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수장 교체] [KB금융] 양종희 회장, 이사회 표심 못 잡았다…야구회동 허사였나
지난해 이사회에서 밸류업 안건에 반대표 출회…4대 금융지주 중 유일
역대 최대 실적 올렸지만…이사회와 불가근 불가원, 장악하지는 못 해
"양 회장, 정말 깨끗한 사람…KB금융은 회장 및 사외이사 독립적 선출"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권의 예상을 깨고 연임에 실패했다. 양 회장은 이사들과 야구 회동까지 하면서 스킨십을 강화했지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는 이사회의 표심을 잡지 못했다.
예상 밖의 결과를 두고다양한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양 회장의 이사회 장악력이 공고하지 않았다는 분석과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승부를 갈랐다는 진단이 이어진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요구에 밀렸을 뿐 양 회장 재임 기간중 거둔 성과와 구조는 충분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해부터 불거진 KB금융지주 이사회 내부의 균열 움직임에 눈길이 쏠린다.지난해 4월 열린 KB금융 제6차 이사회에서는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 안건이 가결됐지만, 김성용 이사가 반대의견을 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추진에는 예측 가능성이 동반돼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는 지난해 열린 4대 금융지주 이사회 중 유일한 반대의견이다.
KB금융을 비롯해 금융기관에서는 통상 이사회에 안건을 보고하기 전에 사전 보고회를 진행하고, 통과하기 어려운 안건이라는 중지가 모이면 부의하지 않는다. 일례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역시 SNS를 통해 "실무자들이 사전에 뵙고 이사회 안건, 경영보고서 등을 심층 설명 드리고 질문, 대답과 추가 자료가 오고 간다"며 "그래서 이사 전원이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하신 안건만 이사회에 올라간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행에 더해 금융사의 밸류업 정책이 지난해 금융당국의 화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KB금융 이사회에서 출회한 해당 반대표는 최우선 사업에 대한 이사들의 생각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 회장의 이사회 장악력의 수위가 표심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양 회장이 이사회와 관계가 소원한 것은 아니다.양 회장은 올 들어 이사진들과 친교를 더욱 두터이 할 수 있는 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 24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경기를 사외이사들과 관람한 것이다.이는 윤종규 전임 회장 시절에는 없었던 사적 친목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같은 달 말 KB금융 회추위는 회장 자격요건 세부기준을 수립하는 식으로 롱리스트 작성 작업을 본격화하는 등 민감한 시기였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KB금융 이사회에 정통한 관계자는 "양 회장이 말씀한 건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가 얘기를 해서 갑자기 한 번 가게 됐던 건 맞다"며 "양 회장은 정말 깨끗하신 분이다. 사적인 분이었다면 이번 회추위 때도 작업이나 전화라도 한 통 했을텐데 그런 것이 일체 없었다"고 설명했다. 야구회동과 관련해 과대한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양 회장이 이사회에 대한 불가근 불가원(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적 태도가 KB금융의 회장 승계 절차에 대한 투명성과 이사회의 독립성을 입증,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이 자기와 가까운 사람으로 이사진을 구성해 장기 연임하는 참호 구축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해왔다. 결국 양 회장의 투명하고 합리적 운영 노력이 오히려 연임 지원에 부정적 변수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양 회장은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룰을 감수하는데 개의치 않았다. KB금융 회추위는 양 회장 선임 당시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승계 절차를 개시해 3개월 넘게 후보들을 검증했다. 이런 과정에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지난 8월 KB국민은행에 조사요원을 보내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현직인 양 회장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결국 같은 달 말 최종 숏리스트에는 양 회장의 대항마로 이재근 KB금융 글로벌사업부문장이 올랐다. 이 부문장은 KB금융의 구원투수 역할을 한 윤종규 전 회장이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중용한 인물이다. 치열한 경합 끝에 이 부문장은 양 회장을 꺾고 차기 회장 후보자에 자리했다.
업계 안팎에선 연임이 불발됐지만 양 회장의 경영력은 상당히 탁월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3조88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지난 2분기 순이익(1조9922억원)도 2조원에 근접하면서 이번 3분기 첫 2조원 돌파 가능성도 거론된다. 상반기 총영업이익은 10조원을 돌파,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기여도는 44%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다.
앞선 관계자는 "양 회장이 실적도 좋고 훌륭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은 역설적으로 잘 해놓으셨기 때문에 교체해도 된다는 그런 안심을 주신 것도 있다. 하자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본인한테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에 회장이 바뀌어서 불안하다면 오히려 못 바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추위 역시 이런 성과를 부인하지 않았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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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추진해온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CEO 연임을 원칙적으로 한 차례로 제한하고, 연임 시 이사회·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를 준비해왔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경영승계 절차가 가장 먼저 진행 중인 KB금융이 새 가이드라인의 첫 적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법안 심사가 예산안 등 다른 현안에 밀려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법제화 자체는 지연되고 있다.
결국 회추위가 정부·여당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을 의식했을 수 있는 모습이다. 지난 8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KB국민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점도 현직인 양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다.
톱데일리
강승혁 기자
역대 최대 실적 올렸지만…이사회와 불가근 불가원, 장악하지는 못 해
"양 회장, 정말 깨끗한 사람…KB금융은 회장 및 사외이사 독립적 선출"
역대 최대 실적을 이끈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권의 예상을 깨고 연임에 실패했다. 양 회장은 이사들과 야구 회동까지 하면서 스킨십을 강화했지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하는 이사회의 표심을 잡지 못했다.
예상 밖의 결과를 두고다양한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양 회장의 이사회 장악력이 공고하지 않았다는 분석과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이 승부를 갈랐다는 진단이 이어진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요구에 밀렸을 뿐 양 회장 재임 기간중 거둔 성과와 구조는 충분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해부터 불거진 KB금융지주 이사회 내부의 균열 움직임에 눈길이 쏠린다.지난해 4월 열린 KB금융 제6차 이사회에서는 자기주식 취득 및 소각 안건이 가결됐지만, 김성용 이사가 반대의견을 냈다.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 추진에는 예측 가능성이 동반돼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는 지난해 열린 4대 금융지주 이사회 중 유일한 반대의견이다.
KB금융을 비롯해 금융기관에서는 통상 이사회에 안건을 보고하기 전에 사전 보고회를 진행하고, 통과하기 어려운 안건이라는 중지가 모이면 부의하지 않는다. 일례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역시 SNS를 통해 "실무자들이 사전에 뵙고 이사회 안건, 경영보고서 등을 심층 설명 드리고 질문, 대답과 추가 자료가 오고 간다"며 "그래서 이사 전원이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하신 안건만 이사회에 올라간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행에 더해 금융사의 밸류업 정책이 지난해 금융당국의 화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KB금융 이사회에서 출회한 해당 반대표는 최우선 사업에 대한 이사들의 생각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양 회장의 이사회 장악력의 수위가 표심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양 회장이 이사회와 관계가 소원한 것은 아니다.양 회장은 올 들어 이사진들과 친교를 더욱 두터이 할 수 있는 회동을 가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 24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경기를 사외이사들과 관람한 것이다.이는 윤종규 전임 회장 시절에는 없었던 사적 친목으로 해석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같은 달 말 KB금융 회추위는 회장 자격요건 세부기준을 수립하는 식으로 롱리스트 작성 작업을 본격화하는 등 민감한 시기였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KB금융 이사회에 정통한 관계자는 "양 회장이 말씀한 건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가 얘기를 해서 갑자기 한 번 가게 됐던 건 맞다"며 "양 회장은 정말 깨끗하신 분이다. 사적인 분이었다면 이번 회추위 때도 작업이나 전화라도 한 통 했을텐데 그런 것이 일체 없었다"고 설명했다. 야구회동과 관련해 과대한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양 회장이 이사회에 대한 불가근 불가원(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적 태도가 KB금융의 회장 승계 절차에 대한 투명성과 이사회의 독립성을 입증,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이 자기와 가까운 사람으로 이사진을 구성해 장기 연임하는 참호 구축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해왔다. 결국 양 회장의 투명하고 합리적 운영 노력이 오히려 연임 지원에 부정적 변수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양 회장은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룰을 감수하는데 개의치 않았다. KB금융 회추위는 양 회장 선임 당시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승계 절차를 개시해 3개월 넘게 후보들을 검증했다. 이런 과정에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지난 8월 KB국민은행에 조사요원을 보내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현직인 양 회장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결국 같은 달 말 최종 숏리스트에는 양 회장의 대항마로 이재근 KB금융 글로벌사업부문장이 올랐다. 이 부문장은 KB금융의 구원투수 역할을 한 윤종규 전 회장이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중용한 인물이다. 치열한 경합 끝에 이 부문장은 양 회장을 꺾고 차기 회장 후보자에 자리했다.
업계 안팎에선 연임이 불발됐지만 양 회장의 경영력은 상당히 탁월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3조88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1% 증가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지난 2분기 순이익(1조9922억원)도 2조원에 근접하면서 이번 3분기 첫 2조원 돌파 가능성도 거론된다. 상반기 총영업이익은 10조원을 돌파,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기여도는 44%로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다.
앞선 관계자는 "양 회장이 실적도 좋고 훌륭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은 역설적으로 잘 해놓으셨기 때문에 교체해도 된다는 그런 안심을 주신 것도 있다. 하자가 없다는 점이 오히려 본인한테 불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에 회장이 바뀌어서 불안하다면 오히려 못 바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추위 역시 이런 성과를 부인하지 않았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선정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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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추진해온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CEO 연임을 원칙적으로 한 차례로 제한하고, 연임 시 이사회·주주총회 의결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를 준비해왔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경영승계 절차가 가장 먼저 진행 중인 KB금융이 새 가이드라인의 첫 적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법안 심사가 예산안 등 다른 현안에 밀려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법제화 자체는 지연되고 있다.
결국 회추위가 정부·여당의 지배구조 개선 움직임을 의식했을 수 있는 모습이다. 지난 8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KB국민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점도 현직인 양 회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있다.
톱데일리
강승혁 기자
이 기사는 톱데일리 가 제공했습니다. 원문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