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신한금융 M&A, 자산신탁만 흔들렸다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2026-08-06 07:00 원문 보기 ↗
증권·카드·보험은 안착…리츠운용 결합으로 부동산금융 체질개선 나서




신한금융그룹이 인수합병(M&A)을 통해 확보한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신한자산신탁의 실적 변동성이 유독 두드러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카드, 신한라이프 등 주요 피인수 계열사들이 그룹의 안정적인 이익 기반으로 자리 잡은 것과 달리 신한자산신탁은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부실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후 흔들리고 있다. 신한금융이 신한자산신탁과 신한리츠운용의 합병을 결정한 데에도 부동산 사업 밸류체인 통합과 함께 신탁업의 높은 실적 변동성을 낮추려는 판단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M&A를 통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장해왔다. 2002년 외환위기 이후 경영개선 조치를 이행하던 제주은행을 인수하며 지방은행으로 영역을 넓힌 데 이어 굿모닝증권을 품으며 종합금융그룹의 기틀을 마련했다. 이후 2007년 LG카드, 2018년 오렌지라이프를 잇달아 인수하며 카드와 보험 부문의 경쟁력도 강화했다.

이들 인수 계열사는 현재 신한금융의 주요 비은행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신한투자증권(옛 굿모닝증권)은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577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순이익 3816억원을 넘어섰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9.70%로 집계됐다.

신한카드(옛 LG카드)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2534억원을 기록했다. 총자산이익률(ROA)과 ROE는 각각 1.2%, 6.07%로 삼성카드의 상반기 ROA 1.45%, ROE 7.0%보다 낮았다. 수익성 지표에서는 삼성카드에 뒤졌지만 업계 최대 수준의 자산과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그룹의 핵심 비은행 이익원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통합한 신한라이프도 올해 상반기 순이익 290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순이익이 감소했지만 생명보험 업황 둔화 속에서도 3000억원에 가까운 이익을 내며 신한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에 안착했다.


반면 신한자산신탁은 주요 인수 계열사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신한자산신탁의 전신은 아시아신탁이다. 신한금융은 2018년 당시 부동산신탁업계 6위권이던 아시아신탁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2019년 지분 60%를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2022년에는 잔여 지분 40%를 추가로 확보해 완전자회사로 전환했다.

신한금융은 아시아신탁 인수를 통해 부동산금융 수익원을 확대하고 그룹 내 관련 사업의 밸류체인을 완성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이미 부동산신탁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던 만큼 리딩금융 경쟁을 위해 신탁업 진출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신한금융이 2017년 신한리츠운용을 설립한 것도 부동산 개발과 자금 조달, 신탁, 자산운용으로 이어지는 종합 부동산금융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그러나 완전자회사 편입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신한자산신탁의 실적 변동성이 확대됐다. 신한자산신탁은 2024년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사업장 부실과 관련한 충당금 부담 등의 영향으로 3206억원의 대규모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196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302억원으로 증가했다. 손익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2024년 발생한 대규모 적자가 보여준 신탁업의 구조적인 변동성은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부동산 경기와 사업장 정상화 여부에 따라 충당금과 손실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신한금융은 신한자산신탁이 그룹 내 자체 설립 계열사인 신한리츠운용을 흡수합병하는 재편안을 마련했다. 신한금융은 합병을 통해 부동산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본을 효율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권에서는 여기에 신한자산신탁의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 실적 변동성을 낮추려는 목적도 포함됐다고 보고 있다.

책임준공과 개발사업 부실에 따른 손실 위험을 부담하는 신탁업과 달리 리츠운용은 운용자산에서 발생하는 관리보수와 성과보수가 주요 수익원이다. 리츠운용 역시 부동산 시장의 영향을 받지만 신탁업과 비교하면 특정 개발사업의 부실이 대규모 손실로 직결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신한금융이 고변동성 신탁 사업과 반복적인 운용보수 수익을 결합해 수익 구조의 안정성을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되는 배경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합병이 신한자산신탁의 실적 안정성과 신한금융의 부동산금융 경쟁력을 함께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 이후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에 치우친 수익 구조를 얼마나 다변화하고, 리츠운용의 반복적인 보수 수익을 통해 손익 변동성을 낮출 수 있을지가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한편 신한금융의 과거 M&A가 외부 회사를 인수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 합병은 이미 확보한 계열사를 재편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재편형 M&A’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세정 기자 sjlee@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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