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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위기의 금융지주 신탁사)①KB부동산신탁, 대손충당금 1600억…건전성 '빨간불'
이 기사는 2024년 04월 4일 17:3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신탁사들의 경영 위기설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아파트 분양시장 냉기가 확산되면서 '중위험·중수익' 방식 사업인 책임준공관리형토지신탁(이하 책준신탁) 사업을 진행했지만, 손실 위협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건설업계가 책임준공에 어려움을 겪으며 부동산신탁사에게 책임이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KB와 신한, 우리자산신탁 등 금융지주 산하 부동산신탁사은 ‘부실 후보’에 끊임없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이들 부동산신탁사들의 재무 위험도를 톺아보려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성중 기자] KB부동산신탁의 사세 확장 ‘일등공신’ 역할을 해 온 책임준공관리형토지신탁(이하 책준신탁)이 도리어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 신탁사 가운데 가장 많은 책준신탁 사업장을 보유한 탓에 지난해 급격히 리스크가 커지며 손실을 선반영한 KB부동산신탁은 올해 이들 사업장 관리 역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서울 강남구 KB부동산신탁 본사.(사진=KB부동산신탁)
 
국내 신탁사 중 가장 많은 책준신탁 사업…사업장 관리 여부 ‘관건’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 1487억원, 영업손실 9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936억원이던 영업이익은 대규모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이는 지난해 1590억원에 달하는 대출채권 대손충당금을 설정하면서 영업손실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총 5268억원의 매출채권에서 30.1%에 달하는 1590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설정했다. 특히 2022년 대손충당금이 292억원(비율 13.7%)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부동산 시장 악화 여파로 받지 못할 것으로 추정한 금액을 1년 만에 크게 늘린 것이다. 여기에 수취채권의 대손충당금도 63억원을 기록한 상태다.
 
또한 지난 2022년 8133만원에 불과했던 복구충당부채도 지난해 들어 600억원으로 불어났다. 토지신탁충당부채가 598억원, 소송충당부채가 2억원씩 각각 전입된 영향이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달 공시를 통해 “신탁사업 대출 관련한 예상 손실을 추정해 충당부채로 계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KB부동산신탁이 예상되는 손실을 지난해 ‘선반영’한 배경에는 책준신탁 사업장들의 위험도 증가가 있다. KB금융(105560) (51,500원 ▼600원 -1.16%)의 지난해 연결 기준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책준신탁 사업에 대한 총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약정한도는 5조6206억원, 실행잔액은 4조20억원으로 나타났다.
 
 
책준신탁은 시공사의 책임준공의무 미이행시 부동산신탁사가 의무를 부담하고, 신탁사가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대출 금융기관에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는 구조다.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말 기준 준공 사업을 제외하고 공항동에어포트시티 등 72건의 책준신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사업지에서 부실이 발생할 경우 각 사업장별 책임 규모가 크기에 올해 회사의 높은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월 KB부동산신탁은 토지신탁 채권 3건에서 1034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는데, 각각 자기자본 대비 14.6%(416억원), 10.4%(299억원), 11.2%(319억원)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큰 틀에서는 공정지연 단계별 사업장 관리체계 하에 현장을 집중 관리 중”이라며 “책임준공 기한 내 준공을 최우선 목표로 사업장을 관리해 수분양자·이해관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업장별 특성에 맞춘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금 조달 ‘릴레이’…KB금융지주 본격 등판 가능성도
 
이처럼 책준신탁의 사업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KB부동산신탁은 이를 대비하기 위한 자금 조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회사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5월 1200억원 △7월 2000억원 △11월 1050억원 △올해 2월 3400억원 등 네 차례에 걸쳐 차입금 한도를 늘렸다.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던 KB부동산신탁의 차입금은 약 1년새 4304억원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회사의 부채비율은 2022년 27.9%에서 지난해 말 200.4%로 10배 가량 증가했다. 국내 부동산신탁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며, 두 번째로 높은 대한토지신탁(부채비율 95.5%)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별도 기준 KB부동산신탁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580억원으로 전년 말(1220억원) 대비 약 360억원 증가했다. 적극적인 차입의 결과다. 실제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대규모 대손충당금 설정 등 영향으로 –4045억원을 나타낸 반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3916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에 모회사인 KB금융지주가 올해 자회사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KB부동산신탁은 K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완전자회사다. 자회사의 재무위기가 곧 모회사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이에 KB금융지주는 지난해 500억원, 올해 2월 350억원을 각각 KB부동산신탁에 지원한 바 있다.
 
KB부동산신탁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모기업인 KB금융지주와 지원 시기, 금액, 방법 등에 관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권성중 기자 kwon8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