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감] "그 정도 능력으로 행장 하나"…여야 질타에 5대 은행장 진땀
해킹·금리·지배구조까지 전방위 추궁…답변 끊기고 정무위원장 호통

"그 정도 능력을 가지고 은행장을 하시냐."
국회 정무위원장의 호통이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장에 울려 퍼졌다. 증언대에 선 은행장은 답변을 이어가기 어려웠고, 증인석에 앉은 다른 은행장들도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해킹 사고의 책임을 묻기 위해 불려 나온 5대 시중은행장들은 대출금리와 지배구조 문제까지 잇따라 추궁당하며 진땀을 흘렸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 증인석에는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나란히 앉았다. 정무위는 최근 잇따른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금융회사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로 이들을 불렀다. 대부분의 위원이 신문을 희망하면서 질의 시간은 1인당 7분으로 제한됐다.
국감장 분위기는 시작부터 무거웠다. 질의가 이어질수록 증인석에 앉은 은행장들의 얼굴은 상기됐다. 은행장들은 의원들의 호명에 따라 증언대와 증인석을 오갔다. 답변을 꺼내기도 전에 질문이 다시 쏟아졌고, 질책이 이어질 때마다 장내에는 정적이 흘렀다.
첫 번째 화두는 해킹 사고였다. 침입을 인지한 시점과 초기 대응의 적절성, 경영진의 책임이 도마에 올랐다. 첫 질의에 나선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신한은행을 겨냥했다. 신한은행이 해킹을 인지하기까지 15시간 26분이 걸렸고 2만5729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나은행은 인지까지 42시간 44분이 걸렸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는 이환주 행장이 집중 추궁을 받았다. 김 의원은 이 행장을 증언대로 불러 첫 침입 당시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이유를 캐물었다. 해커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침입한 곳이 KB국민은행인데도 단순 IP 차단에 그쳤고 이틀 뒤 2차 공격으로 81명의 정보가 추가로 빠져나갔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보고가 법정 시한 24시간을 1시간 남기고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 행장이 사고 경위를 설명하려 해도 답변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경과를 설명하겠다고 하거나 공격 규모를 언급하며 답변을 시작할 때마다 김 의원은 말을 끊고 침입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다시 물었다. 질문의 요지에만 답하라는 요구도 거듭 나왔다.
로그 삭제를 통한 사고 은폐 지시가 있었다는 제보가 거론되자 공방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 행장이 "없었다"고 답했다가 자신이 지시한 적이 없다는 취지였다고 정정하자 김 의원은 "본인이 지시했냐고 물은 게 아니다"라며 다시 몰아붙였다. 이 행장이 결국 보고받은 바 없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긴장하신 것 같다. 집중 좀 해 달라"고 말했다.
보안 투자와 감독체계도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KB국민은행이 정보보안 예산 676억원 가운데 283억원을 집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한은행에 금융보안원장 출신 상임감사가 있는데도 사고가 났다는 점도 거론했다. 화살은 이찬진 금감원장에게도 향했다. 박 의원은 은행이 스스로 점검하고 적정 판정까지 내린 것을 두고 "시험도 은행이 보고 채점도 은행이 하고, 이게 감독이냐"고 따진 뒤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의지가 있는지 추궁했다.
이 원장은 이번 해킹 사고가 사이버 보안과 관련해 최고경영자(CEO)의 책임 문제가 다뤄지는 첫 사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장들의 대응뿐 아니라 경영진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인지도 국감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해킹 사고를 둘러싼 추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행장들은 대출금리 문제로 다시 증언대에 섰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개정 은행법 시행 이후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내리는 대신 우대금리를 줄였다고 지적했다. NH농협은행은 가산금리를 0.26%포인트 내렸지만 우대금리를 0.61%포인트 줄여 다른 조건이 같다면 실제 대출금리가 오히려 0.35%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이를 "대국민 기망행위"라고 규정하며 이환주·정진완·강태영 행장을 증언대에 나란히 세웠다.
이 행장이 금리 관련 세부 데이터는 관련 부서와 협의해 보겠다고 답하자 민 의원은 "잘 모르신다는 거네요"라고 받아쳤다. 강 행장도 세부 항목을 파악해 보겠다고 답했다. 민 의원은 법 개정 직후 우대금리를 대폭 낮춘 결정이 은행장에게 보고도 없이 이뤄졌겠느냐며 두 행장의 답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이번에는 유동수 정무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은행장들의 답변이 성실하지 못하다며 "우대금리 정책에 대해 모르신다는 얘기냐, 그 정도 능력을 가지고 은행장을 하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위원장의 호통이 이어지는 동안 국감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증인석에 앉은 은행장들은 정면을 응시하거나 고개를 숙였다. 유 위원장은 이 행장을 다시 증언대로 불러 KB국민은행의 우대금리 정책을 설명해 보라고 요구했다. 이날 유 위원장이 은행장들을 향해 직접 언성을 높인 것은 처음이었다. 이번 국정감사 통틀어서도 유 위원장이 이처럼 언성을 높인 장면은 거의 없었다.
질책은 감독당국으로도 번졌다. 유 위원장은 이 원장에게 은행들의 우대금리 운영 실태도 점검하지 않았느냐며 "감독원 존재 이유가 뭐냐"고 질책했다. 은행이 이자수익을 계속 늘리는 것을 방치하지 말고 원인을 분석하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은행장들의 답변 태도에서 시작된 질책이 금감원의 감독 책임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지배구조와 스테이블코인 사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교적 의연하게 답변하던 이호성 행장도 박홍배·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를 피하지 못했다. 이강일 의원은 "하나금융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합류하려면 특정 로펌 전문위원을 만나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느냐"고 추궁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이 행장은 선뜻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이날 은행장들을 향한 질의는 좀처럼 끊이지 않았다. 해킹 사고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 시작해 금리 정책과 지배구조 문제까지 번지면서 은행장들은 의원들이 부를 때마다 증언대에 다시 서야 했다.
그나마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진완 행장을 향해 우리은행은 해킹을 잘 막았다고 평가한 것이 이날 드문 칭찬이었다. 그러나 정 행장조차 하루 200건 이상의 해킹 공격이 들어온다며 운이 좋았다고 몸을 낮췄다. 다른 은행장들이 잇따라 질책받는 가운데 칭찬을 받은 은행장마저 웃기 어려운 국감장이었다.
차화영 기자 ckck@dealsite.co.kr
"그 정도 능력을 가지고 은행장을 하시냐."
국회 정무위원장의 호통이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장에 울려 퍼졌다. 증언대에 선 은행장은 답변을 이어가기 어려웠고, 증인석에 앉은 다른 은행장들도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해킹 사고의 책임을 묻기 위해 불려 나온 5대 시중은행장들은 대출금리와 지배구조 문제까지 잇따라 추궁당하며 진땀을 흘렸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 증인석에는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나란히 앉았다. 정무위는 최근 잇따른 금융권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고 금융회사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겠다는 취지로 이들을 불렀다. 대부분의 위원이 신문을 희망하면서 질의 시간은 1인당 7분으로 제한됐다.
국감장 분위기는 시작부터 무거웠다. 질의가 이어질수록 증인석에 앉은 은행장들의 얼굴은 상기됐다. 은행장들은 의원들의 호명에 따라 증언대와 증인석을 오갔다. 답변을 꺼내기도 전에 질문이 다시 쏟아졌고, 질책이 이어질 때마다 장내에는 정적이 흘렀다.
첫 번째 화두는 해킹 사고였다. 침입을 인지한 시점과 초기 대응의 적절성, 경영진의 책임이 도마에 올랐다. 첫 질의에 나선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신한은행을 겨냥했다. 신한은행이 해킹을 인지하기까지 15시간 26분이 걸렸고 2만5729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나은행은 인지까지 42시간 44분이 걸렸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는 이환주 행장이 집중 추궁을 받았다. 김 의원은 이 행장을 증언대로 불러 첫 침입 당시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한 이유를 캐물었다. 해커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침입한 곳이 KB국민은행인데도 단순 IP 차단에 그쳤고 이틀 뒤 2차 공격으로 81명의 정보가 추가로 빠져나갔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보고가 법정 시한 24시간을 1시간 남기고 이뤄졌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 행장이 사고 경위를 설명하려 해도 답변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경과를 설명하겠다고 하거나 공격 규모를 언급하며 답변을 시작할 때마다 김 의원은 말을 끊고 침입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다시 물었다. 질문의 요지에만 답하라는 요구도 거듭 나왔다.
로그 삭제를 통한 사고 은폐 지시가 있었다는 제보가 거론되자 공방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이 행장이 "없었다"고 답했다가 자신이 지시한 적이 없다는 취지였다고 정정하자 김 의원은 "본인이 지시했냐고 물은 게 아니다"라며 다시 몰아붙였다. 이 행장이 결국 보고받은 바 없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긴장하신 것 같다. 집중 좀 해 달라"고 말했다.
보안 투자와 감독체계도 질타를 피하지 못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KB국민은행이 정보보안 예산 676억원 가운데 283억원을 집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한은행에 금융보안원장 출신 상임감사가 있는데도 사고가 났다는 점도 거론했다. 화살은 이찬진 금감원장에게도 향했다. 박 의원은 은행이 스스로 점검하고 적정 판정까지 내린 것을 두고 "시험도 은행이 보고 채점도 은행이 하고, 이게 감독이냐"고 따진 뒤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의지가 있는지 추궁했다.
이 원장은 이번 해킹 사고가 사이버 보안과 관련해 최고경영자(CEO)의 책임 문제가 다뤄지는 첫 사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장들의 대응뿐 아니라 경영진의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인지도 국감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해킹 사고를 둘러싼 추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은행장들은 대출금리 문제로 다시 증언대에 섰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 개정 은행법 시행 이후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내리는 대신 우대금리를 줄였다고 지적했다. NH농협은행은 가산금리를 0.26%포인트 내렸지만 우대금리를 0.61%포인트 줄여 다른 조건이 같다면 실제 대출금리가 오히려 0.35%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이를 "대국민 기망행위"라고 규정하며 이환주·정진완·강태영 행장을 증언대에 나란히 세웠다.
이 행장이 금리 관련 세부 데이터는 관련 부서와 협의해 보겠다고 답하자 민 의원은 "잘 모르신다는 거네요"라고 받아쳤다. 강 행장도 세부 항목을 파악해 보겠다고 답했다. 민 의원은 법 개정 직후 우대금리를 대폭 낮춘 결정이 은행장에게 보고도 없이 이뤄졌겠느냐며 두 행장의 답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이번에는 유동수 정무위원장이 직접 나섰다. 은행장들의 답변이 성실하지 못하다며 "우대금리 정책에 대해 모르신다는 얘기냐, 그 정도 능력을 가지고 은행장을 하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위원장의 호통이 이어지는 동안 국감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증인석에 앉은 은행장들은 정면을 응시하거나 고개를 숙였다. 유 위원장은 이 행장을 다시 증언대로 불러 KB국민은행의 우대금리 정책을 설명해 보라고 요구했다. 이날 유 위원장이 은행장들을 향해 직접 언성을 높인 것은 처음이었다. 이번 국정감사 통틀어서도 유 위원장이 이처럼 언성을 높인 장면은 거의 없었다.
질책은 감독당국으로도 번졌다. 유 위원장은 이 원장에게 은행들의 우대금리 운영 실태도 점검하지 않았느냐며 "감독원 존재 이유가 뭐냐"고 질책했다. 은행이 이자수익을 계속 늘리는 것을 방치하지 말고 원인을 분석하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은행장들의 답변 태도에서 시작된 질책이 금감원의 감독 책임으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지배구조와 스테이블코인 사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비교적 의연하게 답변하던 이호성 행장도 박홍배·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를 피하지 못했다. 이강일 의원은 "하나금융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합류하려면 특정 로펌 전문위원을 만나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느냐"고 추궁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이 행장은 선뜻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이날 은행장들을 향한 질의는 좀처럼 끊이지 않았다. 해킹 사고에 대한 책임 추궁으로 시작해 금리 정책과 지배구조 문제까지 번지면서 은행장들은 의원들이 부를 때마다 증언대에 다시 서야 했다.
그나마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진완 행장을 향해 우리은행은 해킹을 잘 막았다고 평가한 것이 이날 드문 칭찬이었다. 그러나 정 행장조차 하루 200건 이상의 해킹 공격이 들어온다며 운이 좋았다고 몸을 낮췄다. 다른 은행장들이 잇따라 질책받는 가운데 칭찬을 받은 은행장마저 웃기 어려운 국감장이었다.
차화영 기자 ckck@dealsi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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