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회장 된 미등기임원 김동원…남은 퍼즐 사내이사

딜사이트 이솜이 기자 2026-08-05 07:00 원문 보기 ↗
글로벌 M&A 성과로 금융 부문 최고위 올라…권한·책임 일치가 다음 과제



김동원 한화생명 부회장이 한화그룹 금융부문을 총괄하는 최고 직위에 오른 배경에는 글로벌 사업 확대 성과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미국에서 잇따라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금융 계열의 성장 동력을 확보한 점이 이번 승진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승진 자체보다 부회장 직위에 걸맞은 책임경영 체제를 어떻게 구축할지에 쏠리고 있다. 김 부회장이 여전히 한화생명의 미등기임원으로 남아 있는 만큼 향후 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합류해 보험 본업의 주요 의사결정과 경영 성과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인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동원 한화생명 부회장은 이달 1일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최고글로벌책임자(CGO)와 사장에 오른 지 약 3년 반 만으로, 한화그룹 금융 부문을 총괄하는 최고위 경영진으로 한 단계 올라섰다.

이번 승진은 김 부회장이 2014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장으로 입사한 이후 약 12년간 이어온 경영수업의 성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부회장은 2015년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긴 뒤 금융 계열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2016년 상무, 2020년 전무를 거쳐 2021년 직제 개편과 함께 부사장에 올랐고, 2023년 사장을 거쳐 이번에 부회장 타이틀을 달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승진으로 김 부회장이 글로벌 사업 책임자를 넘어 한화그룹 금융 부문 전반을 총괄하는 경영자로 역할이 확대됐다고 평가한다. 기존 CGO가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는 기능 중심의 자리였다면, 부회장직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금융 계열 전체를 아우르는 최고위 경영진이라는 점에서 역할의 무게가 한층 커졌다는 의미다.

한화생명이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자산운용, 한화저축은행, 한화라이프랩,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등을 거느리며 그룹 금융 계열의 사실상 중간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평가에 힘을 싣는다. 김 부회장의 승진은 금융 계열 전반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의미한다는 해석이다.

김 부회장이 금융 부문 최고위 경영진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글로벌 사업 성과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CGO 취임 이후 글로벌 종합 금융그룹 비전을 앞세워 해외 금융회사 M&A를 직접 이끌며 그룹의 해외 금융 확장 전략을 현실화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리포그룹으로부터 노부은행 지분 40%를 인수해 주요 주주 지위를 확보했고, 같은 해 7월에는 미국 증권사 벨로시티 지분 75%를 인수하며 미국 금융시장 진출의 교두보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글로벌 사업 성과가 이번 부회장 승진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레 김 부회장의 한화생명 이사회 합류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부회장이라는 직위에 걸맞게 등기임원으로 선임돼 보험 본업의 주요 의사결정과 법적 책임을 함께 맡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그룹 전체에서는 김승연 회장이 유일한 회장 직함을 갖고 있지만, 금융 계열에서는 김 부회장이 사실상 최고 직위에 오른 만큼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시각에는 현재 한화생명의 경영 체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부터 권혁웅 부회장과 이경근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등기임원으로 경영 전반과 미래사업을 총괄하고 있으며, 이 대표는 보험영업을 중심으로 본업을 책임지고 있다.

김 부회장은 글로벌 사업을 이끌며 그룹의 해외 금융 전략을 주도했지만 미등기임원으로 직접적인 경영 책임에서는 비켜서 있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사업에서 성과를 입증한 만큼 앞으로는 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합류해 보험 본업까지 책임지는 경영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성과와 책임을 함께 지는 구조를 갖춰야 이번 부회장 승진의 의미도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혁웅 부회장이 40년 넘게 그룹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친 전문경영인이고, 이경근 대표가 보험영업 전문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 부회장 역시 글로벌 사업을 넘어 보험업 전반에서 경영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평가다.

김 부회장의 역할 확대는 개인의 승진을 넘어 한화그룹 3세 경영과 금융 부문 승계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인사는 한화그룹의 3세 경영 구도를 한층 선명하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남인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방산·에너지, 김 부회장이 금융, 삼남 김동선 사장이 기계·서비스 부문을 각각 맡으면서 그룹의 주요 사업 축을 3형제가 나눠 맡는 경영 체제가 한층 구체화됐다는 해석이다.

책임경영 체제 구축과 함께 지배력 확보 역시 김 부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특히 향후 금융 계열 분리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단순한 직위보다 경영권 행사 기반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한화생명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한화생명에 대한 영향력 확대가 핵심 과제로 거론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지분을 통해 지배력을 단기간에 높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부회장의 한화생명 지분율은 0.03%에 불과해 유의미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지분을 확대하기보다 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합류해 경영 영향력과 책임성을 함께 높이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영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김 부회장의 보직 변경이나 대표이사 선임 여부 등에 대해 "현재까지 정해진 내용은 없다"는 입장이다. 통상 한화생명이 10월께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하는 점을 고려하면 김 부회장의 등기임원 선임이나 역할 확대 여부도 이 시기를 전후해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한화그룹은 이번 승진 배경에 대해 "김 부회장은 금융 부문의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사업 확장을 선도하며 미래 성장 기반을 공고히 다졌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사업 성과를 발판으로 금융 부문 최고 직위에 오른 김 부회장이 이제는 보험 본업과 금융 계열 전반에서 실질적인 리더십까지 입증할 수 있을지가 향후 한화 금융의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이솜이 기자 cotton@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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