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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증권업 해외부동산 경고음)③리스크 장기화…강화되는 관치금융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7일 19:5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한때 유망한 대체 투자처로 평가받던 해외부동산이 시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 증권업계에선 안정적인 임대소득을 기대하며 미주와 유럽 지역 오피스와 호텔, 물류센터에 투자해 왔다. 하지만 재택근무 확산과 고금리 상황에서의 인프라 감축으로 해외부동산 가격 하락이 이어졌고, 이는 잠재적인 부실 리스크가 됐다. 이에 <IB토마토>는 근원적인 해외 부동산 시장의 침체 원인부터 각 증권사들의 리스크 요인과 해결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 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10월말 이어진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선 최근 해외부동산 부실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해외부동산 리스크 관리에 대한 해명이 이어졌다. 이 가운데 해외 투자업계와 외신에선 고금리와 해외부동산 가격 하락이 단발성이 아닌 오랜 기간에 걸쳐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결국 금융당국은 해외부동산 관련 안정 펀드 관련 입법에 들어가 국내 금융업계의 관치 금융은 강화될 전망이다.
 
시장 우려 의식한 3분기 컨퍼런스 콜…이어진 해명 
 
여의도 증권가 (사진=IB토마토)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세 곳의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해명이 이어졌다. 앞서 코로나 팬데믹 이전 미국과 유럽 지역 상업부동산 투자 실패에 따른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이날 열린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 (37,050원 ▼100원 -0.27%))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신한금융그룹은 보유한 해외부동산에 대해 긴장감을 갖고 면밀한 관리를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룹 최고리스크관리자(CRO)인 방동권 부사장은 "PF(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는 현재 브리지론을 포함해 9조1000억원"이라며 "연체율은 1.44%, 고정이하는 2% 정도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룹 차원에서 해외부동산은 4조원 정도 보유하고 있다"라며 "북미 지역에 60%가 있고, 용도를 보면 오피스나 숙박 주거시설에 65%를 투자하고 있고 이 중 고정이하는 1600억원, 4% 정도 된다"라고 말했다.
 
같은날 열린 하나금융지주(086790) (41,650원 ▼450원 -1.08%)의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도 해외부동산 투자 관련 질의에 대한 해명이 이어졌다. 정성화 하나증권 최고리스크담당자(CRO)는 이 자리에서 "PF는 브리지론을 합해 1조6000억원 정도"라며 "이에 대해 상반기과 하반기 현장실사를 진행해 9월까지 충당금을 상당 부분 쌓았고 미국과 유럽 현장 재실사와 선제적으로 리스크나 평가 손실이 예상되는 부분은 전액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24일 개최 KB금융그룹(KB금융(105560) (51,500원 ▼600원 -1.16%))의 3분기 컨퍼런스 콜에서도 최철수 KB금융 CRO 부사장이 연사로 나와 해외 부동산 투자와 관련해 "현재 KB금융의 해외 부동산 관련 익스포저는 5조9000억원 정도로 북미 지역의 비중이 많고 그 다음이 유럽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어 "계열사별로 은행이 3분의 2 정도 가지고 있고 전체적으로 선순위 담보 비중이 그룹 기준으로 70%가 넘어 손실 흡수 능력에 여유가 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계열사별로 별도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있다"라며 "부동산 물건별로 해당 사업장에 대한 출구 전략(Exit plan)을 보고 있고 공실률, 스트레스 테스트도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두운 전망 금리 개선까지는 단기간에 회복 힘들어
 
하반기 금융업계에선 해외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업계 리스크가 가시화된 가운데 해외 부동산 전문 매체와 시장 참여 사이에선 고금리의 장기화와 그에 따른 미국과 유럽지역에서의 부동산 가격 하락 장기화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영국의 신도시 카나리 와프 전경 (사진=픽사베이)
 
블룸버그통신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저금리시대가 끝났다는 시장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 앤스티 블룸버그 선임 에디터는 해당 보도에서 "차입 비용이 팬데믹 이전의 낮은 수준으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논쟁에서 초저금리 시대는 이제 흘러간 과거가 됐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앤스티 에디터는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의 평가를 들었다. 보도에선 미국 의회 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이 지난 2000년부터 2020년간 평균 금리가 4% 미만으로 1990년대의 6% 이상 금리보다 훨씬 낮아 점점 많은 관료들과 정책 입안자들이 현재의 금리 인하에 회의적인 태도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고금리 고착화로 인해 미국과 유럽 시장 부동산은 침체일로를 겪고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 코스타 그룹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개선문에서 5km(3마일) 떨어진 유럽 최대 규모의 특수 목적 상업 지구인 라데팡스의 공실률은 1분기 말 20%를 기록했으며, 파리 중심부의 공실률은 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투자은행 제프리스&컴퍼니도 영국 런던의 오피스 건물의 공실률이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임대 불황'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제프리스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의 웨스트앤드(West End) 지역의 공실률을 7%로 추정되며 런던의 금융중심지 씨티 지역과 런던의 초고층 빌딩이 모여있는 카나리 와프 지역의 공실률도 각각 10%와 20%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Blackstone Inc)의 부동산 글로벌 공동 책임자인 캐슬린 맥카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이어진 공실률 상승과 부동산 가치 평가 급락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산 소유자에게 불리한 환경이다"라고 평가했다.
 
결국 공은 정부 손에…리파이낸싱 펀드 조성 추진 
 
어두운 시장상황과 전망이 이어지자 금융투자업계에선 결국 지난 채권 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관련 운용사 2곳과 판매사인 증권사 2곳·시중은행 2곳이 '리파이낸싱 펀드 조성 건의안(가칭)'을 금융투자협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축석해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11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시장에만 맡기지 말고 금융위에서 업계와 함께 리파이낸싱이 가능하도록 펀드를 설계할 생각이 있냐"라는 질문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업계와 논의해 보겠다"라고 답했다. 해당 발언 이후 금융위원회는 전체 해외부동산 공모펀드 77%를 운용 및 판매한 운용사와 판매사가 참여해 의견 수렴을 진행했고,  지난 16일 회의 등을 거쳐 작성한 초안을 금융투자협회에 제출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운용사나 판매사가 개별적으로 움직여서 리파이낸싱 펀드를 조성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정책당국에서 리파이낸싱을 위한 지원을 해준다면 당분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움직임에 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한편으론 결국 시장의 능력이 아닌 정부에 손을 벌리는 형국이 돼 관치금융의 강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앞서 작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에도 금융당국이 보증을 서주는 역할을 해 위기를 넘겼지만 그로 인해 금융가가 관의 눈치를 보는 형국이 됐다"라며 "이번에도 금융당국의 지원이 반갑기는 하지만 시장은 더욱더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