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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호 우리금융, ‘비은행 강화’ 공염불…“성과 제로”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지난 3월 취임 당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을 천명한 임종룡 우리금융지주(316140) (12,940원 0원 0.00%) 회장의 리더십이 첫번째 프로젝트부터 삐걱거리고 있습니다. 손태승 전 회장때부터 이어진 증권사 최우선 인수합병(M&A) 전략을 선회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섰으나 결국 실패했습니다. 임 회장이 우리은행의 자본금을 바탕으로 비전을 발표하며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보여주기식’에 그치는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옵니다.
 
입으로만 외치는 M&A?…정부 정책 맞춰 보여주기식 지적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삼일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해 실사를 진행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검토를 중단했습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2곳의 인수가격이 최대 5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다만 우리금융 측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규모 등을 고려해 2000억원 이내의 보수적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앞서 우리금융지주와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대주주인 상상인그룹은 각각 인수 및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뒤 실사를 진행했습니다. 상상인의 최대주주인 유준원 대표는 금융당국으로부터 상상인·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대주주 지분매각 명령을 받아 보유 지분 최소 90%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라 업계에서도 매각 성사 가능성을 높게 점쳤습니다. 
 
다만 인수금액에 규모에 대한 이견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만큼 애초에 인수 의지가 크지는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이어집니다. 사실상 부실한 저축은행을 정리하려는 정부 정책에 우리금융이 발맞춰 보여주기식 M&A 선언을 했다는 해석인데요. '관피아' 논란을 겪으며 취임한 임 회장이 금융당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설명입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7월 ‘상호저축은행 대주주변경·합병 등 인가 기준 개정 방안’을 발표하며 저축은행 인수합병 규제를 완화했는데요. 이를 두고 업계에선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량 금융회사들이 저축은행을 인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실제 우리금융은 인수 검토 대상으로 밝힌 상상인저축은행 측과 제대로 된 가격 협상 조차 벌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집니다. 상상인 관계자는 “현재 (유준원 상상인 대표의) 지분을 매각할지 아니면은 행정소송을 진행할지 등을 아직 결정한 사항이 없다”면서 “M&A 관련해 우리금융과 가격 조건 등을 제시하면서 협상을 진행한 적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임종룡 리더십 시험대 비은행 M&A…"당분간 쉽지 않아"
 
금융권에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당시 우리금융의 공격적 M&A를 기대했는데요. 임 회장은 과거 NH농협금융 회장 취임 당시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진두지휘했기 때문입니다. NH투자증권은 현재 NH농협금융의 알짜 계열사로 자리 잡았죠.
 
임 회장은 지난 3월 첫 출근 당시만 해도 증권사 등 M&A 전략에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 마땅한 매물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금융은 물밑에서 유안타증권에 인수 의향을 전달하기도 했으나 현재까진 대만 유안타파이낸셜홀딩스의 매각 의사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8개월을 앞둔 상황이지만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에는 다소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우리금융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96%에 불과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비율로 인해 실질적인 M&A 여력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중소형사의 경우 시너지 발생이 어렵고, 중대형사의 경우는 매물로 나오더라도 모든 금융지주사들이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금융의 인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우리금융의 비은행 확대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습니다.
 
은행 집중 포트폴리오 '저평가 굴레'…기업은행에 따라잡힌 시총 
 
우리금융지주의 주가는 저평가된 국내 금융주 중에서도 유독 평가가 박한데요. 지난 8월에는 기업은행(024110) (11,890원 0원 0.00%)에 시가총액을 따라 잡히기도 했습니다. 1월30일 기준 우리금융지주와 IBK기업은행의 시가총액은 각각 9조7851억원, 8조3091억원으로 1조4000억원 이상 차이가 났는데요. 8월16일 시가총액이 역전됐습니다. 전일 종가기준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의 시가총액은 각각 9조5648억원, 9조3299억원으로 언제 다시 역전될지 알 수 없습니다.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지주의 지지부진한 M&A와 은행 이자에 집중된 이익 비중을 꼽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달 ‘국내은행 기업가치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국내 금융주 저평가 원인 중 하나로 이자이익 비중이 높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금리 변화에 당기순이익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안정적이지 못한 높은 수익 변동성을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금융의 경우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보험, 증권 계열사가 없어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데요. 우리금융의 총영업이익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3분기 기준 88%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습니다. 하나금융(79%), 신한금융(73%), KB금융(70%)은 70% 대로 집계됐습니다.
 
우리금융 사옥 전경 및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사진=우리금융, 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