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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거수기 논란…증권사 이사회, 부결 안건 '전무'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지난해 증권사 사외이사들이 주요 경영사항을 결정하는 이사회 표결에서 100% 비율로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에서 부결된 안건은 한건도 없었으며 보완이나 보류를 요구한 안건은 2건에 불과했다. 평균 5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된 경영감시와 견제 활동을 하기보다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금융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006800) (7,440원 ▲110원 +1.48%)·한국금융지주(071050) (61,200원 ▼1,300원 -2.12%)(한국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016360) (39,600원 ▲50원 +0.13%)·NH투자증권(005940) (10,540원 ▼50원 -0.47%) 등 5개 증권사는 작년 한 해 모두 74차례의 이사회를 열고 218건의 안건을 결의했다. 이 가운데 부결은 전무했으며 보류만 NH투자증권과 KB증권에서 각 1건씩 있었다.
 
총 20회의 이사회를 소집한 미래에셋대우는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많은 65건의 안건을 올려 모두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주요 업무집행책임자 선임을 비롯해 런던법인 감자와 홍콩법인 증자, 네이버페이 분할설립회사 출자, 외화채권 발행한도 증액 등의 안건이 포함됐다.
 
미래에셋대우 합병 전인 지난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의안에 반대의견을 낸 사외이사는 강정호 당시 대우증권 사외이사가 유일하다. 강 전 사외이사는 2015년 2월 중국고섬 구상조치 방안에 반대했지만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됐다.
 
현재 미래에셋대우 사외이사는 김병일·황건호·정용선·조성일 이사 등 4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미래에셋대우는 이들에 대해 내부평가를 실시한 결과 ‘매우 우수하다’고 밝혔다. 사외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 지급액은 5854만원 수준이다.
 
사외이사 보수가 가장 높은 삼성증권은 지난해 12회 이사회를 열어 ‘삼성생명과의 파생상품 매매중개금액 증액’ 등 35건의 안건을 가결했다. 정부균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총 38시간을 할애했으며 기본급 7800만원에 상여 등을 포함해 8588만원을 수령했다. 작년 주총에서 신규 선임된 이영섭·안동현 사외이사는 19시간 동안 이사회 활동을 하면서 각각 7288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최근 5년간 삼성증권 사외이사들이 내놓은 반대의견은 없다.
 
보류 의견이 나온 NH투자증권은 14차례의 이사회에서 31건의 안건을 다뤘다. △파생상품 발행한도 증액 △자회사 설립 및 출자 △본사 사옥 매각 및 리스백 임차(안) 등이 안건으로 올라 모두 통과됐다. 다만 ‘NH선물 증자’ 승인건은 의안 자료 보완과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한차례 보류됐다. 이후 이사회는 NH선물의 중장기적인 영업력 확대를 위해 신용위험한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해당 안건을 가결했다.
 
NH투자증권 사외이사는 지난해 3월 선임된 전홍열, 박상호, 박철 사외이사를 포함해 김일군·김선규 이사까지 모두 5명이며 이들 사외이사는 평균 98시간을 일하고 약 5590만원을 수령했다.
 
KB증권은 13차례 진행된 이사회에서 38건의 안건을 승인했으며 이 가운데 1건은 보류 후 재논의했다. 보류된 안건은 전국사무금융서비스 노동조합과 사측이 공동으로 설립한 ‘사무금융우분투재단 기금 출연 승인’ 건으로 이사회에서는 기금 출연 절차, 시기, 금액 등에 이견을 보였다. 나머지 △베트남 현지법인에 대한 지급보증한도 증액 △EMTN(유로 중기채)프로그램 발행한도 승인 △홍콩 현지법인 지급보증안은 별다른 이의 없이 모두 통과됐다.
 
이밖에 한국투자증권은 15차례 이사회에서 △한국투자캐피탈(자회사) 지급보증한도 증액 △증손회사(KIS Indonesia 자회사) 편입 승인 △한국투자파트너스 대여금 만기연장 등 49건을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특히 실적이 좋지 않은 한국투자파트너스의 기존 대여금(200억) 만기를 4차례나 연장하고 추가 운영자금(150억원) 대여를 승인하기도 했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지난해 반토막난 238억원의 당기순이익(별도 기준)을 기록했다. 한국금융지주가 지난해 사외이사 4명에게 지급한 보수는 총 3억3700만원, 1인당 평균 6100만원이다.
 
한편 증권사들 가운데 외부평가를 실시하는 곳은 없었다. 앞서 미래에셋대우는 사외이사 외부평가에 관한 지침을 사규에 넣었지만 아직 사외이사 평가를 내부평가로 진행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향후 전문 외부평가기관이 등장하고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된 이후 사외이사 외부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사회 개최 전 의안을 사전에 공유하고 검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안건 승인도)다양한 전문지식을 가진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활발한 토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표/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