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8파전…금리 경쟁 뒤 운용 전쟁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삼성증권의 합류로 발행어음 시장이 8파전으로 확대되면서 증권사들의 승부처가 자금 모집에서 운용으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후발주자들이 고금리 특판을 앞세워 자금을 빠르게 끌어들이는 가운데 조달한 돈을 소화할 기업금융 투자처 확보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습니다. 금융당국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부동산 운용 한도 축소까지 맞물리면서 향후 발행어음 사업의 성과는 얼마나 많이 모으느냐보다 어디에 투자해 수익을 내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입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삼성증권(016360)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발행어음 업무가 가능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미래에셋증권(006800), 키움증권(039490), 신한(005450)투자증권, #하나증권을 포함해 모두 8곳으로 늘었습니다.
시장 외형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발행어음 잔액은 55조92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4조3912억원보다 26.0% 증가했습니다. 과거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선발 4사가 주도했던 시장에 지난해 말부터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이 잇따라 진입하면서 경쟁 구도도 달라졌습니다.
삼성증권의 가세는 시장 확대에 속도를 더할 변수로 꼽힙니다. 삼성증권의 올해 6월 말 자기자본은 8조1566억원으로 현행 한도를 단순 적용하면 최대 약 16조3000억원까지 발행어음으로 조달할 수 있습니다. 리테일 고객자산도 652조4000억원에 달해 기존 자산관리 고객을 기반으로 발행어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기존 후발주자들의 성장 속도도 가파릅니다. 키움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지난 3월 말 1조1730억원에서 6월 말 1조8160억원으로 54.8%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하나증권은 6833억원에서 9993억원으로 46.2%, 신한투자증권은 1985억원에서 2899억원으로 46.0% 증가했습니다.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특판 경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은 생애 최초 계좌 개설 고객을 대상으로 1년 만기 세전 연 5% 상품을 내놨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신규 자금에 365일 만기 연 4.9%, 181일 만기 연 4.7%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의 6개월 만기 연 4.5% 특판은 300억원 한도가 판매 개시 5시간 만에 소진됐습니다.
금리가 높아질수록 증권사의 부담은 조달 이후에 커집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금융상품으로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습니다. 고객에게 약속한 금리를 지급하고 수익을 남기려면 이를 웃도는 수익을 낼 대출·채권·지분투자 등 기업금융 자산을 확보해야 합니다.
금융당국의 정책 변화는 투자처 확보의 중요성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당국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통한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 비율을 올해 10%에서 2027년 20%, 2028년 25%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입니다. 반면 부동산 관련 자산 운용 한도는 올해 15%에서 2027년 10%로 낮출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부동산 관련 자산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중소·벤처기업과 중견기업 등으로 투자 대상을 넓혀야 합니다. 8개사가 동시에 모험자본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만큼 우량기업을 발굴하고 적정한 조건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심사·운용 역량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선발사는 기존 기업금융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우량자산을 선점하는 것이, 후발사는 빠르게 늘어나는 조달 자금을 받아낼 투자처를 확보하는 것이 과제입니다. 금리로 고객을 확보하는 경쟁을 넘어 실제 자금을 투입할 기업금융 딜을 누가 먼저 찾아내느냐가 발행어음 사업의 수익성을 가를 수 있는 셈입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를 조금 더 얹어주는 것은 고객을 모으는 단계의 경쟁"이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그렇게 끌어온 자금을 어디에 투자하고 얼마의 수익을 남기느냐"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처럼 발행어음 사업자가 한꺼번에 늘어나면 괜찮은 기업금융 딜을 찾는 경쟁도 세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모험자본 비중까지 맞춰야 하는 만큼 운용 부담도 이전보다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 (사진=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