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파, 모회사 RPS 450억 상환 연기…펀드레이징 앞두고 유동성 확보

톱데일리 이윤재 기자 2026-09-04 11:00 원문 보기 ↗
대규모 펀드 결성 앞두고 선제적 자금 확보… 업계 평균 웃도는 GP 커밋 비율 눈

한국투자파트너스(이하 한투파)가 모회사 한국투자금융지주에 발행한 상환우선주(RPS) 상환을 연기했다. 올해 지주사로부터 200억원을 추가 차입한 데 이어 RPS 상환 시점까지 미루며 본격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4일 벤처캐피털 업계에 따르면 한투파는 최근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대상으로 발행한 2차 RPS의 만기를 연장했다. 2016년 8월 450억원 규모로 발행한 2차 RPS는 당초 10년 만기 상품으로 올해 8월 22일 만기가 도래했다. 한투파는 이를 상환하는 대신 만기를 2036년 8월까지 10년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한투파는 그동안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대상으로 RPS를 발행해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왔다. 2012년 발행한 1차 RPS는 750억원 규모로 10년 만기인 2022년에 상환이 완료됐다. 한투파는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분할 상환했다. 이후 4년 만인 2016년 2차 RPS를 발행했으며 규모는 450억원으로 1차보다 줄었다.

이번 2차 RPS의 만기 연장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한투파가 상환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투파의 차기이월 미처분이익잉여금은 1558억원이다. 회계상 누적 이익 규모만 놓고 보면 450억원 규모의 RPS 상환이 큰 부담은 아닌 셈이다. 그럼에도 상환 대신 만기 연장을 선택하면서 확보한 자금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규모 펀드 결성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한투파는 지난 7월 모태펀드와 국민성장펀드 출자사업에서 나란히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됐다. 모태펀드 보건계정에서는 임상 3상 특화펀드를 조성하며 목표 결성액은 1700억원이다. 국민성장펀드 출자사업에서는 중형 리그 GP로 선정돼 5000억원대 펀드레이징에 착수했다.

한투파는 대형 펀드를 결성할 때 GP 커밋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운용사로 꼽힌다. 한국투자 Re-UP II 펀드(4830억원)의 GP 커밋 비율은 16.6%에 달했다. 한국투자 바이오 글로벌 펀드(3500억원)와 한국투자 핵심역량 레버리지II 펀드(3510억원)도 각각 11.4%를 기록했다. 대형 펀드일수록 GP 커밋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투파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자기자본을 투입해왔다.

이번에 결성을 추진하는 펀드 규모를 고려하면 향후에도 상당한 GP 커밋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 RPS를 상환하지 않고 만기를 연장한 것도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는 이유다.

한투파는 RPS뿐만 아니라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직접 차입하는 방식으로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지주사 대상 차입금은 2000억원이다. 총 6건으로 나뉘어 있으며 금리는 연 3.5% 안팎이다. 차입금은 매년 1년 단위로 만기를 연장해왔으며 연간 이자비용은 약 80억원 수준이다.

올해는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200억원을 추가로 차입했다. 이에 따라 지주사 대상 차입금은 2200억원으로 늘었다. 대규모 펀드레이징을 앞둔 상황에서 외부 자금 조달과 함께 모회사 차입을 확대하면서 유동성 관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투파가 지주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주주에 대한 이익 환원도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한투파는 2023년 272억원 규모의 결산배당을 실시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보통주 기준 100억원의 결산배당을 결의했다. 해당 배당금은 올해 초 지급됐다.

이번에 만기를 연장한 RPS에 대해서도 배당을 이어갔다. 한투파는 2025년 회계연도 기준 RPS 배당금으로 18억3600만원을 지급했다. 2023년에도 RPS에 대해 68억원을 배당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입장에서는 한투파에 자금을 공급하면서도 RPS와 보통주를 통해 배당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한투파 역시 RPS 상환에 대규모 현금을 투입하는 대신 펀드레이징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벤처캐피털 업계는 기업공개(IPO) 시장 위축으로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고 신규 펀드 결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회사로부터 차입과 RPS 만기 연장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한투파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금 운용 여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톱데일리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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