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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 앞둔 효성, '효성캐피탈' 어이할꼬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지배구조 정비에 나선 효성과 태광이 금융계열사 처리라는 공통과제를 안게 됐다. 당정이 재벌개혁 일환으로 금산분리를 강화할 태세인 데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전환시 금융계열사 지분은 2년 내에 정리해야 한다.
 
효성은 지난 9월 지주사 전환 계획을 밝힌 후 현재 밑그림 작업에 한창이다. 효성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계열분리도 진행할 방침이다. 문제는 할부금융과 리스·대출 사업을 영위하는 효성캐피탈이다. (주)효성은 올해 6월 기준으로 효성캐피탈 지분 97.15%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지분 매각이다. 현대중공업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하이투자증권을 매각하려는 것과 같다. 지난해 효성캐피탈의 영업이익은 186억1000만원으로 그룹 내 이익 비중도 그리 높지 않다. 반면 효성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효성이 효성캐피탈을 들고 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현금 입출금기 사업을 영위하는 노틸러스효성, 테이터 관리를 맡은 효성ITX와 연계해 종합금융서비스 플랫폼 기업으로 발돋움할 기반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한 관계자는 "효성캐피탈은 1997년 효성이 100% 출자해 만들었다"며 "단순히 털고 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우회로도 있다. 총수일가가 효성캐피탈 지분을 취득, 지주사가 아닌 개인 소유로 두고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지분 인수에 필요한 돈이 걸림돌이다. 증권가에서는 효성캐피탈의 적정가치를 3620억원대로 평가한다. 조현준 회장이 2년 안에 3600억원대의 자금을 마련하기는 부담이다. 효성은 효성캐피탈과 관련, 아직 구체적인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효성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에 대해서는 아직 각론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태광은 오는 12월1일 계열사 티시스가 다른 계열사 동림건설과 에스티임, 서한물산을 흡수합병한다. 태광은 합병의 이유가 "경영 효율성 제고"라고 말하지만, 시장에서는 지주사 전환 준비로 받아들인다. 티시스는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곳으로, 2013년부터 기존 계열사들을 합병하며 총수일가 지분율을 높여 지배구조의 정점에 섰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84%다.
 
태광에서도 문제는 흥국생명 등 6개 금융계열사다. 6월 기준 흥국생명 지분은 이 전 회장이 56.30%를 가진 가운데 계열사인 대한화섬(10.43%), 한국도서보급(2.91%)도 주요 주주다. 흥국화재와 고려저축은행, 예가람저축은행, 흥국자산운용, 흥국증권 등도 이 전 회장과 계열사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흥국생명 등 금융계열사는 그룹에서 이호진→흥국생명→흥국화재로 이어지는 핵심 고리다. 이 회사들에 대한 애정은 이 전 회장의 지분에서도 드러난다. 태광의 26개 계열사 중 그가 직접 지분을 보유한 곳은 태광산업 등 13곳으로, 이중 흥국생명과 고려저축, 흥국증권, 흥국자산운용 등 금융사만 4곳이다. 이에 본격적으로 태광이 지배구조 정비에 나서게 되면 금융계열사 처리가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 태광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은 아직 공식 입장이 정해진 게 없고, 금산분리도 정부 지침이 내려온 게 아니라서 금융계열사 정리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방침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효성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