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이 한국을 찾아 고출력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배터리, 전장 제품 등 전기차 부품 공급에 대해서도 한국 업체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전했습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24일 서울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과 종합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공공부분은 물론 가정에서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한국에도 고출력 충전 네트워크(HPC, High-Power Charging Network)를 구축하겠다는 의미인데요.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이사회 의장 올라 칼레니우스가 ‘메르세데스-벤츠 올-일렉트릭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에서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습니다.(사진=벤츠 코리아)
지난 3월 벤츠는 2027년까지 북미, 유럽, 중국 및 기타 핵심 시장에서 약 2000개 지역, 1만개 이상의 충전 지점을 갖춘 자체 HPC를 구축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 충전 네트워크는 모든 브랜드에 개방되며 벤츠 고객에게는 사전 예약과 같은 혜택이 제공될 예정입니다. 벤츠가 국내에 HPC를 짓겠다고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칼레니우스 회장은 전기차 생산에 있어 한국 부품업체의 중요성이 크다고 강조하며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업체들과의 협력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전세계 모든 벤츠 차량에는 한국 요소가 들어가 있다"며 "그만큼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곳으로 앞으로도 협력이 더 강화되고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지난 23일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배터리 및 티맵 내비게이션 등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SK그룹은 벤츠의 공급 파트너로 계열사인 티맵모빌리티를 통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SK온을 통해 배터리를 공급해 왔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여러 차레 한국을 방문한 칼레니우스 회장은 자신을 'K-칼레니우스'라고 부르며 한국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는데요. 그는 "올해는 벤츠의 한국 진출 20년 동안 큰 성장을 거듭했다"며 "한국 시장은 고객들이 기술을 잘 이해하고 혁신을 추구해 안목이 가장 높은 곳인데 이런 점은 큰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이사회 의장 올라 칼레니우스가 ‘메르세데스-벤츠 올-일렉트릭 쇼케이스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SUV’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습니다.(사진=벤츠코리아)
실제 한국은 벤츠의 글로벌 4대 시장입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7조5351억원을 올려 한국 진출 후 처음으로 연간 매출 7조원을 돌파했습니다. 국내 수입차 최초로 단일 브랜드 연간 판매 8만대를 돌파하기도 했죠. 한국은 E클래스 세단 판매량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시장이었으며 마이바흐 S클래스 판매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고 S클래스 세단 판매량은 세 번째로 높은 시장이기도 합니다.
다만 칼레니우스 회장은 한국에서의 공장 설립 등 생산기지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는 "벤츠는 럭셔리 제품을 제공하는 업체로 대량생산을 제공하지 않는다"며 "단일 시장, 제품에서 충분한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그 숫자가 상당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조건이 갖춰진다면) 한국에서의 생산을 고려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칼레니우스 회장은 이날 탈탄소화를 향후 20년간 벤츠그룹의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는데요. 벤츠는 2039년까지 기술 개발부터 원자재 추출, 생산, 사용,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신차를 탄소중립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신차 판매 시장에서 모든 라인업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이날 벤츠 코리아는 마이바흐의 첫 순수 전기차 '메르세데스-마이바흐 EQS SUV'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마이바흐 EQS SUV는 1회 예상 충전 주행거리가 600㎞(WLTP 기준)에 달하고 최대출력 484kW와 최대토크 950Nm의 주행 성능을 갖췄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