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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폰 '안일한 검수' 도마 위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내 통신사들이 신학기를 앞두고 1월부터 키즈폰 마케팅을 시작했습니다. 중저가폰에 캐릭터를 입히고, 키즈 전용 특화 애플리케이션(앱)을 내세웠습니다. 자녀의 위치 조회나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 유해콘텐츠 방지를 위한 제어 기능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번에 출시된 SK텔레콤(017670) (49,900원 ▼50원 -0.10%) 젬(ZEM) 포켓몬에디션2와 KT(030200) (35,450원 ▲450원 +1.27%)의 시나모롤 키즈폰 내에서 유해콘텐츠 검색이 가능해 논란입니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포켓몬에디션2와 KT의 시나모롤 키즈폰의 키보드 내 GIF 검색을 통해 유해 콘텐츠가 자동 검색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GIF는 여러 이미지를 순차적으로 재생해 애니메이션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능으로, 소위 '움짤'로 알려져 있죠. GIF키를 통해 '고마워', '미안해' 등 감정관련 움짤이 나옵니다. 문제는 검색어 카테고리 내에 '키스', '무섭' 등도 자연 검색어로 뜨면서 남녀가 키스하는 모습이나 혐오스러운 이미지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점입니다. '비키니'와 같은 검색어를 입력하면, 노출이 심한 이미지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월 제품 출시 당시 SK텔레콤은 젬 포켓몬에디션2에 대해 '어린이 고객에게 딱 맞는 단말', KT는 시나모롤 키즈폰에 대해 '어린이 전용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내세웠는데요. 실제 제품에서는 이들이 타깃으로 삼은 고객이 접하기에는 다소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콘텐츠 접근이 용이한 상태입니다. 
 
SK텔레콤과 KT의 2024년 버전 키즈폰. (사진=각사)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일차적으로 단말입니다. SK텔레콤과 KT는 올해 키즈폰 단말로 ALT 마이브(mive) 키즈폰을 택했습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제품인데요. 안드로이드용 키보드 앱인 지보드(Gboard)에는 GIF 검색 기능이 내장돼 있어 OS가 안드로이드인 경우 동일하게 해당 기능이 노출됩니다. 삼성전자(005930) (72,800원 ▼700원 -0.96%) 제품의 경우 GIF를 설정단계에서 비활성화 시킬 수 있는 것과 달리, ALT 제품은 비활성화가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키보드에서 이모티콘을 누를 경우 GIF 비활성화가 불가능한 것이죠. 지난해 통신3사 모두 갤럭시X커버5를 키즈폰 단말로 채택한 까닭에 해당 이슈가 불거지지 않았고, LG유플러스(032640)는 올해 갤럭시A24를 기반으로 키즈폰 춘식이2를 선보여 이 이슈에 빗겨가 있는 것도 이러한 영향입니다. 
 
해당 제품을 키즈폰으로 선보인 SK텔레콤과 KT는 이번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ALT의 마이브 키즈폰은 지난해 12월5일 국립전파연구원의 적합인증을 받았습니다. 이후 통신사업자들은 신규 단말기가 자사 네트워크망에 적합한지, 기능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의 평가를 거치는데요. 다각도로 제품의 안정성을 살펴야 했지만, 안일하게 검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방효창 두원공과대 스마트IT학과 교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기에 사전에 필터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앱이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관리하기 이전에 원천적으로 유해 요소는 차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통신사업자들이 키즈폰은 아이들을 케어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사용되는 폰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도 짚었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부모의 폰을 사용하기도 해 유해 요소는 막을 수 없다고도 하지만, 키즈폰은 목적성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라며 "유해한 환경이 노출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SK텔레콤과 KT는 제조사와 협의하며 해당 문제를 해결할 방안 찾기에 나섰습니다. 3월 중 유해 콘텐츠 노출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해왔는데요. SK텔레콤은 "GIF 검색은 안드로이드 기반 키보드 사용 시 일반적인 기능으로 비활성화가 가능하다"며 "제조사와 협의해 검색기능 차단 강화 등 소포트웨어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KT는 "키보드의 기본 기능을 업데이트하는 방향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3월 중에 적용이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