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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이사회 장악 의도는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이 대대적으로 감행한 이사회와 조직개편을 두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큰 틀에서 김 사장 본인의 입지를 한껏 강화했는데요. 김 사장은 조용병 전 회장과 이영창 전 신한증권 사장이 영입한 인물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사람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조직장악력을 강화를 통해 홀로서기에 나선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5명의 사외이사 중에선 김 사장이 대표를 맡고 나서 선임된 박희우 사외이사만 제외하고 모든 사외이사를 교체한 것만 봐도 이 같은 해석이 가능합니다. 또 김 사장의 영향력이 다소 약했던 자산관리(WM) 부문은 통합, 직접 관리하는가 하면 투자은행(IB) 조직인 GIB 그룹의 조직개편도 단행했습니다.
 
다만 김 사장의 홀로서기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시장을 둘러싼 외풍이 여전한 데다 지주 회장에 따라 계열사 수장의 운명이 갈리는 것도 변수입니다.
 
김상태 대표 이사회 장악…입지 강화 포석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단독대표 선임과 동시에 이사회 장악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김 사장과 함께 사외이사로 선임된 박희우 사외이사를 제외한 4명의 사외이사가 모두 교체됐습니다. 김 사장은 사외이사 ‘물갈이’에 이어 본인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기도 했죠. 올해 유일하게 연임에 성공한 박희우 사외이사는  김 사장과 1989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함께 졸업한 동문입니다. 이번 개편이 김상태 사장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포석이란 시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함께 호흡을 맞춰왔던 이영창 전 사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 데 이어 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전 신한지주(055550) (37,050원 ▼100원 -0.27%) 회장마저 갑작스럽게 용퇴하면서 그룹 내 입지를 다질 필요성이 커졌단 해석도 있습니다. 
 
실제 김 사장과 함께 연임에 성공한 박희우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들을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로 선임됐으며, 사외이사 감사위원장,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장직도 맡았는데요. 임원추천위원회는 대표이사, 사외이사, 감사 후보 추천에 관한 사항들을 의결합니다. 김 사장은 이사회 의장 ‘셀프 선임’과 박희우 사외이사를 통해 사실상 사외이사들의 가장 강력한 권한을 모두 손에 쥔 셈입니다.
 
김 사장은 이사회 장악과 함께 증권사 핵심 비즈니스인 WM과 IB 부문의 조직개편도 단행했습니다. 이달부터 IB 하우스 핵심인 커버리지 부서를 확대 개편했죠. IB 전담 조직인 GIB그룹 내 기업금융1본부에 커버리지3부를 신설, 확대 개편했습니다. 커버리지 부서는 기업들의 자금 수요를 파악하고 채권발행 등 조달 방법을 제안하는 IB하우스 핵심인데요. 커버리지3부를 신설하면서 김 사장이 KB증권에서 영입한 감기면 이사는 부서장이 됐습니다.
 
반면 ‘리테일’ 영역에선 자산관리부문을 신설해 WM 관련 3개의 그룹(자산관리영업그룹, IPS그룹, 디지털그룹)을 통합했습니다. 조직 간 협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알려졌는데요. 사실상 김상태 사장의 리테일 영역 입지 강화를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자산관리부문은 따로 부문장을 두지 않고 직접 관리하고 있어서죠. 신한투자증권 측은 “자산관리부문장은 공식적으로 공석”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부문장 선임 계획이 따로 없어 김 사장이 직접 관리하는 체제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입지 좁아진 김상태…신한, 계열사 수장 대거 교체
 
국내 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의 경우 회장에 따라 CEO의 운명이 바뀌곤 하는데요.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 전 신한그룹 회장이 용퇴하면서 김 사장도 본인의 입지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한금융지주 수장으로 진옥동 회장이 선임되면서 김상태 사장을 신한투자증권에 영입한 이들은 모두 퇴임한 상황이죠.
 
신한투자증권은 앞서 이영창 전 사장과 김상태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됐는데요. 이 전 사장이 전사경영관리와 리테일, WM, 홀세일 등 증권업 전반 주요 사업을 담당했고 김 사장은 IB부문을 담당했습니다. 김 사장은 롯데쇼핑(023530) (77,100원 ▲200원 +0.26%), 삼성물산(028260) (128,700원 ▼500원 -0.39%)(전 제일모직)을 비롯해 크래프톤(259960) (211,500원 ▲3,500원 +1.65%),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 (80,400원 ▼2,400원 -2.98%),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78,800원 ▼1,400원 -1.78%), LG에너지솔루션(373220) (410,000원 ▼14,500원 -3.54%) 등 조단위 딜을 진두지휘해 업계 'IB통'으로 불립니다.
 
대우증권 출신인 이영창 전 사상과 김 사장은 모두 조용병 전 회장이 수장으로 있을 때 영입한 인물입니다. 당시 신한투자증권은 라임, 헤리티지 펀드 사태로 내홍을 겪었고 ‘구원투수’ 역할로 이영창 전 사장을 영입했죠. 조용병 전 회장 역시 이 전 사장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후문입니다. 김 사장이 신한투자증권에 합류한 것은 지난해 3월. 당시 이영창 사장이 조용병 전 회장을 설득해 영입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전 사장과 김 사장의 대표 선임을 두고 업계에선 파격인사로 평가했는데요. 신한투자증권 역대 사장들은 신한금융지주 부사장급이나 신한투자증권에서 임원을 지낸 인물들이기 때문이죠. IB부문 임원을 대표로 선임한 전례도 없었습니다.
 
업계에선 신한투자증권이 명확한 역할 구분으로 시너지를 보인 KB증권 박정림 대표와 김성현 사장을 롤모델로 했을 것으로 봤는데요. 이를 구상한 조 전 회장의 용퇴와 함께 이 전 사장도 임기 만료로 퇴임했습니다.
 
더구나 진옥동 회장 선임 이후 은행, 카드, 생명보험, 자산신탁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대거 교체됐죠. 신한은행은 그룹 영업 부행장을 맡았던 한용구 행장이 이끌게 됐고, 신한카드는 전신인 LG카드 출신 문동권 사장, 신한라이프는 신한그룹 퇴직연금부문장을 맡았던 이영종 사장이 수장에 올랐습니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통상 계열사 수장은 은행 부행장들의 자리였는데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라임 사태와 관련해 공모 의혹을 받았던 만큼 외부 출신 인물 영입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면서도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자리를 뺏겼다 싶은 이들의 내부반발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사장 단독대표 체제, 영향력 강화필요
 
김상태 사장은 단독대표 체제에 오를 당시에도 그룹 안팎에서 일부 반발이 있었습니다. 당시 소유분산기업을 둘러싼 지배구조 논란 등으로 갑작스레 단독대표가 됐다는 말이 돌았죠. 3연임이 유력했던 조 전 회장이 용퇴하면서 인사가 꼬였고 그 과정에서 어부지리 김 사장 단독체제가 됐다는 주장입니다.
 
당시 금융권에선 조용병 전 회장의 3연임 이후 글로벌 총괄, 퇴직연금 총괄, WM 총괄 등 3개 부회장직 신설 가능성을 점쳤습니다. 그러나 조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용퇴로 진옥동 회장이 선임됐고 부회장직 신설도 없던 일이 됐죠. 금융권 관계자는 “조 전 회장의 용퇴로 부회장 선임이 예상됐던 인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김 사장이 단독대표가 된 모습”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조용병 전 회장 체제에서 자회사 CEO 임기는 '기본 2년+연임 1년'을 보장했는데요. 이 전 사장은 이 기간을 꽉 채우고 퇴임했습니다. 김 사장의 경우 올해 12월 말 임기가 만료됩니다.
 
그룹 내부반발 속 그룹 수장까지 교체된 만큼 김 사장은 뭐라도 보여줘야 합니다. 다만 IPO 시장 부진과 거래대금 감소로 시장 상황은 녹록하지 않은 상황,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두고 ‘홀로서기’에 나선 김 사장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좌)신한투자증권 사옥, 김상태 신한증권 사장.(사진=신한투자증권)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