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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한국투자증권, 빗나간 타이밍에 아쉬움 남긴 회사채 발행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0일 15:0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유동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회사채 발행에서 뜻밖의 악재를 만나 다소 아쉬운 결과를 냈다. 앞서 무난한 발행 흥행이 예상됐으나, 미국발 금리 인상 기조 강화가 악재가 됐다. 발행 금리는 단 며칠 사이로 한층 상승해 회사채 완판에도 불구하고 이자부담은 늘어났다. 
 
회사채 완판에도 이자율 부담은 증가
 
한국투자증권 본사 (사진=연합뉴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7일 총 1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2년 만기 700억원 규모, 3년 만기 1100억원 규모로 각각 발행 금리는 4.984%, 5.175%로 책정됐다. 앞서 지난 10일 진행된 수요예측에선 총 2300억원 규모 주문이 들어왔지만, 금리는 2년물과 3년물 민평금리 대비 각각 26bp(1bp=0.01%포인트), 29bp 높은 수준에서 확정돼 발행했다. 국내 5대 대형 증권사의 3년 이하 만기 증권채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수년 내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한국투자증권의 회사채 발행은 앞서 미래에셋증권(006800) (7,440원 ▲110원 +1.48%)NH투자증권(005940) (10,540원 ▼50원 -0.47%)의 회사채 발행에 비해 높은 이자율이 책정됐다. 이를 두고 한국투자증권의 신용 문제가 아닌 시장의 타이밍이 문제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월 총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공모액 2000억원의 4배에 가까운 75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당시 금리 안정화에 따른 채권 투자 활황의 결과로 만기물별로는 2년물, 3년물, 5년물 각각 500억원, 1200억원, 300억원 규모 모집에서 2300억원, 4100억원, 1100억원의 신청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2년물, 3년물은 신고금액 기준 개별민평금리보다 각각 7bp와 5bp 높은 금리 수준에서 책정됐고, 5년물은 10bp 낮은 금리 수준에서 물량을 채웠다.
 
같은 달 12일 NH투자증권도 2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3배 넘는 자금을 모았다. 2년물 1500억원, 3년물 1000억원 모집에서 각각 3200억원, 45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확정 금리는 개별 민평금리 대비 각각 1bp 높은 금리, 5bp 낮은 금리 안에서 물량을 채웠다.
 
하지만 미래에셋과 NH투자증권의 수요예측 후 예기치 못한 시장의 변동이 있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의 발언과 미국 연방준비제도 인사의 매파적 발언이었다.
 
현지시간으로 9월26일 다이먼 CEO는 타임스오브인디아(TOI)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기준금리가 7%까지 갈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미국의 금리가 제로에서 5%대로 올라가는 것이 일부 사람들을 당황케 했지만, 누구도 5%를 가능성의 영역에서는 제외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전 세계가 미국의 기준금리가 7%에 이를 시나리오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시장은 요동쳤고 이어 같은 날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연준이 2회 이상 금리 올릴 확률은 40%"라며 "인플레 압력 고착 땐 금리 더 올려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놔 시장에 충격을 더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까지 안정세를 유지하던 금리는 요동쳤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10월3일 장중 연 4.8%를 돌파한데 이어 18일엔 연 4.91%를 기록해 지난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4.9%를 상회했다.
 
부담되는 지방권 부동산 익스포저, 늘어나는 이자부담
 
이번 회사채 발행은 유동성 확보를 통해 버틸 힘을 모으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으로서는 아쉬운 결과라는 평가다.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의 안정성 확보에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지만 예상 밖의 변수로 이자부담 가중이란 뜻밖의 결과를 냈다. 
 
(그래픽=IB토마토)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6월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등 현금 확보에 속도를 냈다. 해당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신주 8000주가 1주당 5000만원으로 발행되고,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전량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캐피탈로부터 3800억원의 중간배당을 받아 이를 한국투자증권 유상증자 대금으로 활용했다.
 
이와 같이 유상증자에 이은 회사채 발행까지 현금확보에 주력하는 이유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건전성 확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자기자본 대비 위험익스포저 중 부동산 익스포저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혹시 모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6월 말 기준 위험익스포저 규모는 약 24조4277억원에 자기자본 대비 위험익스포저 비율은 301.5%를 기록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중 기업대출과 우발부채 잔액 약 9조8000억원 중 부동산 익스포저는 4조3000억원에 달해 약 4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 익스포저 중 매입확약에서 지방 사업장에 대한 매입확약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담으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2분기 기준 사모사채 인수확약과 대출채권 매입확약을 비롯한 지급보증 규모는 총 5조8036억원으로 전년 동기 5조1716억원 대비 10.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돌아오는 2024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건은 총 189건, 2조3378억원 규모로 이 중 부동산 PF 지급보증은 149건에 1조2924억원 규모다.
 
사업 지역별로 살펴보면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지급보증 건 중 서울 지역 사업 건은 총 10건 757억원 규모로 전체의 5.8%에 불과했고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총 79건, 8487억원에 달해 전체 65.6%를 차지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는 1분기 커버리지 증권사 중 두 번째로 높은 이자비용률을 기록했는데 급격한 이자비용률 상승은 그만큼 강하게 유동성을 조달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한다"라며 "그동안 높은 부동산PF 익스포저를 바탕으로 수년간 차별화된 ROE(자기자본이익률)를 시현했으나 작년 하반기부터는 오히려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부터 관련 손실을 인식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회사채 발행은 통상적인 만기채권 차환이 목적이며, 금리 부담도 재무적으로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이번 채권 발행은 이전 유상증자와는 별도로 만기채권 차환이 주된 목적"이라며 "최근 고금리 기조가 강화된 시장환경에 따라 금리에 책정됐지만 현재 재무적으로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