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0 로드맵] 책임경영 내세운 오너 3세 RSU, 지배구조 재편 변수

톱데일리 김보배 기자 2026-08-06 15:03 원문 보기 ↗
승계 ‘핵심 카드’ 아니지만 실탄 활용 가능성
대규모 유상증자·주가 부진에 주주 원성도




한화그룹의 ‘3세 경영’이 본격화한 가운데 이들이 받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한화는 최근 테크·라이프 계열분리와 함께 김동관 수석부회장, 김동원 부회장, 김동선 사장 모두 승진하며 ‘3형제 책임경영 체제’를 공식화했다. 이들에게 지급되는 RSU 역시 단순한 성과 보상을 넘어 향후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RSU는 일정 기간 재직과 성과 등 조건을 충족하면 회사가 실제 주식을 지급하는 장기 성과보상제도다. 단기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을 노리는 스톡옵션과 달리 5~10년 등일정 기간 재직 시 순차적으로 권리가 확정되는 베스팅(Vesting)구조다. 경영진의 장기 의사결정을 유도하고, 임직원의 지속적인 성과 창출로 회사 실적 상승과 주주가치 제고를 유도하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

◆ 국내 최초 RSU 도입…오너 3세도 장기 보상체계 편입

한화그룹은 2020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RSU 제도를 도입했다. 부여액의 50%는 주식, 50%는 주가연동현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대표이사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운영해오던 것을 2024년부터는 팀장급까지 확대했다. 팀장들도 임원들과 같이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전략 실행의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자발적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경영에 참여 중인 한화의 오너 3세 역시 모두 지급 대상이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그룹·방산·에너지, 김동원 부회장은 금융, 김동선 사장은 ㈜한화를 각각 기반으로 RSU를 받고 있다. 단순한 성과 보상을 넘어 각자의 경영책임 영역을 반영한 조치다.

우선 김동관 부회장은 2020년부터 한화솔루션, 2021년부터 ㈜한화, 2022년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매년 RSU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한화솔루션 48만6311주(발행주식의 0.2%), ㈜한화 50만2085주(0.9%), 한화에어로스페이스 8만7705주(0.2%)를 누적 부여받았다.

이들 RSU는 부여 시점으로부터 10년이 지나야 지급이 확정된다. 따라서 2030년부터 순차적으로 보수총액에 반영될 예정이다. 지급액은 지급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돼 주가가 오를수록 보상 규모도 커진다. 이달 5일 종가 기준으로는 한화솔루션(종가 3만150원) 약 147억원, ㈜한화(8만3800원) 약 421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100만7000원) 약 883억원의 가치다.

김동원 부회장은 2020년부터 한화생명에서 매년 RSU를 받고 있다. 2020년 19만6572주에서 2021년 26만1504주, 2022년 33만4252주, 2023년 48만8559주, 2024년 44만9360주, 2025년 47만9343주, 2026년 88만8762주 등 누적 309만8352주를 부여받았다. 이는 현재 발행주식의 0.4%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동원 부회장의 경우 3형제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RSU를 받은 모습이다. 한화솔루션,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RSU 지급 규모(주식 수 기준)가 매년 들쭉날쭉했던 데 비해 한화생명의 김 부회장에 대한 RSU 지급 규모는 대체로 우상향했다. 이 결과 김 부회장의 RSU 보유분(0.4%)은 그가 직접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 0.03%(30만주) 규모를 뛰어넘었다.

김동선 사장은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에 선임된 2024년부터 ㈜한화에서 RSU를 받기 시작해 누적 3만7911주(0.1%)를 부여받았다. 특이점은 형들의 RSU 지급 시기가 ‘부여일로부터 10년’인 반면 김 사장은 부여일로부터 4년6개월, 5년, 7년 등 비교적 짧은 조건에 계약이 이뤄진 점이다. 형들보다 RSU 지급 시기가 뒤처진 것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 지급 규모 작지만…지배구조 개편 ‘숨은 실탄’ 될 수도

현재 지급 규모만 놓고 보면 모두 발행주식의 ‘1% 미만’으로, RSU를 승계 핵심 수단으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RSU로 부여받은 ㈜한화 주식은 발행주식의 0.9%,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각각 0.2% 수준이다. 김동원 부회장의 한화생명 RSU도 0.4%에 그친다.

다만 기존 보유 지분과 비교하면 의미는 달라진다. 김동관 수석부회장은 한화솔루션 지분 0.05%,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 0.01%를 직접 보유하고 있는데, RSU 규모는 이를 크게 웃돈다. 김동원 부회장도 직접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0.03%)보다 RSU 규모(0.4%)가 훨씬 더 크다. 현재 보유 지분보다 RSU를 통한 잠재적 지분 확보 효과가 훨씬 큰 셈이다.

RSU가 당장 지배권을 좌우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지만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테크·라이프 계열분리 후 김동관 수석부회장 체제의 남은 과제로는 한화에너지 기업공개(IPO),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관계 정비, 금융계열 분리 등이 거론된다.

한화는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추진 당시 한화에너지와 ㈜한화의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현재까지도 합병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다만 과거 SK그룹도 SK C&C와 SK㈜ 합병 계획을 부인하다 결국 합병을 통해 ‘옥상옥’ 구조를 해소한 사례가 있어 향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양사 합병이 현실화할 경우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가 오랜 기간 RSU로 모아둔 ㈜한화 지분은 합병 찬성표는 물론, 한화에너지와의 지분교환에서 요긴한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 오너일가 지배력이 굳건한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한화의 주가가 낮게 유지될수록 오너일가는 지배력 확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김동원 부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한화에너지 IPO와 ㈜한화 합병 등 김동관 체제의 지배구조가 어느 정도 안착한 이후 금융계열도 결국 독립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 부회장이 턱없이 부족한 한화생명 지배력을 끌어올려 독자적인 금융 계열분리를 완성하기 위해, RSU는 현재 활용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수단으로 지목된다.

김동선 사장은 계열분리에 앞서 지난 4월 ㈜한화 건설부문 해외사업본부장직을 사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화에서 RSU를 받을 근거도 사실상 사라졌다. 대신 오는 25일 재상장 예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M&S)를 비롯해 한화비전, 한화갤러리아 등 상장 계열사에서 RSU를 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 ‘무늬만 책임경영’ 꼬리표 여전…주주 신뢰 회복 숙제

문제는 RSU가 내세운 ‘책임경영’의 성과가 아직 시장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화는 RSU를 장기성과 창출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도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화그룹의 행보는 경영진이 RSU로 혜택을 챙기는 동안 그에 수반되는 대규모 자금조달과 주가 하락의 고통은 일반주주가 떠안는 괴리를 낳고 있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3월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금융당국의 정정 요구 끝에 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축소했다. 당시 한화에어로는 영업현금흐름이 2조원을 웃도는 데도 대규모 유증에 나서 논란을 빚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유증 소식에 주가가 하락하자, 정치권에서는 ‘증여세 절감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화솔루션 역시 올해 2조4000억원의 유증을 계획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증권신고서를 두 차례 정정한 끝에 유증 규모를 1조원대로 축소했다. 특히 조 단위의 대규모 조달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사업 투자보다 재무구조 개선 및 채무상환에 쓰이면서, 기존 주주들에게 부담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한화솔루션은 2024년과 지난해 3000억원대 영업손실을 낸 가운데서도 RSU 지급은 계속했다.

한화생명은 배당 중단과 뒤처진 주주환원 정책, 낮은 주가를 둘러싸고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생명은 매년 1조원대 이익을 내는 회사다. 여기에 발행주식의 13.5%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그러나 2024년과 지난해엔 배당을 중단했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주가는 수년째 2000~4000원대로, 액면가(5000원)에 못 미쳐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영진은 장기 성과보상인 RSU를 지속해서 받는 반면, 일반 주주들은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 희석과 주가 부진, 미흡한 주주환원을 감내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경영의 실질적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제도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주식을 지급했느냐가 아니라, 그 보상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라는 결과로 이어졌는지에 달려 있다”며 “오너 3세들은 실적과 주주환원,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톱데일리
김보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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