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주요 금융지주사가 앞다퉈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내놓고 있습니다. 수익성과 자본 비율을 제고해 중장기적으로 주주환원율을 50%대까지 높이는 내용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다만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실질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성장책은 빠져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중장기 주주환원율 50% 목표
올 들어 금융지주사들이 실적 발표 시즌에 맞춰 밸류업 공시를 잇따라 내노혹 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한금융은 2027년까지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13% 이상 유지하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 10%와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고, 올해 말까지 발행주식수를 5억주 미만, 2027년 말까지 4억5000만주 미만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ROE는 기업이 자본을 이용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데요. ROE가 10%라면 자본금 1만원으로 1000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는 의미입니다. CET1은 총자본에서 보통주로 조달되는 자본의 비율로, 금융사의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신한금융은 'ROE 개선에 기반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속도감 있는 주주환원과 주식수 감축을 통한 주당 가치 제고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ROE 제고를 위해서는 수익성(순익)을 높이거나 자산의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신한금융은 이를 위해 향후 단계별 주당순자산비율(PBR) 전략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PBR이 0.8 이하일 때는 자사주 소각을 우선시하고, 총 현금배당규모 등을 점진적으로 상향합니다. PBR이 1.0을 넘어가면 내부 유보금을 통한 성장과 현금배당성향을 상향할 계획입니다.
우리금융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ROE 10%, CET1 13%, 총주주환원율 50%를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구체적인 시점은 제시하지 않은 가운데 '보통주비율에 기반한 주주환원 역량 제고'를 추진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우리금융은 CET1이 12.5~13.0%를 달성하면 총주주환원율을 40%까지, 13.0%를 초과하면 50%까지 확대하는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환원뿐만 아니라 성장성 확대도 필요
시장에서는 금융지주사들의 밸류업 공시가 잇따르자 호평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밸류업 공시에 각각 'A0'와 'A-' 학점을 매기기도 했습니다. 특히 신한금융의 경우 목표가 구체적이며, 주식 수 축소를 통한 주당 가치 제고 중심의 경영이 주주 친화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의 밸류업 공시에 대해 "자본의 효율적인 배치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뤘다는 점,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체계적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 구체적인 시점과 주주환원율을 상세하게 공유했다는 점에서 우수한 내용"이라고 호평했습니다.
우리금융의 밸류업 공시도 현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점과 구체적 수치를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호평이 나왔습니다. 다만 CET1이 다른 지주사보다 낮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이 필요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장밋빛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정 연구원은 "자본비율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비은행 자회사 포트폴리오 확장이 동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정과 희망사항이 포함돼야 한다"며 "당장 성공을 단언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은 그룹의 위험가중자산을 늘려 CET1 관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위험가중자산이 많을수록 손실흡수능력을 의미하는 CET1은 낮아집니다. 일반적으로 CET1이 13%이상일 때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M&A와 주주환원은 서로 상충할 수 있는 셈입니다.
기업 밸류업이 단순한 주주환원 증가가 아니라 실질적인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것임을 고려할 때 주주환원에 지나치게 집중해 적극적인 성장성 확보에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위험가중자산의 무분별한 축소도 정답이 아니"라면서 "성장을 도외시하게 되면 주가의 레벨업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최근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지주사들이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내용의 '밸류업 공시'를 잇따라 발표했다. 구체적인 주주환원 목표를 제시한 점에서 시장은 호평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우리금융)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