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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덕연 후유증' CFD…증권가 '올해도 쉽지 않네'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지난해 라덕연 사태로 떠들썩했던 증권사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손실이 컸던 전문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데다 증시 상황도 좋지 않아 소외 받고 있습니다. CFD는 제도 개선 이후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증권사들은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CFD 잔고, 거래중단 전보다 57% 감소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증거금 포함 CFD 명목 잔고는 1조1840억원입니다. 작년 3월 말 2조7697억원에 비해 57.3%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9월1일 CFD 거래를 재개하기 하루 전 1조2726억원보다도 7% 줄었습니다. 
 
CFD는 증권사에 증거금만 내면 최대 2.5배까지 큰 규모로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예를 들어 증거금률이 40%라면 내 돈은 40만원(증거금)을 내고 60만원을 빌려 100만원까지 투자가 가능합니다. 레버리지 투자를 선호하는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다가 지난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발 주가 폭락 사태가 빚어지면서 잔고가 급감했습니다. '라덕연 사태'로 불리는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 CFD가 악용된 것이 드러나면서 서비스의 허점도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당시 금융당국이 대대적 점검에 나서면서 CFD 거래를 했던 13개 증권사가 모두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점검 결과 CFD 거래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했고, 지난해 9월1일부터 CFD 서비스도 재개됐습니다. 당국은 CFD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개인 전문투자자의 가입 요건과 보호를 강화했습니다. CFD는 장외파생상품으로 분류돼 신용공여 한도 제한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행정지도 형태로 운영했던 CFD 최소증거금률(40%) 규제도 상시화하고, 취급 규모도 신용공여 한도에 포함했습니다.
 
거래 재개 후 현재 △교보 △메리츠 △NH투자 △KB △하나 △유진 △유안타 △하이투자증권 등 8개 증권사가 서비스를 운영 중입니다. 하이투자증권이 금융당국의 점검 후 새로 서비스를 시작한 반면 SK증권은 CFD 서비스를 아예 종료했습니다. 키움·삼성·한국투자·신한투자·DB금융투자 등 5개 증권사는 아직까지 재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CFD는 자격을 얻은 전문투자자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참여하는 투자자 수는 많지 않습니다.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기 때문에 최근 5년 내 1년 이상 고위험 금융투자상품의 월말평균잔고가 3억원 이상인 전문투자자에게만 허용되는데요.
 
이들은 주로 CFD의 절세 혜택을 공략합니다. 일반 주식에 투자할 경우 특정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양도 차익의 22%를 세금으로 내야하지만 CFD는 장외파생상품으로 분류돼 파생상품 양도소득세 11%가 적용됩니다. 또한 5% 이상 지분 보유 시에도 공시 의무를 지지 않습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CFD의 세제 혜택이 큰 마케팅 포인트인 셈입니다. 실제 증권사들은 CFD 서비스를 국내주식은 물론 해외주식까지 확대하면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수수료 인하 경쟁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거래 재개했지만…감독 강화에 증권가 '신중'모드 
 
지난해 CFD가 한 차례 도마위에 오른 이후 증권업계는 다소 신중한 모습입니다. 8개 증권사가 서비스에 나섰지만 예전처럼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는 못하는 상황입니다. 해외주식 CFD 서비스도 작년 초 12곳까지 늘어나며 점유율 경쟁을 벌였지만, 거래 재개 이후에는 메리츠와 하이투자증권만 미국 주식 서비스를 시작했고 KB증권은 해외주식 CFD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서비스 중단 전 CFD 상위 사업자였던 키움증권(039490) (94,000원 ▲200원 +0.21%)삼성증권(016360)가 신규 거래를 중단하면서 전체 CFD 잔고도 지속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상대적으로 메리츠증권만 크게 늘었습니다. 메리츠증권의 CFD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4000억원대를 기록하며 교보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메리츠증권은 오는 2월5일부터 국내CFD 비대면 온라인 매매수수료를 기존 0.015%에서 0.10%로 크게 인상합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CFD 서비스 초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수료를 (상대적으로)낮게 책정했었다"라며 수수료를 정상화한다는 설명입니다. 
 
서비스 재개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5개 증권사는 언제 다시 시작할지 거래 계획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업계에서는 CFD 서비스 이용자금이 줄어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이 없다고 말합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CFD 관련 사고가 터지고 전문투자자 요건이 강화되면서 전체 파이가 작아졌다"라며 "신규 자금도 크지 않아 운용 규모 자체가 줄었는데,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시 침체 영향도 피해갈 수 없어 CFD 서비스가 잘 될 만한 재료가 많지 않다"라며 "증권사 입장에서는 CFD가 엄청 큰 규모의 수익 사업도 아니기 때문에 사업을 빠르게 재개해야 할 이유가 부족하고, 아직 지난해 CFD 관련 손실 정리가 덜 된 곳은 서비스 재개가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