간을 끊어놓고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해법은 분명하다. 공급을 이념이나 신호가 아니라 '일정'으로 관리해야 한다. 민간과 공공을 가리지 않고, 도심과 외곽을 나누지 말고, 꾸준한 파이프라인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건축·재개발은 투기 억제의 대상이 아니라 도심 공급의 수단으로 다뤄져야 한다. 금융과 인허가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지 않으면 그 어떤 공급 계획도 숫자에 그칠 뿐이다. 공급절벽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았고,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9·7 대책 이행을 위해 주택 공급을 전담하는 주택공급추진본부를 출범시키는 등 조직개편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해는 넘겼지만, 수요자들이 정부를 믿고 기다릴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강영관 기자 k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