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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시총이 보여주는 증시 주도주 변화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10위 자리를 두고 일주일째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주인공은 현대차와 카카오다.
 
최근 바람몰이를 하며 기세를 탄 카카오(035720) (50,900원 ▼900원 -1.77%)가 순위를 한 계단씩 높이며 마침내 현대차(005380) (185,000원 ▼600원 -0.32%) 턱밑 11위까지 치고 올랐다. 장중엔 둘의 자리가 뒤바뀐 적도 있으나 현대차가 힘겹게 방어해 내면서 아직 마감 기준으로 카카오가 10위권에 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에도 현대차 주가는 약보합세, 카카오는 강보합세로 11시20분 현재 둘의 시총 차이는 불과 1000억원 남짓이라 언제든지 자리가 뒤바뀔 수는 있다. 
 
만약 카카오가 현대차를 밀어내고 시총 10위 자리에 오른다면 시총 상위권은 9위의 LG생활건강(051900) (336,000원 ▲11,500원 +3.42%)을 제외하고 전부 IT, 인터넷, 바이오, 2차전지 등 미래 경제의 주인공들이 차지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신한금융투자에서 시총 순위를 통해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의 산업지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보고서를 발행해 눈길을 끌었다. 
 
 

<자료: 블룸버그, 신한금융투자>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한국은 자본시장 개방과 함께 중진국 대열에 들면서 증시도 공기업, 은행 중심에서 전자, 통신으로 기울었다. 이후 IMF 외환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과 은행권이 무너졌고 그 자리를 IT가 대신하며 주력 산업으로 떠올랐다. 
 
1990년대 시총 1위는 단연 한국전력(015760) (19,190원 ▼110원 -0.57%)이었다. 지금의 삼성전자(005930) (72,800원 ▼700원 -0.96%)처럼 2위와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1위였다. 1994년 한전의 시총은 16조5470억원으로, 2위 포항제철(POSCO(005490) (453,000원 ▼15,000원 -3.31%), 5조8470억원)의 거의 3배에 달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는 휴대전화 보급과 함께 통신업체들이 크게 성장하면서 1999년 1위 자리를 한국통신(KT(030200) (35,450원 ▲450원 +1.27%))에게 내어주게 된다. 2위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3위 한국통신프리텔, 4위 SK텔레콤(017670) (49,900원 ▼50원 -0.10%)에 이어 6위 데이콤, 9위 한솔엠닷컴, 10위 엘지정보통신 등이 차지, 통신업의 위세를 보여준 해였다. 한국전력은 5위, 포항제철은 7위로 추락했고, 현대전자(SK하이닉스(000660) (131,200원 ▲200원 +0.15%))가 8위로 상위권에 진입했다. 
 
2000년 드디어 삼성전자가 시총 1위에 등극했다. 삼성전자는 그 이후로 지금까지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1위를 유지한 채로 업그레이드된 D램을 개발하듯 시총도 꾸준히 불렸다. 
 
2000년대는 IT버블 붕괴로 출발했고 신용카드 대란도 겪었지만, 중국의 고성장과 함께 수혜를 입은 소재, 산업재가 성장하면서 강세를 주도했다. 제조업은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으로 재편됐다. 이로 인해 경기민감주들이 크게 주목받았다. 
 
이와 함께 펀드 열풍이 불며 대규모 자금이 자본시장으로 유입, 2007년 2000포인트를 돌파하며 정점을 맞게 된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지만 위기는 잠시, 한국은 미국이 고통 받는 사이 성장을 구가한 중국에 기대 수혜를 누렸다. 현대차 등이 눈부신 성장을 보여준 것도 이 시기다. 2000년까지 시총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현대차는 2009년 3위 자리에까지 오른다. 2011년엔 POSCO를 제치고 2위에 올라 5년 간 2인자로 군림했다. 제조업의 성장은 금융 성장과 함께해 국민은행(KB금융(105560) (51,500원 ▼600원 -1.16%))과 신한지주(055550) (37,050원 ▼100원 -0.27%)도 10위권에 안착했다. 
 
 
2010년대의 상당기간 주식시장은 ‘박스피’였다. 박스권에 갇힌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초과수익을 낼 수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고 그 사이 중국 소비와 관련된 화장품, 여행,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바이오가 주역으로 떠올랐다. 2015년 한미약품(128940) (329,000원 0원 0.00%)의 기술 수출로 붐이 시작됐다. 신약 개발이 큰돈이 된다는 사실을 시장이 알게 됐다.  
 
2015년엔 아모레퍼시픽(090430) (132,000원 ▲5,000원 +3.79%)이 5위로 깜짝 등장했고, 2017년엔 코스닥에서 옮겨온 셀트리온(068270) (179,700원 ▼3,700원 -2.06%)이 7위를 차지했다. 이듬해엔 셀트리온 3위, 삼성바이오로직스 4위, 그리고 NAVER(035420) (213,500원 0원 0.00%)가 10위에 턱걸이했다. 
 
이제는 카카오까지 등장했다. 삼성전자 우선주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10위다. 삼성SDI(006400) (429,500원 ▼16,000원 -3.73%)LG화학(051910) (460,000원 ▼12,000원 -2.61%)은 2차전지 사업 덕분에 10위 안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시총 순위는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IT와 플랫폼, 바이오, 전기차 등 미래 성장산업이 포진한 모습은 1990년대 말과 흡사하다. 다만 그때는 꿈만 앞서간 시총이었다면 지금은 숫자가 나오는 성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물론 꿈이 많이 반영돼 있는 시총이다. 
 
이와 같은 흐름은 미국도 다르지 않다. IT, 헬스케어, 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국 증시에서의 비중은 그보다 더 크다. 
 
그렇다고 구 경제가 이대로 있을 리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플랫폼과 결합할 것이고 현대차의 시총은 그에 맞게 평가받을 것이다. 다만 그때까지는 지금의 순위를 참고해 투자해야 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새로운 종목이 시총 Top10에 들면 대체로 2년 이상 지위를 유지한다”며 “올해 승기를 잡은 종목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자료: FnGuide, 신한금융투자>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