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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앞두고 중소형 보험사 건전성 '적신호'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하면서 중소형 보험사의 건전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기준금리가 내려갈수록 보험사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자본 건전성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자본 규모가 적을 수록 대응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급 능력 양극화 심화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경과조치 적용 후 보험사들의 신지급여력제도(킥스·K-ICS) 비율은 평균 223.6%로 전 분기 대비 8.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생명보험사는 222.8%로 10.0%포인트, 손해보험사는 224.7%로 6.7%포인트가 각각 떨어졌습니다. 킥스는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 즉 재정건전성을 수치화한 것으로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입니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킥스 권고치는 150%입니다. 이 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수치화한 것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탄탄하다는 뜻입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 증대되고 있는 만큼 취약 보험사를 중심으로 충분한 지급여력을 확보하라고 주문했습니다. 보험사들의 평균은 이를 훨씬 웃돌며 안정적인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1분기 기준 킥스가 평균인 223.6%를 상회하는 생보사는 농협생명(384.0%), KB라이프(303.8%), 신한라이프(241.4%), 교보생명(238.9%), DB생명(270.8%) 등입니다. 손보사는 농협손해보험(318.1%), 삼성화재(000810) (255,000원 0원 0.00%)(280.1%), 캐롯손해보험(234.9%), DB손해보험(005830) (88,500원 ▲800원 +0.90%)(229.6%), 메리츠화재(226.9%)의 지급여력비율이 높았습니다.
 
롯데손해보험(000400) (2,280원 ▼40원 -1.75%)(184.0%), 한화생명(088350) (2,670원 ▼10원 -0.37%)(173.1%), 현대해상(166.9%), 하나생명(154.7%) 등은 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웃돌지만 평균 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반면 MG손해보험(52.1%), KDB생명(129.2%), 하나손해보험(129.3%) 등은 당국 권고치를 한참 밑돌고 있습니다. 금감원 측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는 만큼 취약 보험회사 중심으로 충분한 지급여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재무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질 전망이다. 사진은 코스피가 전 거래일(2593.37)보다 8.64포인트(0.33%) 오른 2602.01에 장을 마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이 표시돼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후순위채 발행 안간힘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면서 한국은행도 이에 맞춰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 1%포인트 하락으로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생보사가 25%포인트, 손보사는 30%포인트 각각 낮아질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들도 건전성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이후 처음이라 금리 변화에 더 민감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험사는 금융사 중에서도 부채 만기가 긴 상품이 많습니다. 특히 생보사들의 주력 상품군인 저축성보험의 경우는 IFRS17 하에서 부채로 인식됩니다. 부채 만기가 길어질수록 요구자본이 늘어나기 때문에 지급여력비율을 지키려면 자본 확충이 불가피합니다.
 
IFRS17과 같이 도입된 신지급여력제도는 기존의 지급여력비율(RBC)을 대체해 보험사의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현 회계제도 하에서 보험사들은 불확실성에 더욱 대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대형사나 금융지주를 모기업으로 둔 곳 위주로 선제적인 방어에 나서고 있습니다. 주로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에 나서는 방식입니다.
 
지난달 교보생명은 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습니다. 메리츠화재와 한화손해보험도 각각 6500억원, 3500억원 규모로 후순위채를 발행했습니다. 현대해상도 지난 6월 후순위채를 5000억원 규모로 발행했습니다.
 
지난달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은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요. 모기업인 하나금융지주(086790) (41,650원 ▼450원 -1.08%)로부터 각각 2000억원과 1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한화생명은 오는 24일 30년 만기 5년 콜옵션 조건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6000억원을 발행할 예정입니다. 흥국화재도 오는 26일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할 계획입니다.
  
다만 이 같은 방식이 자본 여력에 따라 나뉘고 있어, 상대적으로 중소형 보험사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전반적으로 지급여력이 떨어진 것은 회계제도 변경 영향으로 실제 지급 능력이 타격을 입었다는 뜻은 아니며 자본 확충 노력으로 차차 개선될 것"이라며 "시장 상황에 변동성이 크지 않도록 포트폴리오를 골고루 성장시키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재무 건전성 방어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보험회사 텔레마케팅 사무실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