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한미 동맹 파열음 속 ‘장관급’ 박현주의 위험한 입 재조명… “트럼프 흉악·탄핵” 정권에도 대형 부담
[알파경제 = 이형진 선임기자] 한미 양국이 통상과 안보 등 전방위에서 전례 없는 불협화음을 내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에서 장관급 예우를 받는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글로벌전략가(GSO)의 거친 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동맹국 정상을 향해 ‘흉악’ ‘탄핵’ 같은 금기어를 서슴없이 내뱉는가 하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반(反)주주·반시장적 발언으로 시장의 공분을 사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는 한미 관계와 민감한 국내 정책 현안에 장관급 인사가 기름을 부으면서 현 정부 국정 운영에도 막대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과 외교가에 따르면 최근 한미 관계는 관세 압박과 북핵 정보 공유 조건부 연계, 대러·대북 정책 이견 등이 맞물리며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외교·안보 라인이 대미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민감한 시점에 박 회장이 지난 8월 26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디지털엑스(옛 코빗) 임직원 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쏟아낸 원색적인 비난이 뒤늦게 재조명되며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당시 박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참 이해가 안 되는 양반”이라며 “흉악하게도 가상자산 담당자들과 모여 파티를 하더라”고 맹비난했다.
심지어 “주식 파는 미래에셋 회장도 그렇게 안 하는데 어떻게 날마다 주식을 매매하느냐”면서 “미국이 참 얌전한 나라다. 그래도 탄핵 얘기가 안 나온다”고 조롱 섞인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어 “중간선거가 끝나면 상원 지형이 좀 달라질 것”이라며 미국 내정에 간섭하는 듯한 언급도 덧붙였다.
재계와 외교가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아무리 사석이라지만 현 정부에서 장관급 위상을 지닌 대표 금융인이 미국 현직 대통령의 도덕성을 문제 삼고 탄핵까지 거론한 것은 외교적 결례를 넘어 정부 전체의 외교적 입지를 좁히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다.
미국과의 통상·관세 협상에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정부 입장에선 내부의 장관급 인사가 워싱턴 정가를 자극하는 대형 악재를 터뜨린 셈이다.
박 회장의 왜곡된 시장관과 내로남불식 발언도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그는 이날 국내 증시 폭락의 책임을 외국계 자본에 떠넘기며 “삼성전자가 주주환원을 못 해서 주가가 내려간다는 허접한 얘기가 어딨나. 배당을 안 해야 회사가 좋아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주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이 같은 궤변에 개인 투자자들은 즉각 반발했다. 온라인 종목 토론방 등에서는 “주주가 배당을 안 받으면 주식을 왜 사느냐” “임직원들에게 수억 원씩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주주 배당만 죄악시하는 게 정상적인 경영인가” 등 성토가 쏟아졌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인수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고객들에게 증자 참여까지 유도하면서 정작 “알트코인 상장은 사기” “비트코인 투자자는 패가망신 수준”이라고 깎아내린 대목 역시 자기모순의 극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박 회장의 정제되지 않은 극단적 발언이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마저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첨예한 지역·산업계 이해관계가 걸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 “반도체를 호남에 하느냐 여부는 상관없다”며 단순 논리로 치부하는가 하면 “반도체 세금을 1년에 100조 원 더 걷어 임대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비현실적 수치를 거론했다.
특히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집 안 판 사람들에게 보유세가 1억 원씩 나오면 반응할 것이다. 부동산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며 시장에 징벌적 과세 공포를 불어넣었다. 정교하게 조율돼야 할 조세·산업 정책을 장관급 인사가 거칠고 자극적인 언사로 흔들어 놓으면서 정책 불확실성과 조세 저항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박 회장의 통제되지 않는 언행이 금융시장 혼란은 물론 현 정부의 외교·경제 라인 전반에 심각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윤주호 엄브렐라리서치 대표는 “글로벌 자본시장을 무대로 뛰는 금융그룹 회장이 배당을 부정하고 국내 증시 변동성 책임을 외부로만 돌리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위험한 인식”이라며 “주주환원을 허접한 얘기로 치부하는 수장의 발언은 증시 부양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안간힘을 쓰는 정부 정책 기조에도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한치호 정치경제 평론가는 “통상과 안보에서 한미 엇박자가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장관급 인사가 미국 대통령 탄핵을 운운한 것은 정부의 외교적 부담을 가중하는 자충수”라며 “워싱턴 정가에서 이를 한국 정부 핵심부의 기류로 오독할 경우 통상 압박의 강도가 한층 거세질 수 있어 정권 차원에서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돌출 발언”이라고 짚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 역시 “국익의 최전선에서 무게감을 지켜야 할 장관급 인사가 외교적 금기어를 남발하고 보유세 1억 원 같은 자극적인 화법을 구사하는 것은 정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설익은 자기과시형 발언이 국내외 시장의 반발을 부르고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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