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증권사 기업분석 리포트는 양날의 검입니다. 매수 일색이란 비판이 나오면서도 매도 의견이 나오면 공매도 세력과 결탁했다는 항의가 빗발치는데요. <뉴스토마토>가 과거 5년간의 매도 리포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지목된 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실제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9일
에프앤가이드(064850) (6,470원 ▼40원 -0.62%) 자료를 <뉴스토마토>가 분석한 결과, 2018년부터 지금까지 5년간 국내 증권사들이 매도 리포트를 낸 기업은 21곳입니다. 한 증권사가 특정 종목에 대해 수차례 매도 리포트를 낸 경우와, 두 증권사가 시차를 두고 한 종목에 대해 매도 리포트를 펴낸 경우도 있습니다.
KTB투자증권(현 다올투자증권)은 넷마블에 대해 2019년 2월부터 8월까지 매도 의견을 냈습니다. 매도 의견 6개월 후 주가는 대부분 빠졌습니다. 2019년 5월 15일에 낸 매도 리포트 직전 주가는 12만3000원에서 6개월이 지나자 9만원으로 26.83% 하락했죠.
물론 증권사의 예상을 빗나간 경우도 있습니다. 대신증권도 2020년 초 넷마블에 대해 매도 의견을 냈죠. 하지만 그 후에도 주가는 기세 좋게 상승, 리포트를 낼 당시보다 2배나 올랐습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주가는 본격 하락을 시작해 지금은 5만원을 밑도는 상황입니다. 리포트가 맞았다 하기엔 면구스럽지만 장기 주가 예측은 얼추 들어맞은 셈입니다.
미래에셋증권도 2020년 8월 CJ CGV에 대한 매도 의견을 냈습니다. 하지만 6개월 후 주가는 2만7000원대까지 상승했어요. 지금은 모두가 알다시피 주가가 문제가 아니라 생존 위기에 몰린 상황입니다.
상상인증권이 낸 에브리봇의 경우에만 매도 리포트 이후에도 주가가 올랐고 2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 주가를 크게 밑도는 상황이 아닌만큼 전망을 빗나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과거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증권사가 내는 매도 의견은 대부분 들어맞았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올해 주가가 폭등한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매도 리포트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급등하는 종목에 매도 의견을 낸 증권사 연구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매도 리포트를 냈다는 이유로 비난이 커진다면 오히려 증권사들이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하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7월 증권사의 매수 일변도 중심 리서치보고서 발간 관행과 관련해 증권사 CEO들과 논의한 만큼 매도 리포트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매수면 매수, 매도면 매도라고 어떻게든 비난을 받고 있다"며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부담을 이겨내야 하고 떳떳하고 객관적이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어찌됐든 매도 리포트가 하나둘씩 나온다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누가 봐도 투심이 꺾이고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매도 리포트가 나오는 것은 직무 유기"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