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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도 못 가진…신한투자증권, 지배구조 도마 위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소유분산기업(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한 가운데 신한지주(055550) (37,050원 ▼100원 -0.27%) 계열 증권사인 신한투자증권의 지배구조가 도마에 올랐습니다.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의 경우 김상태 대표의 대학 동문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김 대표의 이사회 ‘셀프 의장’ 선임으로 적절성과 독립성에 의문 부호가 달립니다. 김 대표는 적어도 신한투자증권 이사회에서만큼은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보다 더 큰 권세를 가진 셈입니다. 
 
올해는 금융지주들이 회장의 ‘셀프 연임’ 문제로 5대 금융지주의 회장이 대거 교체됐는데요.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전 신한지주 회장이 용퇴를 결정한 상황에서 신한투자증권의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하는 지적입니다. 
 
사외이사 물갈이한 신한증권, 의장은 김상태 대표가 겸임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큰 폭의 사외이사 개편이 이뤄졌습니다. 기존의 사외이사 4인(양호철, 박종우, 박희우, 김영도) 중에선 박희우 가톨릭대학교 경영대학원장만이 연임했고, 조성일 국민건강보험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장, 김경환 컨슈머타임스 대표, 주소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이 새로 선임됐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이 김상태 단독대표로 전환하면서 체제전환에 맞춰 사외이사진도 새로 구상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사외이사의 독립성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경영자를 감시·감독하고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등 기업경영에 핵심 역할을 해야 할 이사회 의장 역할을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대표가 선임됐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외부의 인물이 맡게 되는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전횡을 감시해야 하는 만큼 독립성이 우선시되는데요. 때문에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13조에서도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에 선임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기자본 5조원 이상의 국내 증권사 가운데 대표이사가 의장을 겸직하는 곳은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 두 곳뿐입니다. 미래에셋증권(006800) (7,440원 ▲110원 +1.48%), NH투자증권(005940) (10,540원 ▼50원 -0.47%), 삼성증권(016360) (39,600원 ▲50원 +0.13%)은 모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고 있죠. 신한지주의 진옥동 회장조차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김 대표 집중된 권한 독립성 훼손…선임이사는 대표 동창
 
김 대표의 의장직 겸직을 두고 업계에선 사외이사들이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사외이사는 독립적으로 경영진을 견제해야 하지만, 이사회의 구성과 소집 등의 권한을 갖고 있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됐기 때문이죠. 이는 사외이사가 ‘거수기’ 또는 대외 관계를 위한 인맥용에 그친다는 논란에 불을 지필 수 있습니다.
 
실제 신한금융투자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사외이사들은 안건 대부분에 찬성을 던지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신한금융투자에서 진행된 46건의 의사회에 오른 결의안건 168건은 모두 가결됐으며, 보류나 반대표는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작년 본사 사옥 매각 당시에도 모두 찬성표를 던졌는데요. 당시 노조는 일회성 자금마련으로 매년 수백억의 임대료가 나갈 것이라며 반대한 바 있습니다.
 
금융사지배구조법상 이사회 의장은 사외이사 중 선임하도록 명시하고 있지만, 사외이사가 아니어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할 수는 있습니다. 이 경우 이사회는 의장선임 사유를 공시해야 하고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별도로 선임해야 하죠. 신한투자증권은 김상태 대표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며 “업무수행 전문성과 이사회 안건의 적법성 및 적정성을 확인해야 하는 이사회 의장은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외이사들은 회사 경영에 강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사외이사들이 표결에서 이탈하거나 반대표를 던지면 의안 자체가 폐기될 수 있으며, '킹메이커'로서의 입지도 있습니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선 대표이사 후보 추천 안건을 승인하고 이사회에선 선임 안건을 결의하죠.
 
올해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박희우 가톨릭대학교 경영대학원장을 선임사외이사로 선임했는데요. 박희우 사외이사는 김 사장과 1989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함께 졸업한 대학 동창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김 대표가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췄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최근 신한투자증권 기업금융1본부 조직개편을 두고 김 대표의 외부인력 끌어주기란 지적이 나오기도 했죠.
 
사외이사 모두 공공기관 겸직…이해충돌 우려
 
신한투자증권의 이번 사외이사로 선임은 이해관계 상충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사외이사 모두가 공공기관 직함을 달고 있어섭니다. 
 
주소현 신임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이 라임, 헤리티지 등 각종 사모펀드 사태에 휘말리면서 최근까지 금감원의 분쟁조사국의 조사를 받았던 만큼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김경한 사외이사는 법무부 선진법제위원을 겸직하고 있으며, 조성일 사외이사는 국민건강보험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재원운용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의 동문으로 유일하게 연임된 박희우 사외이사는 최근 3년간 신한그룹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삼일회계법인 출신으로 조세심판원 비상임위원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사외이사 추천 이유로 “전문가로서 오랜 실무 경험과 전문 역량을 바탕으로 회사의 경영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실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지는 의문입니다.
 
한 상장회사 관계자는 “독립성있고 전문성도 갖춘 사람을 사외이사로 뽑은 것과 실제로 그 사외이사들이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라며 “사외이사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만큼 정작 중요한 의사결정에선 대표이사 등 사내이사들이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금융지주 회장 선임 관련 논란이 이어지면서 지배구조 선진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가 된만큼 신한투자증권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요구도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신한투자증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